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억 빚은 그룹 룰라 출신 이상민의 방송 인생을 따라다닌 꼬리표였다. 하지만 이상민은 자신의 약점을 감추는 대신 예능의 무기로 삼았다. 때로는 주인공으로, 때로는 한발 물러난 조연으로 자신의 자리를 정확히 알고 움직였다. 그의 롱런에는 나름의 '예능 생존학'이 있었다.
최근 스타뉴스 창간 22주년을 맞아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상민은 오랜 시간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을 돌아봤다.
이상민은 방송 활동을 시작할 무렵 자신이 약 70억 원의 빚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과정을 털어놨다. 그는 과거 사업 실패로 법인의 채무가 개인에게 돌아왔고, 한 방송 출연 직후 출연료가 압류되면서 구체적인 채무 규모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이상민은 자신의 채무 사실을 숨기지 않고 방송에서 먼저 공개했다.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 출연 당시 처음으로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 그는 "제 스스로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먼저 털어놓고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해 처음으로 빚이 이만큼 있다는 걸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저부터 털어주십시오' 하고 다 밝힌 뒤 파산이나 회생 신청을 하지 않고 노력해서 다 갚겠다고 얘기했다. 그게 대중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상민은 자신의 채무를 예능의 소재로 삼는 데에도 거부감이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방송에서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빚쟁이'라는 수식어를 만들어준 동료 김희철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이상민은 김희철과 함께 고정 멤버로 출연했던 JTBC '아는 형님'을 언급하며 "'아는 형님'은 반말하는 콘셉트이다 보니 (김)희철이가 '빚쟁이 주제에'라고 했던 게 굉장히 재미있게 표현되며 하나의 캐릭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빚쟁이라는 캐릭터는 희철이가 만들어준 것"이라며 "그래서 희철이한테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예능에서 자신의 역할을 정하는 방식에도 이상민만의 기준이 있었다. 그는 프로그램마다 자신의 존재감을 다르게 가져간다고 했다. 이상민은 "각 프로그램에 저의 존재감이라는 걸 다 나름 해석하고 분배해서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어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제가 나오는 회차의 주인공이지만, '아는 형님'에서는 또 제가 맨 뒷자리에서 보조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프로그램에서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는다고 해서 내 위치가 '아는 형님' 맨 뒷자리에서 달라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자리에서 내가 해왔던 캐릭터를 유지하면서 제가 15%만 보여줘도 '아는 형님'은 100%가 될 수 있게 하고, '미운 우리 새끼' 제 회차에서는 또 100% 존재감을 보여줘야 하니 그렇게 임한다"고 덧붙였다.
출연할 프로그램을 고르는 기준 역시 분명했다. 그는 "내가 궁금하거나, 내가 배울 게 있거나, 내가 즐거워야 한다는 기준을 두고 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모든 프로그램이 장수 프로그램이 되고 시즌제도 계속 영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채무를 갚아가는 과정에서 함께 방송을 만든 동료들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었다. 이상민은 "가장 가까운 사람은 함께 카메라 안에서 대화를 나누는 동료들"이라며 "강호동, 서장훈, 이수근, 김희철 등과 얼굴 보며 얘기할 수 있어 너무 좋았고, 가끔 (강)호동이 형이 힘내라고 안아줄 때도 큰 도움이 됐다. 신동엽 형, 김구라 형, 하하 등 동료들의 응원이 큰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하루에 서너 개, 일주일에 12개의 프로그램을 소화하던 시절에도 이상민은 방송을 이어갔다. 그렇게 쌓아온 시간 끝에 그는 현재 채무를 모두 청산했다.
하지만 채무 청산 후에도 그는 다시 한번 자신의 한계를 시험할 목표를 세웠다. 이번에는 예능인이 아닌 프로듀서로서 아이돌 제작에 도전한다. 이상민은 "빚을 갚는 것만큼 고통스럽기도 하고 현실과 많이 다퉈야 할 목표라면 나를 다시 한번 괴롭게 만들 만한 목표인 것 같았다"며 프로듀서로서의 복귀를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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