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르겐 클롭 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이 리버풀(잉글랜드)을 이끌던 시절, 그가 원했던 공격수는 율리안 브란트였다. 하지만 리버풀 데이터 분석팀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했다.
바로 모하메드 살라였다. 데이터 분석이 만들어낸 선택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살라뿐만이 아니다. 오랫동안 리버풀의 핵심 전력으로 활약한 로베르토 피르미누와 앤디 로버트슨, 사디오 마네 역시 데이터 기반 선수 평가 스카우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영국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전 리버풀 데이터 연구 책임자 이언 그레이엄은 구단이 성공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분석 부서가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수가 공을 터치할 때마다 해당 플레이가 소속팀의 득점 가능성을 얼마나 높이는지를 계산하는 '포제션 밸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레이엄은 이를 활용해 영입 후보들을 평가하고 추천했고, 이는 리버풀이 새로운 전성기를 여는 중요한 발판이 됐다.
그레이엄은 2012년부터 2023년까지 리버풀에서 데이터 연구 책임자로 일했다. 이 기간 리버풀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비롯해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대표적인 사례가 마네와 살라다. 클롭 감독이 마리오 괴체를 원했을 당시 리버풀 데이터 분석팀은 마네를 추천했다. 또 클롭 감독이 브란트 영입을 추진하자 데이터 분석팀은 살라에게 더 높은 평가를 내렸다. 스카이스포츠는 "리버풀 구단은 클롭 감독을 설득해 살라 영입에 동의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데이터 분석은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해 더욱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전에는 이미 발생한 경기 기록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예측하고 선수의 행동 하나하나에 가치를 부여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현대 축구에서 AI가 가장 폭넓게 활용되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선수 평가다. 고상기 서울시립대 인공지능학과 교수는 최근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가장 기초적인 사례가 기대득점인 'xG'다. 특정 상황에서 슈팅이 득점으로 이어질 확률을 기계학습 모델로 계산한다"며 "최근에는 패스와 슈팅, 드리블 등 선수가 경기장에서 수행하는 모든 액션의 가치를 평가하고, 공을 갖고 있지 않을 때의 오프 더 볼 움직임까지 분석하는 모델들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데이터 분석을 누구보다 빠르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대표적인 구단이 리버풀이었다.
고 교수는 "해외에서는 빅클럽들이 이미 데이터 분석과 AI까지 활용해 선수 분석과 스카우팅을 하고 있다"면서 "모하메드 살라나 앤디 로버트슨, 로베르토 피르미누 같은 선수들을 영입할 때도 리버풀 데이터 분석 부서에서 AI 기반 경기 분석 모델과 선수 평가 모델 등을 활용해 선수를 평가하고 스카우팅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 AI, 더 넓게 선수들을 찾는다
AI가 가진 가장 큰 무기 중 하나는 단연 더 많은 선수들을 찾아낼 수 있는 '범위'다. 고 교수는 "인간 스카우트는 아무래도 제한된 선수들에 대해서만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직접 경기를 보는 방식이기 때문에 분석할 수 있는 선수 풀이 제한적"이라며 "AI 기반 모델은 데이터만 주어진다면 전 세계의 많은 선수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제약이 훨씬 적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AI를 활용하는 클럽들은 일종의 후보 리스트를 만들어내는 데 AI를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AI가 초기 영입 리스트를 추천하면 그 안에서 인간 스카우트와 분석팀이 선수들을 더욱 면밀하게 조사하고, 계약 조건 등을 검토한 뒤 최종적으로 영입을 진행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리버풀은 다른 구단보다 일찍 데이터 분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배경도 갖고 있었다. 구단주인 펜웨이 스포츠 그룹(FSG)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에서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을 활용해 성공을 경험한 바 있다. 보스턴은 2004년 무려 86년 만에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미국 ESPN은 "리버풀에서는 선수 스카우팅과 관련해 주관성을 줄이려는 변화가 구단 경영진에서부터 내려오는 명확한 방침이었다"고 전했다.
