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리그(ML) 통산 112승의 관록도 벼랑 끝에 몰린 LG 트윈스를 구하지 못했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카를로스 카라스코(39)가 2회도 채우지 못하고 무너졌다. 나성범(37)의 초대형 선제 솔로홈런에 이어 김도영(23)의 만루홈런까지 터지면서 잠실은 충격에 빠졌다.
카라스코는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선승제) 3차전에 선발 등판해 1⅓이닝 만에 강판됐다.
LG로서는 믿기 어려운 결과다. 앞선 광주 1, 2차전에서 각각 1-5, 3-6으로 패한 LG는 이날도 패하면 그대로 시즌을 마감한다. 정규시즌 막판부터 KIA에 9연패를 당한 가운데 베테랑 외국인 투수 카라스코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기대할 만한 이유도 있었다. 카라스코는 올해 정규시즌 11경기에서 6승 3패 평균자책점 4.05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14일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WC) 1차전에서는 6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승리를 이끌며 준PO 진출에 앞장섰다.
반면 KIA 선발 시라카와 케이쇼는 정규시즌 LG 상대 2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7.71로 고전했다. 선발투수들의 최근 상대 전적과 경험만 놓고 보면 LG가 기대를 걸 만한 대진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다. 카라스코는 1회초 선두타자 박정우와 9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박재현)의 1루 땅볼로 선행 주자를 잡아냈지만, 이후 박재현에게 2루 도루까지 내줬다. 김도영에게는 중견수 방향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허용했으나 다행히 뜬공으로 처리했다. 이어 해럴드 카스트로를 2루 땅볼로 잡아내며 첫 번째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2회초 시작과 동시에 악몽이 펼쳐졌다. 선두타자 나성범이 카라스코의 한가운데 몰린 시속 147.9㎞ 직구를 놓치지 않았다. 힘껏 잡아당긴 타구는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비거리 131.8m에 달하는 대형 선제 솔로홈런이었다.
카라스코는 김선빈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한숨을 돌리는 듯했다. 그러나 수비마저 그를 돕지 않았다. 한준수의 땅볼 타구를 1루수 문정빈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주자가 출루했다. 이어 김규성이 볼카운트 0볼 2스트라이크의 불리한 상황에서 카라스코의 포크볼을 걷어 올려 중전 안타를 만들었다.
하주석에게는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다. 순식간에 1사 만루. 카라스코에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그러나 박정우가 좌전 적시타를 터뜨리면서 KIA가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결국 염경엽 LG 감독은 더 기다리지 않았다. 카라스코를 내리고 존 케네디를 투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문제는 카라스코의 강판으로도 KIA의 공격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케네디마저 박재현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김도영이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비거리 145.8m, 타구속도 시속 179.3㎞의 대형 홈런이었다. 그러면서 카라스코의 실점도 5점까지 불어났다.
선발투수의 조기 강판과 수비 실책, 구원투수의 만루홈런 허용까지 벼랑 끝에 몰린 LG로서는 피하고 싶었던 장면들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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