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 3인방 "꿈을 위해 참는다? 우린 안그래"(인터뷰)

김겨울 기자 / 입력 : 2009.06.1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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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안성은


유상무, 유세윤, 장동민(가나다 순)으로 이뤄진 개그 3인방이 바로 옹달샘 3인방이다. 과거 감자골 4인방, 갈갈이 패밀리 등이 유명했지만 차세대 개그 그룹은 오랜만이다. 이들과 캠핑카 인터뷰를 하는 날. 시트콤 '태희혜교지현이'의 박미선, 정선경, 김희정, 홍지민, 최은경을 한꺼번에 했던 '줌마테이너 5인방' 이후로 처음이다. 당시 너무 재밌게 수다를 떤 기억이 생생해 옹달샘 3인방도 기대되는데, 드디어 그들이 들어섰다.

캠핑카 안을 구석구석 살펴보던 이들은 "이것 우리 놀러갈 때 쓰면 좋겠네"라고 입을 모았다. "빌려드릴까요?"라는 기자의 말에 그들은 매니저를 불러 "계약서 써놔"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장동민은 다짜고짜 "우릴 왜 인터뷰해요? 인터넷에 다 나오는데"라며 불만을 터트리고, 유세윤은 계속 아내와 문자. 유상무는 "그만들 해. 지민이 동해 갔어. 내일까지 휴가란 말이야"라고 외쳐댔다. 소란스럽다.


반은 기사화 할 수 없는 독한 말들로 채워진 이들의 인터뷰를 일부 공개한다. (이하 유상무는 '무', 유세윤은 '윤', 장동민은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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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안성은


-옹달샘 3인방이란 말은 왜 생겼나요?


▶ 마르지 않는 개그 샘물이라서 옹달샘이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건 아닌데.(장) 처음 한 개그 이름이 옹달샘이에요. 딴 사람들을 록 동아리도 있고 여러 동아리가 있는데 우린 한 번 웃겨보고 싶어서 순수 창업 동아리 옹달샘을 만들었어요.(윤) 우리들 스스로 학비를 벌어서 부모님의 손을 빌리지 않고 말이죠.(무) 우리 동아리 오면 한 사람이 옆에서 화투 치고 있고 이 친구는 옆에서 거지처럼 동냥하고 있었죠.(장) 하하하. 사실 개그 제목이었어요. 순수 창업 동아리라는 아이템이었죠.(일동)

"그런데 우리 어디로 갈까요?(기자)" "글쎄요.(일동)" "옹달샘?(기자)" 기자의 썰렁한 농담에 캠핑카는 구타장소로 변했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할매가 뿔났다'의 한 장면 마냥 장동민은 유상무를 때리고, 유상무는 맞고, 유세윤은 둘 다 때리고..그런데 이들, 진짜 세게 때렸다. 매섭게.

"아프죠?(기자)" "세윤이 정말 세게 때려요.(무)" 장동민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씩씩 대며 비방용 언어를 섞었다. 그리곤 한 마디 했다. "세윤이는 자기가 때릴 때는 막 하다가 자기가 맞을 때는 낼름 도망가요. 때릴 수 없게." 한 참 그렇게 구타와 용서, 화해의 과정을 거치다 다시 인터뷰로 돌아왔다.

"우리 인터뷰 좀 하죠.(기자)"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면 이 기분일까. 정말 컨트롤이 안 되는 수업에 참여한 기분으로 인터뷰를 재개했다.

-세 분이 함께 개그를 하게 된 역사를 말해주세요.

▶ 처음 학교를 들어갔는데 셋이 눈에 맞았죠. 그리고는 우리 집에서 자취도 같이 하면서 뼈 빠지게 일을 시작했죠. 누구나 다 그렇게 열심히 하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시간이 흘러 봤더니 우리처럼 한 사람은 거의 없더라고요.(장) 다른 사람들이 보면 자화자찬일 수 있는데 저희는 10년 하는 것을 1년 만에 성취했어요. 정말 생계유지도 안 하고 개그맨에 몰두했거든요.(무) 사실 저희들 다 집에서 가장이에요. 어떻게 보면 다른 사람처럼 일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해야 할 입장이었죠.(장)

-그렇게 해서 시험에 붙었잖아요.