데이터 분석의 가장 큰 장점 역시 '규모'와 '일관성'이다. 그레이엄은 "데이터를 활용하면 훨씬 더 넓은 범위의 선수를 스카우트하기 쉬워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인간도 전 세계에서 열리는 모든 축구 경기를 직접 보면서 동시에 모든 선수가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판단할 수는 없다"면서 "또 데이터를 사용하면 스카우팅 과정을 체계화할 수밖에 없다. 모든 선수에게 똑같은 필터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데이터를 쓰는 구단이 강해진다
최근에는 리버풀뿐 아니라 브라이턴 앤 호브 알비온, 브렌트포드 등 잉글랜드에서 데이터와 AI 기술을 중시하는 팀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특히 브라이턴과 브렌트포드는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에도 효율적인 선수 영입과 구단 운영을 앞세워 EPL에 안착한 대표적인 사례다. 브라이턴은 2011년 리그1(3부)에서 챔피언십(2부)으로 승격한 뒤 2017년 EPL에 올라섰다. 브렌트포드 역시 2014년 리그1에서 챔피언십으로 승격했고, 2021년에는 마침내 EPL 승격에 성공했다.
그레이엄은 데이터 분석을 제대로 활용하는 구단으로 "리버풀과 브라이턴, 브렌트포드"를 꼽으면서 "하부 리그에서 뛰는 젊은 선수를 리버풀이 발견하면 '브렌트포드가 데려갈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그만큼 데이터를 활용하는 구단들의 선수 발굴 능력이 뛰어났다는 의미다.
고 교수 역시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향후 구단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AI를 사용하는 구단과 사용하지 않는 구단의 차이가 당장 크게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더 나은 판단을 반복해서 쌓아간다면 그 격차는 조금씩 누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AI가 바꾸는 축구단의 채용시장
전 세계 축구계는 이미 AI 도입과 함께 빠르게 변하고 있다. 변화는 단순히 선수 영입 방식에만 머물지 않는다. 축구단의 조직 구성과 채용시장까지 바꾸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29일 "축구 클럽들이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면서 "프로축구 구단들이 영국 전체 채용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5년 동안 3배로 늘었다. 특히 데이터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에서 올라오는 채용공고 1만 건 가운데 7건 이상이 프로축구 구단에서 나온다. 2020년 1만 건당 2.4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특히 EPL 구단들이 올해 낸 채용공고 가운데 데이터 및 분석 관련 직무가 약 5%를 차지했다. 매체는 "이는 2년 전과 비교해 두 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인디드의 잭 케네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데이터와 분석은 구단들이 선수 영입이나 상대 분석 같은 분야에서 경쟁 구단보다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더욱 집중하고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토트넘은 최근 스카우팅 인사이트 분석가를 모집했고, 브렌트포드 역시 인사이트·전략 부서 관련 채용 공고를 냈다. 지난 5년 동안 데이터·분석 관련 인력 채용을 가장 크게 늘린 구단으로는 브라이턴, 뉴캐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이 꼽혔다.
케네디는 최근 10년 사이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한 브렌트포드와 브라이턴을 두고 데이터 활용 능력을 앞세워 "자신들의 체급 이상으로 좋은 성과를 내는 팀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두 구단의 구단주 모두 프로 도박사로 돈을 번 사람들이기 때문에 항상 데이터를 매우 중시했고, 그런 접근법을 축구 구단 운영에도 적용했다"면서 "전통적인 대형 구단들은 거의 돈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영입 한 번이 실패해도 또 다른 선수에게 1억 파운드를 쓸 수 있다. 작은 구단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AI의 발전이 축구단 안에 새로운 직무와 조직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축구계 진출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도 AI 활용 능력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고 교수는 "AI가 축구계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빠르게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신이 하고 싶은 업무 가운데 어떤 부분을 AI가 도와줄 수 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이는 축구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앞으로 거의 모든 직업군에 적용될 문제"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는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AI와 함께 일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스카우팅을 하고 싶은 사람도, 지도자가 되고 싶은 사람도 자신이 맡을 업무에서 AI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세비야·첼시·MLS까지... 세계로 번지는 AI 스카우팅
변화는 잉글랜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데이터 분석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스페인 축구에서도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중심에는 세비야가 있다.
세비야는 글로벌 기업 IBM과 협력해 AI 스카우팅 프로그램 '스카우트 어드바이저'를 2024년부터 활용하고 있다. 대규모 선수 데이터베이스에서 구단이 원하는 조건에 맞는 선수를 보다 빠르고 쉽게 검색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스카우트들은 방대한 선수 풀에서 후보군을 추리는 데 쓰던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대신 영입 후보 선수와 직접 관계를 맺어 성향과 태도를 파악하고, 경기를 직접 관찰하거나 데이터를 토대로 최종 판단을 내리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세비야의 최고데이터책임자 엘리아스 사모라도 "이것은 제가 축구에서 본 기술 가운데 가장 혁명적인 기술"이라고 극찬했다.
