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려 약 1년이 걸렸다. 모처럼 득점포럴 터트리며 팀의 완승을 견인한 공격수 김건희(31·강원FC)가 마음의 짐을 어느 정도 덜어놨다.
김건희는 6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6 27라운드 FC안양과 원정 경기에서 후반 9분 헤더 쐐기골을 터뜨리며 강원의 3-0 승리에 힘을 보탰다. 올 시즌 19경기 만에 기록한 첫 골이자, 지난해 10월 FC서울전 이후 약 11개월 만에 터진 리그 득점이었다.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만난 김건희는 골을 넣은 뒤 원정 팬들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던 세리머니에 대해 "팬분들께 너무 죄송해서 볼 면목이 없었다. 공격수가 이제야 첫 골을 넣었다"며 "팀의 고참으로서 공격뿐만 아니라 경기력과 결과로 팀을 이끌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위축돼 있었다. 그럼에도 늘 웃으며 응원해 주신 팬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간 겪었던 마음고생도 털어놨다. 김건희는 "동계훈련 연습경기 때는 골이 잘 들어가서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 계속 침묵이 이어지다 보니 심리적 압박감이 상당했다"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만큼 스트레스가 컸다. 자다가 가슴에 통증을 느껴 깰 정도로 힘들었던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부진에는 팀의 전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요인도 있었다. 시즌 초반 강원은 강한 전방압박을 주 무기로 삼았다. 김건희는 "솔직히 나는 최병찬이나 고영준처럼 전방 압박을 쉴 새 없이 할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전반기 데이터 미팅에서 두 선수의 압박 수치가 전 세계 1위 수준으로 나왔는데, 내겐 맞지 않는 옷이었다. 어떻게든 따라가려다 보니 정작 슈팅 기회도 잡지 못하고 단점만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날 정경호 감독의 전술 변화는 김건희에게 반등의 계기가 됐다. 정 감독은 자원 누수로 인해 라인을 내렸고, 김건희에게 볼을 지키고 연계하는 역할을 주문했다.
김건희는 "감독님께서 내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전방 압박 대신 볼이 왔을 때 지켜주고 싸워주는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어 한결 편하게 뛸 수 있었다"며 "경기 후 방에 불려 가 혼도 많이 났고, 감독님께서 나를 기용하느라 적잖은 비판을 받으셨다. 죄송한 마음이 컸는데 믿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안양전 징크스를 깬 점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표했다. 김건희는 "감독님이 안양전 무승으로 자존심이 상해 계셨고, 부상자와 차출로 팀 상황도 쉽지 않았다"며 "중요한 길목에서 승리를 거두고 팀에 보탬이 될 수 있어 다행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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