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NBA 경력만 앞세우는 외국인 선수가 아니었다. 울산 현대모비스 외국인 선수 다리우스 베즐리가 코트 안팎에서 남다른 '소통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18일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열린 2026~2027 LG전자 프로농구 수원 KT와 원정 경기에서 96-80으로 승리했다.
현대모비스로선 의미가 남다른 승리였다. 지난 시즌부터 이어진 구단 역대 최다 원정 15연패에서 마침내 벗어났다.
베즐리는 23점 1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승리에 앞장섰다. 게이지 프림도 20점 7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올렸고, 이우석은 20점을 보탰다. 서명진은 1쿼터에만 13점을 몰아넣으며 현대모비스가 초반부터 분위기를 잡는 데 힘을 보탰다.
KT전을 하루 앞두고는 베즐리의 남다른 리더십이 빛났다. 서명진은 "베즐리가 전날 운동할 때 선수들을 따로 불러 모아서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시즌 초반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계속 움츠러들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였다. 서명진은 "베즐리가 선수들에게 '우리가 지는 이유는 상대가 잘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실수해서 진 것이다. 실수를 줄이고 자신감을 가지면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고 떠올렸다.
계속된 패배로 자칫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선수가 먼저 동료들을 불러 모아 자신감을 강조한 것이다. 덕분에 현대모비스는 바로 다음 날 KT를 16점 차로 꺾고 길었던 원정 연패에 마침표를 찍었다.
베즐리는 이력부터 화려한 선수다. 지난 2019년 미국프로농구(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3순위로 지명됐다. 오클라호마시티 선더를 중심으로 피닉스 선스, 유타 재즈 등에서 뛰며 NBA 무대를 경험했다.
특히 오클라호마시티에서 뛰던 2020~2021시즌에는 55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평균 13.7점 7.2리바운드를 기록하는 등 주축 선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 선수들이 직접 경험한 베즐리는 화려한 NBA 경력을 내세우기보다 먼저 동료들에게 다가가는 선수였다.
서명진은 "베즐리는 일대일에 강한 선수이기도 하지만 팀원들과 계속 대화하려고 한다"며 "본인이 자리를 잡아주면서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도 이야기한다. 그런 부분도 베즐리의 큰 장점이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언어 장벽이 있어도 베즐리가 먼저 벽을 허물고 있다. 서명진은 "사실 저희가 영어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면서도 "그런데 베즐리처럼 적극적으로 외국인 선수가 먼저 다가와 대화하려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올여름 일본 전지훈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서명진은 "베즐리는 선수들과 정말 얘기를 많이 하려고 한다. 자기가 밥을 먹지 않더라도 선수들이 있는 테이블 옆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며 "저희도 그런 부분에서 많이 도와주려고 한다"고 전했다.

양동근 현대모비스 감독 역시 베즐리의 적극적인 소통을 높게 평가했다. 양 감독은 "베즐리가 선수들과 말을 제일 많이 한다"고 강조했다.
농구 이야기가 나오면 더욱 적극적이다. 베즐리는 또 다른 외국인 선수인 프림, 코칭스태프와 함께 비디오를 보며 지난 경기를 되돌아보고 전술적인 부분까지 꼼꼼하게 점검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국내 선수들과도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공유한다.
양 감독은 "우리가 이야기하는 부분을 베즐리가 모두 이행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가 처지는 수비를 한다면 베즐리가 다른 선수들에게 '내가 이렇게 움직일 테니 너희도 이렇게 움직여 달라'는 식으로 타이밍까지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코트 밖에서는 더욱 반전이다. NBA 무대까지 경험한 선수지만 양 감독은 베즐리에 대해 "그냥 고등학생 같다"고 표현했다.
양 감독은 "베즐리가 만날 때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라고 한다"고 웃었다.
한국 문화에 적응하려는 노력도 적극적이다. 양 감독은 "일본 전지훈련을 갔을 때 선수들에게 '이거 인사를 하루에 몇 번 해야 되는 거냐'고 묻더라"며 "그 정도로 우리 문화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심지어 선수들과 함께 식사할 때는 통역이 다가오면 직접 대화하겠다며 자리를 비켜달라고 할 정도다. 양 감독은 "베즐리가 쉬운 영어를 쓰면서 선수들과 직접 이야기하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기장 안에서는 흥분할 때도 있지만 경기가 끝나면 그렇게 순수할 수가 없다"며 "되게 맑은 선수"라고 미소를 지었다.
현대모비스가 'NBA 출신' 베즐리에게 기대하는 것은 화려한 플레이와 폭발적인 득점뿐만이 아니다. 팀의 일원이 되기 위해 스스로 벽을 허물고 있는 베즐리의 '소통 리더십'도 현대모비스에 큰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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