또 다른 EPL 클럽 첼시는 AI를 유소년 스카우팅에 활용 중이다. 첼시는 '퓨처 블루스' 프로그램과 AI스카우트를 활용해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어린 선수들을 평가한다. 선수가 스마트폰에 AI스카우트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아 첼시가 지정한 운동과 기술 훈련을 수행한 뒤 영상을 올리면 AI가 이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AI는 선수의 신체 움직임뿐 아니라 공의 움직임까지 추적한다. 패스나 슈팅 과정에서 선수와 공의 움직임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분석해 다양한 지표로 평가한다.
이후 AI가 제공한 데이터를 토대로 첼시의 스카우트와 코치가 다시 선수의 잠재력을 판단한다. AI가 1차로 수많은 선수를 걸러내고, 최종적인 평가는 인간 전문가가 맡는 구조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역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MLS는 'ai.io'와 손잡고 전 세계 선수들이 많은 비용을 들여 미국이나 캐나다까지 이동하지 않아도 AI를 통해 1차 스카우팅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첼시의 방식과 비슷하다. 선수가 스마트폰으로 지정된 훈련을 촬영해 영상을 업로드하면 AI가 선수의 능력을 분석해 점수를 매긴다. 높은 평가를 받은 선수에게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가해 실제 MLS 관계자들 앞에서 훈련할 기회가 주어진다.
기존 스카우팅의 가장 큰 장벽이었던 비용과 거리, 시간의 제약을 AI가 허물고 있는 셈이다.

▶ K리그에도 스며든 AI 스카우팅
K리그에도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구단들이 스카우팅과 선수 분석 업무에 AI 프로그램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아직 전면적인 정식 도입 단계라기보다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시험하는 단계에 가깝지만, 세계 축구의 흐름이 K리그에도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
A구단 스카우트 관계자는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선수 영입 과정에서 일반적인 스탯 데이터와 기술팀의 정성적 평가를 함께 활용하고 있다"면서 "처음 후보 선수를 검토할 때 스카우트가 현장 경기와 영상을 통해 선수를 평가하고, 운영팀에서는 출전 기록과 각종 퍼포먼스 지표 등 유의미한 데이터를 정리해 선수 영입 보고서에 반영한다"고 전했다.
이어 "최종 영입 결정 단계에서도 이러한 평가와 데이터를 종합한 선수 영입 보고서를 바탕으로 판단한다"며 "단순히 수치가 좋은 선수를 선택하기보다는 현재 선수단 구성과 감독의 축구 방향에 얼마나 적합한지를 함께 고려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AI 데이터의 경우 아직 활용 체계를 구체화해가는 단계다. 관계자는 "단순한 득점, 도움, 패스 성공률 같은 기존 스탯을 넘어 감독의 게임모델에 맞는 선수의 세부적인 움직임이나 전술 수행 능력을 어떤 기준으로 데이터화하고 평가할 것인지에 대해 필요한 지표를 확정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영역에서 AI가 활용될 전망이다. 관계자는 "향후 이러한 기준이 정립되면 AI를 통해 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 압박과 전환 상황에서의 행동, 위치 선정 등 기존 스탯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보다 세밀하게 분석해 선수 탐색과 평가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영입 이후에도 출전 기록과 주요 퍼포먼스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해 선수 평가에 활용하고 있으며, 향후 재계약이나 연봉 협상, 선수단 운영 방향을 판단하는 참고자료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결국 현재는 기존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AI를 통한 전술적·행동적 데이터 분석은 실제 활용을 위한 기준을 정립해가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해외 구단들과 마찬가지로 AI의 장점은 단연 스카우팅 업무의 범위와 속도였다. A구단은 이전에는 스카우터가 직접 알고 있는 리그나 선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추천받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검토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는 데이터와 AI를 활용해 훨씬 넓은 범위에서 구단이 원하는 조건에 맞는 선수를 먼저 추리고 있다.
A구단 스카우트 관계자는 "특히 단순히 득점, 도움, 패스 성공률 같은 기록을 보는 것을 넘어 감독의 게임모델에서 특정 포지션의 선수가 어떤 움직임을 해야 하는지 먼저 정의하고, 그 조건에 가까운 선수를 찾아보는 방식이 가능해졌다"고 짚었다.
