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니 잘 좀 해봐."
지난 11일 커리어 첫 우승을 이룬 정수빈(27)이 우승 소감 중 팀 동료인 김보미(28·NH농협카드)를 향해 던진 말이다. 늘 우승 후보로 꼽히지만 무관에 머물고 있는 친한 언니를 독려하는 말이었다. 이번엔 희비가 엇갈렸다.
정수빈은 22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당구 2026-2027시즌 5차 투어 '잘 사는 방법 zgm NH농협카드 PBA-LPBA 챔피언십' LPBA 16강에서 임정숙(크라운해태)에 세트스코어 2-3(11-7, 11-4, 0-11, 7-11 8-9)으로 졌다.
정수빈은 지난 대회에서 커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 기세를 몰아 이번 대회에서도 승승장구했다. 64강 김도경과 경기에선 애버리지 2.083으로 압도했다.
그러나 5회 우승자 임정숙 앞에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시작은 좋았다. 1세트를 11-7, 2세트는 11-4로 이기며 8강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3세트부터 흐름이 바뀌었다. 임정숙이 무섭게 몰아치며 3,4세트를 가져왔고 5세트에도 8-4까지 앞서갔다. 정수빈이 막판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8-8 동점을 만들었으나 마지막 공격이 아쉽게 빗나간 뒤 임정숙이 대회전을 통해 경기를 마무리했다.

반면 정수빈으로부터 귀여운 쓴소리를 들었던 김보미는 우승자 출신 강지은(하이원리조트)을 만나 풀세트 접전 끝에 3-2(11-4, 3-11, 11-0, 8-11, 9-2)로 이기고 8강으로 향했다.
LPBA 통산 상금 랭킹 9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김보미는 15위 내 선수 중 한지은(에스와이·14위)과 더불어 유이하게 우승이 없는 선수다. 프로 원년부터 꾸준히 활약해왔다는 점에선 나중에 합류한 한지은과 비교하기 어렵다.
우승 빼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준우승만 3번, 4강엔 15번이나 진출했다. 그렇기에 올 시즌이 더 아쉬웠다. 개막전에서 8강에 진출했으나 이후엔 64강, 128강, 64강에 그쳤다.
그러던 터였기에 이번 8강행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첫 우승을 위해 반드시 넘어서야 하는 상대를 만났다. 프로당구 역사상 최초 20회 우승에 도전하는 '여제' 김가영(하나카드)을 8강에서 격돌하게 됐다. 경기는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열린다.
김보미 외에도 임정숙과 박정현(하림), 이미래(하이원리조트), 강유진, 이선영, 이마리가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같은 시간 펼쳐질 이미래와 박정현의 대결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임정숙과 이마리, 이선영과 이마리는 이날 오후 8시 30분에 격돌한다.

남자부 64강에선 이변이 속출했다. 조재호(NH농협카드)가 김남수에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했고 다니엘 산체스(스페인·웰컴저축은행)도 안토니오 몬테스(스페인·브레이커스)에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128강서 어렵사리 승리한 조재호는 이날 김남수를 상대로 고전했다. 조재호는 1세트를 7-15(8이닝)로 패배했지만, 2세트엔 15-6(6이닝)로 가져가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3세트에 김남수가 4이닝 만에 15점을 채워 15-9로 승리, 4세트엔 5이닝에 하이런 8점을 기록하며 15-4(6이닝)로 완승, 조재호를 제치고 32강 티켓을 손에 넣었다.
산체스는 자국 후배 몬테스에 패배했다. 몬테스는 1세트 15-5(6이닝)로 기선 제압 이후 2세트도 15-3(7이닝)로 완승을 거뒀다. 3세트엔 8-8 동점 상황에서 산체스는 2점을 추가하는 데 그친 반면, 몬테스는 7이닝에 5점을 뽑아내 13-8로 격차를 벌렸고, 이후 9이닝에 남은 2점을 채워 15-10(9이닝)으로 경기를 마쳤다. 산체스가 이날 애버리지 0.900으로 다소 저조한 컨디션을 보인 반면, 몬테스는 애버리지 2.045로 맹타를 휘둘렀다.
'승부사' 최성원(휴온스)과 '3쿠션 차세대 기수' 김준태(하림)는 각각 오태준(NH농협카드) 톤비엣호앙밍(베트남)에 승부치기 끝에 석패했다. 4차 투어 우승자 응우옌꾸옥응우옌(베트남·하나카드)도 '20대 신예' 김관우에 세트스코어 1-3으로 패배했다.
반면 '헐크' 강동궁(휴온스)은 유창선을 세트스코어 3-1로 제압하고 32강에 올랐으며, '신성' 김영원(하림)도 박흥식을 3-0으로 완파했다. '스페인 최강'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는 방정극을 3-1로 제압했다. 이충복(하이원리조트) 조건휘(웰컴저축은행) 다비드 사파타(스페인·우리금융캐피탈) 무라트 나지 초클루(튀르키예·하나카드) 등도 32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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