
여자 실업축구 WK리그에서 여성 주심이 선수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지소연(수원FC 위민)을 향해 '생리'를 언급하며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성희롱 발언 자체뿐만이 아니다. 이 발언과 항의에 '레드카드'로 압박을 하려 한 행위도 비판 여지가 크다.
상황은 이랬다. 28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 위민과 서울시청의 2026 WK리그 정규리그 전반전이었다. 수원FC 위민 구단과 축구계 등에 따르면 지소연은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초반부터 (판정에) 예민하다. 생리하나 봐'라는 배선영 주심의 발언을 들었다. 지소연은 주심을 따라가 즉각 항의했다. 거친 항의는 아니었다. 지소연은 주심을 '선생님'으로 부르며 당시 발언을 재확인하려 했다.
그런 지소연에게 돌아온 건 '옐로카드'였다. 배선영 주심은 데드볼 상황이 되자, 곧바로 몸을 돌려 지소연에게 경고를 줬다. 지소연은 굴하지 않고 거듭 항의를 이어갔다. 벤치에도 자신이 들은 황당한 발언을 알렸고, 이에 수원FC 위민 벤치에서도 항의가 시작됐다. 파장이 점점 커졌다.
지소연은 배선영 심판에게 당시 발언을 거듭 재확인했다. 구단과 선수 측에 따르면 배 심판은 초반에는 해당 발언을 부인하다, 결국 '심판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라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소연을 향해 직접적으로 발언한 건 아니지만, 결국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것을 생리와 연관 지어 심판들끼리 소통했다는 의미다.
이후 지소연은 대기심과도 대화를 나누다 결국 물병을 그라운드에 내팽개치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 장면을 보고 있던 배선영 주심은 곧바로 휘슬을 분 뒤, 뒷주머니에 있던 레드카드를 꺼냈다. 이미 한 차례 경고를 받은 뒤에도 판정에 항의하다 물병을 던진 행위에 대한 퇴장 판정인 듯 보였다. 해설진도 레드카드를 꺼낸 배 주심의 행동을 보며 "레드카드가 나오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0-0으로 맞선 전반 33분 상황. 만약 지소연이 퇴장을 당하면 수원FC 위민 입장에선 치명타였다. 당장 이날 경기뿐만 아니라 다음 경기에도 지장을 받게 되는 상황이었다. 레드카드를 본 권은솜 등 다른 수원FC 위민 선수들이 결국 주심과 지소연 사이에 서서 주심을 말렸고, 김혜리는 지소연을 진정시키려 했다. 이후 지소연과 배선영 주심은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눴다. 대화 내내 배선영 심판의 오른손엔 레드카드가 들려 있었다.
다만 배선영 주심은 지소연 등 누구에게도 레드카드를 들어 보이지 않았다. 상황이 진정되자 그대로 레드카드를 뒷주머니에 다시 넣고 경기를 재개했다. 옐로카드든, 레드카드든 주심이 카드를 꺼낸 뒤 이를 누구에게도 꺼내 들지 않고 다시 집어넣는 건 매우 이례적인 장면이다. 물병을 내팽개친 지소연의 행위를 보자마자 휘슬을 불고 뒷주머니에 있는 레드카드를 꺼낼 정도로 '퇴장성 행위'라고 판단했다면, 배 주심은 그대로 레드카드를 들어야 했다. 또는 카드를 꺼내기 전에 구두 등으로 단호하게 경고 제스처를 먼저 줘야 했다.
물론 주심이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냈다가 누구에게도 주지 않고 다시 넣으면 안 된다는 등의 규정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다만 민감할 수밖에 없는 레드카드를 손에 든 채 항의하는 선수와 대치했다는 점만으로 사실상 '협박용 수단'으로 레드카드를 활용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성희롱 발언과는 완전히 별개로, 통상적인 판정 절차에 어긋난 배선영 주심의 이같은 행위도 심판 운영의 적절성 측면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수원FC 위민 구단은 당시 현장에서의 상황 등을 정리해 대한축구협회와 한국여자축구연맹에 정식으로 항의할 예정이다. 여자축구연맹 역시 대한축구협회를 통해서만 열람이 가능한 심판보고서나 평가관보고서를 확인한 뒤 상황 파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배선영 심판은 지난해 승격해 WK리그에서 주심을 맡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한축구협회 심판 콘퍼런스에선 '여성우수심판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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