이어 "결국 예전에는 '어떤 선수가 좋은 선수인가'를 먼저 봤다면, 지금은 '우리 팀에 어떤 선수가 필요한가'를 정의한 뒤 그 선수에 가까운 사람을 찾는 과정이 훨씬 정교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행정적인 부분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A구단 운영팀의 경우 이전에는 계약이나 행정, 기본적인 자료 정리가 주된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기술팀이 평가한 선수의 데이터를 추가로 분석하고 비교해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관계자는 "향후 AI 활용이 본격화되면 스카우트가 찾아낸 선수를 검증하는 것은 물론, 반대로 데이터에서 발견한 선수를 기술팀에 제안하는 형태의 상호작용도 더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유소년 발굴 역시 AI 활용 가능성이 큰 영역이다. 관계자도 "장기적으로는 이 영역에서 AI의 가치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부리그나 유소년의 경우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1부리그 선수처럼 정교하게 비교하기 어렵다. 하지만 경기 영상이 충분히 확보된다면 스카우터가 직접 모든 경기를 확인해야 했던 영역에서도 AI가 1차적으로 후보를 좁혀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에는 AI가 발굴·추천한 선수가 실제 프로리그에 데뷔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계자는 "기존 스카우팅에서는 현실적으로 사람이 볼 수 있는 경기 수에 한계가 있다. 유명한 리그나 좋은 팀의 선수에게 더 많은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AI와 데이터는 리그의 유명세보다는 선수가 실제 경기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가를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과거라면 리그 수준이나 소속팀 때문에 관심을 받지 못했던 선수도 특정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면 후보군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선수 입장에서도 결국 어디에서 뛰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뛰느냐가 평가받을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그래도 마지막 선택은 인간의 눈
여기까지만 보면 인간 스카우터의 역할이 크게 줄어들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세계 최고 구단들의 선수 영입 과정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AI와 데이터가 아무리 발전해도 마지막 순간에는 다시 인간의 눈이 등장한다.
리버풀 역시 데이터가 처음부터 로베르토 피르미누의 가치를 완벽하게 알아본 것은 아니었다. 영입 과정에서 데이터 분석이 큰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인간의 판단이 없었다면 피르미누는 리버풀 유니폼을 입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레이엄은 피르미누 영입 과정에서 당시 리버풀 기술 디렉터였던 마이클 에드워즈의 강력한 주장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피르미누는 공격수, 공격형 미드필더, 측면 공격수 등 세 가지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었고, 구단 데이터 분석팀은 어느 포지션에 중점을 두고 그를 평가해야 할지 고민했다.
애초 피르미누는 공격수로 분류됐다. 하지만 데이터상 공격수로서의 평가는 높지 않았다. 그러자 에드워즈가 피르미누를 '10번 역할'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데이터 분석팀은 피르미누를 다시 분석했고 결과는 놀라웠다. '10번'으로 분류했을 때 피르미누는 유럽 최고의 젊은 선수 중 한 명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은 이 같은 일화를 소개하며 "당시 피르미누보다 높은 평가를 받은 젊은 선수들은 알렉시스 산체스, 하메스 로드리게스, 이스코, 오스카, 폴 포그바, 애런 램지 등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레이엄은 "에드워즈가 계속해서 피르미누를 깊이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실제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 그를 분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되돌아봤다.
결국 데이터가 피르미누 영입을 강하게 뒷받침했지만, 그 데이터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들고 제대로 활용한 것은 인간의 판단이었다.
K리그 A구단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A구단은 아직 AI가 먼저 찾아낸 선수를 실제 영입 검토까지 연결한 적은 없다. 다만 관계자는 "향후에는 그런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예를 들어 득점이나 도움, 패스 성공률처럼 일반적인 스탯만 놓고 보면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선수라도 감독의 게임모델에 필요한 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 압박 타이밍, 공간 침투, 수비 전환, 위치 선정 등을 AI로 분석했을 때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수가 나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런 선수가 후보군에 올라온다면 처음에는 '왜 이 선수가 높은 평가를 받았지'라는 의문에서 출발해 영상을 다시 확인하게 될 것 같다"면서 "그 과정에서 기존 방식으로는 지나쳤을 선수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계자는 "결국 기대하는 것은 AI가 선수를 대신 골라주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스카우팅 방식에서는 쉽게 발견하지 못했던 선수를 한 번 더 보게 만들어주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 AI가 아직 읽지 못하는 것들
AI나 데이터만으로는 볼 수 없는 영역도 있다. 관계자는 "경기 중 동료와 어떻게 소통하는지, 공이 오기 전에 주변을 잘 살피는지, 실수한 이후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팀이 어려울 때 적극적으로 공을 요구하는지 아니면 숨어버리는지, 감독의 지시가 나온 뒤 실제 플레이를 얼마나 빨리 수정하는지 같은 부분은 아직 숫자로 완벽하게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이런 부분은 인간의 눈과 판단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관계자는 "훈련에서는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면서 "훈련 강도, 경쟁심, 동료를 대하는 태도, 벤치에 있을 때의 행동까지 결국 한 명의 선수가 팀에 들어왔을 때 어떤 영향을 줄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선수 영입도 마찬가지다.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라면 축구 실력뿐 아니라 새로운 국가와 문화, 음식, 가족의 생활환경, 언어에 얼마나 적응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며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적응하지 못하면 본인의 능력을 모두 보여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에서 분명히 스카우터와 현장 전문가의 경험이 작용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것을 스카우트의 단순한 '감'이라고만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며 "많은 선수와 많은 경기를 오랫동안 보고, 성공과 실패 사례를 반복해서 경험하면서 축적된 일종의 패턴 인식과 경험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인간의 판단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관계자는 "AI는 강력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은 결국 사람이 져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AI와 제 판단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AI의 평가를 버리지는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왜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저희가 놓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반대로 AI가 사용하는 데이터가 그 선수의 실제 역할이나 리그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면서 "그래서 다시 데이터와 영상을 확인하고, 기술팀 내에서도 의견을 나눈다"고 설명했다.
