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금메달, 대표팀 주전 포수, '숨은 MVP'라는 극찬까지 받았다. 그러나 조형우(24·SSG 랜더스)의 시선은 이미 태극마크가 아닌 소속팀으로 향해 있었다.
지난달 29일 소속팀에 복귀한 조형우의 표정은 한없이 차분했다. 아시안게임 5연패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을 법했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가 진지했다.
당시 취재진과 만난 조형우는 2028년 시작될 청라 돔 시대에 대해 "우리 팀 선수라면 누구나 큰 꿈이 청라 돔 시대에 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때의 주역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앞으로 팀에 있는 시간이 훨씬 길어진 만큼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되고 내 자리도 확실히 지키고 싶다. 청라 돔의 주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 차분함의 이유가 궁금해 이틀 뒤 다시 물었다. 이에 조형우는 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절대 들뜨면 안 된다고 계속 생각하고 있다. 금메달은 내 개인적으로 잘된 일이고 지금 내게 1순위는 SSG다. 내가 차분한 것도 그 때문이다. 금메달은 이제 내게 지난 일"이라고 밝혔다.
불과 며칠 전까지 그는 태극마크를 달고 있었다. 조형우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5경기에서 타율 0.417(12타수 5안타), 1홈런 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96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홍콩과 조별리그에서는 생애 첫 만루홈런도 터트렸다.

타격 못지않게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포수 본연의 역할이었다. 처음 호흡을 맞추는 투수가 많았음에도 안정적인 블로킹과 경기 운영으로 대표팀 마운드를 이끌었다. 대회 해설위원을 맡았던 오승환(44)도 이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조형우를 결승전의 "숨은 MVP"로 꼽으며 블로킹과 투수 리드를 높게 평가했다.
소속팀 사령탑의 눈에도 성장은 확실했다. 이숭용(55) SSG 감독은 "아시안게임 매 경기를 챙겨봤는데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조)형우의 기량이 늘고 안정적인 것이 보였다"며 "형우가 우리 팀의 키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그런 것이다. 점점 성장하면서 투수들도 믿고 따른다. 이렇게 가면 우리 팀도 더 견고해질 수 있다"고 칭찬했다.
대표팀에서 확인한 성장세는 복귀 직후 소속팀에서도 이어졌다. 지난달 30일 LG전에서 SSG는 9회초까지 0-3으로 끌려가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9회말 전의산(26), 고명준(24), 최지훈(29)의 안타로 만든 1사 만루에서 조형우가 LG 마무리 손주영(28)을 상대로 좌전 2타점 적시타를 때려 단숨에 한 점 차로 추격했다. 이어 폭투로 3-3 동점을 만들었고 정준재(23)가 2사 1, 2루에서 끝내기 좌중간 적시타를 터트려 4-3 대역전승을 완성했다.
올 시즌 숫자도 성장세를 보여준다. 조형우는 99경기에서 타율 0.260(311타수 81안타), 8홈런 39타점 42득점, 출루율 0.318, 장타율 0.402, OPS 0.720을 기록 중이다. 2루타도 20개를 때렸다. 지난해 102경기 타율 0.238, 4홈런 29타점과 비교하면 타격 생산력이 전반적으로 좋아졌다.

그런데 정작 조형우 자신에 대한 평가는 한없이 냉정했다. 조형우는 "투수 리드하는 부분이 가장 늘어난 것 같다"면서도 "도루 저지는 솔직히 지난해보다 훨씬 못하고 있고 블로킹도 지난해보다 못한 것 같다. 타격도 매일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안정된 것뿐이지 드라마틱하게 좋아진 건 아니다"라고 돌아봤다.
올해 도루 저지율은 26.7%로 700이닝 이상 수비한 포수 가운데 공동 4위지만 정작 조형우는 만족하지 않았다. 시즌 내내 팔꿈치 통증을 안고 뛰었다는 사정도 있었다. 그는 "올해 계속 팔꿈치 통증을 달고 살았다. 그런 부담 때문에 내 퍼포먼스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도 이를 핑계로 삼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은 많이 좋아졌고 내년에는 상태가 더 좋아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문제까지 해결해 이제는 긴 공백 없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 마음이 홀가분해질 법하지만, 조형우가 스스로 요구하는 기준은 오히려 높아졌다. 조형우는 "나 스스로 이제는 진짜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올해 정도로도 많이 부족하다"며 "내년에는 확실한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한다. 팀이 잘하기 위해서는 내 자리가 굉장히 중요하다. 평균적인 성적이 아니라 누가 봐도 '잘한다'고 할 정도가 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보다 먼저 끝내야 할 일이 있다. 올 시즌 SSG를 최대한 높은 곳에 올려놓는 것이다. 2027년은 SSG가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보내는 마지막 시즌이다. 올해 6위로 마치면 내년 홈 개막전을 이곳에서 치를 수 있다는 점을 선수들도 의식하고 있다.
조형우는 "선수들끼리도 의식하고 있다. 다만 나 개인적으로는 홈 개막전이 욕심난다기보다는 어쨌든 최대한 높은 순위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게 의미가 없다면 5위까지만 순위를 매기고 그 밑으로는 순위를 안 매겨도 되지 않나. 선수라면 최대한 높은 순위에 있으려고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난 6위는 꼭 하고 싶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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