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 귀경길의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KTX나 고속버스, 자동차 안에서 영화 한 편을 통째로 보기보다 짧은 영상을 하나씩 넘겨보며 이동 시간을 채우는 이들이 많아졌다. 최근에는 생성형 AI(인공지능)로 만든 숏폼 드라마까지 새로운 '킬링타임'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AI 숏폼은 짧게는 수십 초, 길어도 몇 분 안팎의 영상에 한 편의 이야기를 담는다. 재벌과 신데렐라의 로맨스부터 복수극, 판타지까지 소재도 다양하다. 한 편의 이야기가 끝나면 곧바로 다음 편으로 이어진다.
특히 AI 숏폼에서는 실제 촬영으로는 제작 부담이 큰 장면들이 등장한다. 현실에서는 보기 어려운 이색적인 공간, 시대극 속 의상과 배경 등이 짧은 영상 안에서 펼쳐진다. 숏폼 드라마 IP 매니지먼트 및 글로벌 유통 사업을 하는 비에이블컴퍼니 강다해 대표는 AI 숏폼에 대해 "예전에는 제작 비용 때문에 찍을 수 없었던 배경들이나 스케일이 굉장히 커지고 장르와 배경이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시장에서도 AI 숏폼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KT스튜디오지니 숏폼사업팀 박지훈 팀장은 "2026년도 초부터 중국을 시작으로 AI 숏폼 드라마가 급부상했고, 현재는 미국 시장까지 AI 숏폼 드라마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비에이블컴퍼니 강다해 대표 역시 해외 플랫폼들의 AI 콘텐츠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강 대표는 "해외 플랫폼들이 한 번에 50~100편가량의 숏폼 콘텐츠를 요청할 때, 20~30% 정도는 새로운 AI 콘텐츠가 있는지를 문의할 정도"라고 말했다.

AI 숏폼이 빠르게 늘어난 데에는 제작비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시장에서 50부작 숏폼 드라마의 제작비는 기존 실사 기준 1억~1억5000만원 수준이지만, AI를 활용할 경우 2000만~3000만원 선까지 낮아질 수 있다.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작품을 시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AI 숏폼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인물의 표정이나 움직임이 실제 배우처럼 자연스럽지 않거나, 서로 다른 작품인데도 비슷한 얼굴이 반복되는 경우가 있다. 강다해 대표는 "아직 AI가 완벽하지 않고, 데이터의 모음이다 보니 예쁘고 잘생긴 표준 얼굴을 중심으로 결과물이 나와 일괄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시청자가 영상을 계속 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짧은 분량 안에 갈등을 만들고 다음 이야기를 예고하는 방식 때문이다. '무슨 일이 벌어질까'라는 궁금증이 생기면 한 편을 더 누르게 된다.
장거리 이동이 이어지는 추석 연휴는 이런 짧은 콘텐츠를 소비하기에 좋은 시간이다. 어색한 장면에 피식하면서도 어느새 다음 편을 감상한다. AI 숏폼이 명절 이동시간의 새로운 '1분짜리 심심풀이'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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