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이라는 게 결국 인연과 타이밍의 문제인 것 같다."
다 잡았던 한국프로야구 KBO 리그 1군 진출 기회를 눈앞에서 놓쳤다. 2개월 만에 그 아쉬움을 다시 꺼낸 오카다 아키타케(33·울산 웨일즈)는 오히려 환하게 웃어 보였다.
오카다는 지난달 31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울산 웨일즈와 LG 트윈스 관계자분들이 모두 노력해 주셨는데 결국 이적이 성사되지 않아 아쉬웠다"면서도 "그렇다고 누구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러 상황에서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한바탕 한국 야구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다. LG는 지난 8월 어깨 부상을 당한 아시아쿼터 투수 라클란 웰스(29)의 대체자로 울산의 일본인 투수 오카다를 낙점했다. 당시 오카다는 퓨처스리그 13경기에서 4승 3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하며 경쟁력을 입증한 상태였다.
LG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몇 차례 규정 해석을 문의해 영입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울산과 이적 합의를 마쳤고, 오카다 역시 선수단과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서울로 향했다. LG 유니폼과 장비까지 준비됐고 계약서에도 서명했다.
그러나 8월 12일 공식 발표를 앞두고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KBO가 기존 해석을 번복하며 울산 소속 외국인 선수의 이적은 7월 31일까지만 가능하다고 통보한 것이다. 결국 이적은 무산됐고, KBO는 규정 검토 미흡을 인정하며 양 구단에 사과했다. 당시 염경엽 LG 감독도 "선수가 가장 안쓰럽다"며 안타까워했다. 오카다는 자신의 SNS를 통해 아직 마음을 정리하지 못했다면서도 LG 구단에 감사의 뜻을 전한 바 있다.

약 두 달 반이 흐른 뒤 다시 만난 오카다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그는 "내가 울산에서 보여준 실력을 LG에서도 인정해 줬기 때문에 이적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나를 높이 평가해 주신 것이니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적 무산 이후 LG를 상대로 펼친 호투도 화제가 됐다. 오카다는 8월 31일 LG 퓨처스팀과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울산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자신을 영입하려던 구단을 상대로 보란 듯이 승리했다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오카다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주변에서는 그런 이야기도 있었는데 난 그런 감정이 전혀 없었다"며 "당시 몸 상태와 투구 내용이 좋았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왔을 뿐이다. 상대가 LG라고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웃으며 "지켜보는 팬들 입장에서는 이적이 무산된 뒤 LG를 상대로 잘 던지는 모습이 재미있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쉬웠던 기억을 웃음 섞인 이야기로 풀어낸 오카다에게 한국에서의 한 시즌은 특별했다. 오카다는 2015년 일본프로야구(NPB)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히로시마 도요 카프의 지명을 받았다. 2017년에는 12승 5패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하며 히로시마의 센트럴리그 우승에 기여했다. 그러나 이후 부상과 부진이 겹쳤고, 2021년에는 오른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까지 받았다.
결국 일본 프로 무대를 떠나 지난해에는 사회인 야구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은퇴도 진지하게 고민했던 시기였다. 오카다는 "정말 그만두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아내와 가족들이 아직 시속 150㎞를 던질 수 있는 동안에는 야구를 계속해 보라고 응원해 줬다. 주변에서도 아직 젊으니까 더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격려해 주셨다"고 털어놓았다.

그때 찾아온 기회가 올해 창단한 울산 웨일즈였다. 새로운 나라에서 야구를 경험하고 싶었던 그는 특히 일본에는 없던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에 관심을 가졌다. 오카다는 "실제로 경험해 보니 ABS가 내 투구 스타일과 굉장히 잘 맞았다.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며 "과거보다 구위는 조금 떨어졌을지 몰라도 지금은 원하는 곳으로 공을 던질 수 있고, 팔꿈치에 대한 두려움 없이 투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KIA 타이거즈와 2026 울산-KBO 가을리그 준결승에서도 최고 시속 150㎞의 빠른 공을 던졌다. 3⅓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던 중 강습 타구에 손가락을 맞아 교체됐지만, 병원 검진 결과 다행히 골절 소견은 없었다.
오카다는 "지난해에는 사회인 야구를 했는데 올해 울산에서 다시 프로 계약을 맺고 팬들 앞에서 야구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결과도 남겼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던 시즌"이라며 "히로시마와 울산 모두 팬들의 따뜻한 응원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도시였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다시 KBO 리그에 도전할 생각일까. 오카다는 특정 구단을 향한 기대감을 섣불리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또 한 번 웃으며 계약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그는 "그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내가 어느 구단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고 해서 반드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구단에서 관심을 가져주더라도 상황이나 조건, 시기가 맞아야 한다. 결국 계약은 인연과 타이밍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계속 뛸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미소와 함께 "이번엔 계약이 잘 성사된다면"이라고 농담을 건네면서 "내년에도 한국에서 야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인연을 만나 내년에도 어디선가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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