유소년 발굴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관계자는 AI 스카우팅 활용과 관련해 "유소년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신체적인 성장 시기가 다르고 현재의 경기력이 미래의 경기력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유소년에서는 데이터의 현재 수치보다 성장 가능성과 변화의 방향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리버풀 역시 위르겐 클롭 전 감독이 어린 선수에 불과했던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를 훈련에서 지켜본 뒤 새로운 오른쪽 풀백 영입을 포기했다. 알렉산더-아놀드가 성장할 수 있도록 스쿼드에 자리를 남겨둔 것이다. 이후 그는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클롭 감독의 선수를 보는 눈이 중요한 역할을 한 사례다.
그레이엄도 "우리가 만든 평가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스카우트들이 이해하는 것이 정말 중요했다"고 말했다.
세비야FC의 빅토르 오르타 스포츠 디렉터 역시 2023년 월드 풋볼 서밋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우리는 절대로 데이터만 가지고 선수를 영입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데이터를 활용하지 않고 선수를 영입하는 일도 절대 없을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르타 디렉터는 "좋은 선수는 항상 좋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다음에는 항상 인간의 눈이 존재합니다. 모든 것을 평가하고 결정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눈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가 찾아내고 만들어낸 데이터를 인간이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아이리시 타임스는 AI가 독자적으로 모든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AI의 제안을 검토해 최종 선택하는 구조를 강조했다.
매체는 "AI 도구가 제 기능을 수행하려면 먼저 인간이 산업적 규모의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고, 적절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그리고 AI가 내놓은 제안을 인간이 받아들였다면, 그 아이디어를 실제 경기장에서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 AI는 인간 스카우트의 '어드바이저'
A구단 관계자도 "스카우터는 경기와 훈련을 통해 선수의 성격, 태도, 성장 가능성, 전술 이해도처럼 숫자로 완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을 판단한다"면서 "반면 데이터와 AI는 사람이 놓칠 수 있는 패턴을 찾아내고, 더 넓은 선수군을 비교하며, 그 판단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데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스카우터 개인의 역량만큼이나 스카우터의 판단을 데이터로 뒷받침하고, 감독의 게임모델에 맞는 기준을 정리하며, 선수 평가를 체계화하는 스카우터 보조 역할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좋은 선수 영입은 스카우터와 AI 중 어느 한쪽이 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정성적 판단과 데이터 기반의 정량적 분석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팀'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B구단의 베테랑 스카우트 역시 "AI가 데이터 측면에서 충분히 큰 도움을 줄 거라고 보지만, 축구에는 또 다른 평가 영역들이 있다"면서 "특정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이나 성격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부분들을 데이터로 완벽하게 수치화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외국인 선수들도 비슷하다. 다른 나라에서는 식생활을 비롯해 생활과 문화가 분명히 다를 것이다. 쉽게 말하면 결국 적응의 문제"라면서 "만약 영입한 선수가 K리그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그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인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소년 선수들의 경우 변화가 더 크다. 신체적인 변화도 있겠지만 심리적인 변화도 있다. AI가 데이터를 토대로 예측한다고 해도 100% 맞는다고 볼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가 도움을 주겠지만 축구라는 게 기록만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면서 "그렇기에 AI에만 의존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