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다르빗슈 어떻게 공략해요?" 이정후는 긴장 속에서도 日을 이기려 했다 [★고척]

고척=김동윤 기자 / 입력 : 2023.03.1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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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지난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1라운드 B조 일본과 경기에서 3회초 2사 2루에 다르빗슈 유를 상대로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
[고척=김동윤 스타뉴스 기자] 프로 7년 차에 국제대회 경험도 풍부한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도 벼랑 끝 위기에서 맞이한 한일전은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일본을 넘어설 방법을 찾았다.

이용규는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3 KBO리그 시범경기를 앞두고 "(이)정후가 일본전 앞두고 6시 20분쯤 전화가 왔다. 처음엔 정말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걱정했다"며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전과 관련한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정후의 첫 마디는 "형, 저 너무 긴장돼요"였다. 두 차례 한국시리즈를 경험하고 숱한 국제대회를 치러온 KBO MVP에게도 이번 한일전은 특히나 긴장됐다. 첫 경기에서 호주에 패한 터라 일본전마저 지면 2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할 수 있었기 때문. 더욱이 이번 일본 대표팀은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출전해 역대 최강으로 평가받는 팀이었다.

이용규는 "(이)정후가 너무 긴장된다고 하는데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긴장해서 전화까지 하는 후배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냥 하던대로, 자신 있게 하면 된다고 해줬다. 정후는 운이 좋은 선수니까"라며 안타까워했다.

긴장하면서도 일본을 이겨보기 위해 어떠한 조언도 마다하지 않은 이정후다. 당시 선발은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였고, 2009 WBC 당시 이용규는 그를 상대로 안타를 치는 등 활약한 바 있다. 이용규는 "(이)정후가 '다르빗슈는 어떻게 공략해요?' 라고 물어보는데 나도 만난 지 너무 오래된 선수라 사실 당황했다"고 웃으면서 "그래도 내가 지금 현장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으로 편하게 말해줬다. 다르빗슈는 슬러브나 느린 슬라이더가 당시에도 워낙 좋았기 때문에 빠른 카운트에 빠른 공만 생각하고 치라고 했다.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느린 공을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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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왼쪽)와 이용규.


이정후는 선배의 조언을 새겨두고 결과를 만들어냈다. 첫 타석에서는 초구 시속 86.3마일(약 138.8㎞) 커터부터 공략하더니 4구째 96마일 직구에 좌익수 뜬 공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는 2사 2루에서 초구 시속 95.2마일(약 153.2㎞) 의 빠른 직구를 공략해 우전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이후에도 바뀐 투수 이마나가 쇼타의 시속 94.9마일(약 152.7㎞) 의 공을 공략해 좌전 2루타를 만드는 등 이정후는 이날 유일하게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이용규는 "국제경기에서 도쿄돔 분위기는 굉장히 일방적이다. 그 긴장감을 알고 있고 첫 경기에 패한 뒤 일본과 만나는 거라 압박감도 굉장했을 것이다. 나도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지만, 정후는 워낙 좋은 선수라 막상 또 경기에 나가면 그런 부담을 떨쳐내고 잘할 선수라 믿고 있었다"고 기특해 했다.

하지만 이정후의 분투에도 한국은 일본전에서 4-13으로 참패했고 최종 2승 2패로 WBC 세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란 씁쓸한 결과를 받아들었다. 이정후는 이번 대회 4경기에서 타율 0.429(14타수 6안타), 5타점 4득점, OPS 1.071로 맹활약했으나,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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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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