▶ 원래 처음에는 시험에 떨어졌어요. 우리가 그래도 학교에서 웃긴다고 날렸던 사람들인데 1차에 떨어지고 정말 많이 속상했어요. 그래서 1년 동안 아무 것도 안 하고 개그 준비만 했죠. 이상한 것 하지 말고 친구도 안 만나고요.(장) 23살이면 한창 놀러다닐 땐데 돈이 없어도 행복했어요. 여친 만나는 것도 1주일에 3,4시간 만나고 다시 개그 짜고.(윤) 새벽 6시에 자고 낮 12시에 일어나 다시 개그 짜고요.(장)

-개그 공부는 어떻게 했나요? 선배들 프로그램을 모니터했나요?

▶ 아뇨. 절대. 자만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최고라고 생각했어요. 원래 모방도 많이 하고 그래야 하는데 새로운 것들을 하려고 노력했죠.(장) 우리끼리 파이팅 하면서.(무)

-그래도 힘들었을 때도 있겠네요.

▶ 다른 연예인들 고생담 들으면 손발이 오그라들어요.(장) 우리도 삼시 세끼 사발면만 먹고 경찰서 불려가고 그런 고생이 왜 없겠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부끄러워요.(무) 어디 가면 힘들었을 때를 이야기 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힘들다고 생각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해요. '꿈을 위해 참는다'는 말, 저희는 제일 싫어해요. 그 일이 참을 만큼 힘들면 그만둬야지.(윤)

-그 때 1년을 통해서 노력했던 것이 '개그콘서트'에서 하는 것으로 이어졌겠네요.

▶ 그때 연구했다고 하기보다 그 때 것이 밑천이 된 것이죠. 1년 동안 고생한 바탕이 이제 개그 6년 차인데 거름이 됐다고 할까요?(장) 지금 그 때처럼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땐 오로지 그것만 했으니까 정말 돈이 없어도 행복했어요.(윤)

-본인들의 강점은 뭘까요?

▶사실 저는 개인기가 거의 없어요. 아마 상무나 세윤이가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에요.(장)

장동민의 겸손한 말에 갑자기 유상무와 유세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맞아요. 아무 것도 못했을 것이에요. 정말 xxx 였거든요. 아마 운전을 잘하니까 학원 버스 운영했을 것이에요"라고 입을 모았다. 그것도 아주 진지하게. 그러자 장동민도 수긍하며 "운전 잘하니까 로드 매니저 했을지도 몰라요"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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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안성은


-정말 세 분이 함께 할 때 최고의 시너지가 발생하나 보네요.

▶ 그건 정말 맞아요. 셋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절대 여기까지 아니 앞으로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에요.(장) 우리는 사실 개그 안 해도 셋만 함께 있다면 붕어빵 장사를 해도 재밌을 것이에요.(무) 사실 동민이 형이랑 저랑은 개그 시험을 볼 생각도 안했어요. 그 때 상무가 끌어줬으니까 한 것이지. 또 동민이 형은 형답게 우리를 챙겨주고요. 그래서 저는 행복해요.(윤)

-유세윤 씨 결혼할 때 옹달샘 차도 선물해주셨잖아요.

▶ 아. 그 중고차요? 하하. 얼마나 탈런지.(윤) 니가 사달라며?(장) 얘가 사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우리 결혼할 때는 자기가 요트 사준다고 약속했어요.(무)

정말 끝이 없다. 한 질문을 하면 이리 저리 공 튀기듯이 서브와 패스를 하는 이들, 그래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완성된 답변을 내놓는다. 정말 희한한 재주다. 이들이 보여주는 환상적인 호흡 개그, 그게 이들이 추구하는 개그가 아닐까.

<차량협조=투어익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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