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를 찾아봐도 혼자서 선수 서너 명의 통역을 맡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정말 감사하다."
일본 국가대표 출신 오카다 아키타케(33·울산 웨일즈)가 한 시즌을 마친 뒤 특별히 고마움을 전한 사람이 있었다. 올해 처음 야구단 통역에 도전해 일본인 선수 4명을 책임졌던 이기범(42) 울산 통역이다.
이기범 통역은 지난달 31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원래 야구단 통역을 정말 해보고 싶었다. 여러 구단에 면접을 보러 다녔는데 대부분 잘 안됐다"라며 자신의 첫 시즌을 돌아봤다.
낯선 일은 아니었다. 동생 이기훈(35) 씨가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삼성 라이온즈에서 나이토 시게토 트레이닝 코치의 통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동생에게 야구단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업무를 준비했지만, 정작 첫 기회를 얻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그에게 손을 내민 구단이 올해 창단한 울산이었다. 특이한 점은 처음부터 일본인 선수 세 명을 담당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보통 야구 구단 통역은 1~2명의 선수를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이기범 통역은 "오히려 3년 치 경험을 한 번에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지원했다. 마침 기회를 주셔서 감사했다"고 웃었다.

쉽지만은 않았다. 이기범 통역은 "한 선수를 놓치면 세 명 모두 놓칠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며 "생각보다 재미있는 일도 많았고 힘든 부분도 있었다. 그래도 시즌 전체를 돌아보면 정말 만족스럽고 감사한 1년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부터 함께한 선수들은 오카다와 나가 타이세이(27), 고바야시 주이(25)였다. 이후 7월 소노 유토(26)가 합류하면서 담당 선수는 네 명으로 늘었다. 국적만 같을 뿐 그들이 일본에서 걸어온 길은 제각각이었다. 오카다는 히로시마 도요 카프에서 2017년 12승을 거두고 일본 국가대표까지 경험한 베테랑이다. 고바야시는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 출신이고, 나가는 일본 독립리그 다승왕 출신으로 울산에 합류했다. 유토 역시 일본 독립리그 군마 다이아몬드 페가수스에서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다 시즌 도중 한국을 찾았다.
네 선수는 창단 첫해 울산 마운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오카다는 올해 퓨처스리그 17경기에서 6승 4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2.40을 기록했다. 고바야시는 23경기에서 9승 5패 평균자책점 2.94를 남겼다. 나가는 22경기 8승 3패 평균자책점 3.57에 100탈삼진으로 구단 창단 첫 시즌 100탈삼진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7월 합류한 유토도 12경기 1승 1패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1.23으로 불펜에 힘을 보탰다.

이기범 통역은 성격이 다른 네 선수와 함께한 시간이 특히 재미있었다고 했다. 그는 "오카다는 오랫동안 프로 생활을 해서인지 정말 신사적이었다. 자신이 어디까지 도움받고 싶은지를 명확하게 이야기해 줬다"며 "고바야시는 야구 소년 같았다. 화날 때는 화내고 기쁠 때는 좋아하는 등 감정 표현이 솔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가는 왕자님 같은 스타일이었다. 유토는 나중에 합류했는데 다른 선수들이 이미 울산 생활에 익숙해져 있어 편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며 "네 선수의 성격이 모두 달라 정말 재미있었다"고 미소 지었다.
한국 생활에 대한 반응도 다양했다. 가장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은 의외로 음식이었다. 이기범 통역은 "일본 선수들이 빨갛고 매운 음식을 어려워했다. 특히 경상도에는 그런 음식이 많다 보니 고생했다"면서도 "그 외에는 대부분 만족했다. 울산이 큰 도시이고 부산과 가까웠고 구단에서도 생활을 잘 도와줬다"고 전했다.
야구장에서는 한국 특유의 응원 문화가 특별한 경험이 됐다. 이기범 통역은 "일본 선수들은 울산에 오기 전 독립야구 등을 경험했다. 문수야구장에는 팬들이 많이 오시고 치어리더와 응원단장도 있다. 선수들도 한국 야구 특유의 응원을 경험하면서 굉장히 만족스러워했다"고 설명했다.

그런 응원은 통역에게도 돌아왔다. 이기범 통역은 "매번 찾아오는 팬들이 있고 특별한 방식으로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선수도 아닌 내 이름을 불러주시는 팬들까지 계셨다"라며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찾아와 주시는 분들이니 부탁하시는 것이 있으면 최대한 도와드리려고 했다"고 밝혔다.
일본인 선수들 맏형 오카다 역시 울산에서의 한 시즌을 돌아보며 통역의 도움을 잊지 않았다. 오카다는 "개막 전부터 시즌이 끝나는 지금까지 계속 함께했다. 일본에서 프로 선수로 뛸 때도 한 사람이 서너 명의 통역을 맡는 경우는 경험하지 못했다"며 "통역뿐 아니라 경기장 안팎의 여러 일까지 도와줬다. 정말 큰 도움을 받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울산은 창단 첫해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1위를 차지했고 챔피언결정전과 울산-KBO 폴리그에서 모두 준우승을 거뒀다. 일본인 선수들과 이기범 통역에게도 처음 경험한 울산에서의 한 시즌이 막을 내렸다.
이기범 통역은 앞으로도 야구와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일본인 선수 네 명도 나중에 다른 곳에서 야구하게 되면 함께하고 싶다고 이야기해 줬다"며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일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나는 야구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디에서든 야구와 관련된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