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빅클럽 경력과 뛰어난 전술 분석 능력, 여기에 구설과 클럽 잔혹사까지. 명암이 뚜렷하게 엇갈리는 로베르토 모레노(49·스페인) 감독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임시 사령탑으로 부임해 2027 아시안컵을 향한 시험대에 오른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일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2026년도 제7차 이사회를 열고 모레노 감독을 포함한 총 6명의 코칭스태프 선임을 공식 승인했다.
이번 선임은 협회 역사상 최초로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른 공개채용 방식을 통해 이뤄졌다. 전력강화위원회 위원 일부와 외부 평가위원으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1차 서류 평가, 2차 온라인 면접, 대면 미팅 및 계약 조건 조율을 거쳐 지난 주말 최종 협의를 마쳤다.
모레노 감독 사단의 기본 계약기간은 오는 11월 27일까지다. 당초 협회는 9월부터 11월까지 확정된 A매치 6경기 동안 임시 지휘봉을 맡길 계획이었지만, 협상 과정에서 6경기 이후 평가를 거쳐 2027년 1월에 열리는 아시안컵까지도 팀을 이끌 수 있는 연장 옵션을 포함시킨 것으로 보인다.
현영민 전력강화위원장은 "이번 임시 감독 선임은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컸던 만큼, 체육회 기준에 맞춰 이를 준수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며 "모레노 감독은 한국 축구에 대해 이미 높은 이해도를 갖추고 다양한 전술적 대안을 제시하는 등 열의가 인상 깊었다. 까다로운 과정을 통해 선임된 모레노 사단이 국가대표팀의 분위기 전환과 경기력 향상에 역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 대표팀 역사상 없었던 다소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프로 선수 경력이 전무한 모레노 감독은 젊은 나이부터 전술 분석과 데이터 활용 능력으로 유럽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지도자다. AS 로마(이탈리아), 셀타 비고, FC 바르셀로나(이상 스페인), 스페인 국가대표팀에서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오른팔'로 활약했다. 특히 2014~2015 바르셀로나의 트레블 달성에 기여했고,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스페인 대표팀의 전술 분석과 코칭을 책임졌다. 2019년 엔리케 감독이 개인 사정으로 물러났을 때는 임시 지휘봉을 잡은 뒤 정식 감독으로 승격해 9경기 무패(7승 2무)를 달리며 스페인을 유로 2020 본선으로 이끌었다.
다만 화려한 대표팀 성과 뒤에는 실패와 구설이 따라붙었다. 프랑스 리그1 AS 모나코(2019~2020)와 스페인 라리가 그라나다(2021~2022)에서 모두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경질됐다.
가장 최근인 러시아 FC 소치(2024~2025)에서는 팀의 1부 승격을 이끌었지만, 이내 성적 부진으로 2025년 9월 물러났다. 단기전과 상대 맞춤형 분석에는 능하지만 장기적인 팀 빌딩 능력에는 늘 물음표가 따랐다.
여기에 최근에는 ' 챗GPT 의존 논란'까지 터지며 구설에 올랐다. '비인스포츠'는 안드레이 오를로프 전 소치 단장의 폭로를 인용해 "모레노 감독이 훈련 설계와 경기 준비는 물론, 28시간 동안 잠을 잘 수 없는 비상식적인 원정 이동 계획과 공격수 영입까지 챗GPT에 전적으로 의존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모레노 감독은 스페인 매체 기고문을 통해 "전술이나 라인업, 영입을 AI로 결정했다는 것은 완전한 거짓이다. 스페인어를 러시아어로 번역할 때만 썼다. 소치와의 결별은 성적 부진과 내부 이견 때문"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모레노 감독을 보좌할 코칭스태프 5명은 전원 스페인 출신으로 꾸려졌다. FC 소치에서 함께했던 에두아르도 도캄포 수석코치를 비롯해 분석 및 훈련 방법론 전문가 하신트 마그리냐 코치, 스페인 하부리그에서 성과를 낸 빅토르 브라보 데 소토 코치가 합류한다. 여기에 하비에로 초카로 피지컬 코치와 라리가 10년 경력의 니코 보쉬 골키퍼 코치가 가세한다.
모레노호의 시험대는 당장 국내에서 열리는 가을 A매치 4연전이다. FIFA의 일정 개편으로 9월과 10월 A매치 윈도우가 통합 운영됨에 따라 대표팀은 안방에서 4경기를 치른다. 9월 24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에콰도르와 첫 경기를 진행하고,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루과이와 맞붙는다. 이어 10월 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베네수엘라, 6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차례로 상대한다.
명성과 논란을 동시에 짊어진 모레노 감독이 9·10월 4연전과 11월 2연전 등 총 6경기 동안 지도력을 입증하고 아시안컵까지 지휘봉을 이어갈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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