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예능, '리얼'이거나 '토크'이거나

김명은 기자 / 입력 : 2009.12.0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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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브라운관에서는 예능이 드라마를 위협하는 '핫한' 인기를 모았다.

단순히 웃기기만한 예능이 아닌 눈물과 감동의 파노라마로 한 편의 다큐드라마를 선사하기도 했으며 솔직한 입담이 펼쳐지는 토크 프로그램들이 다양한 재미를 안기기도 했다.


그러나 올 한 해 예능은 장르의 편중화가 더욱 심각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한마디로 '리얼' 아니면 '토크'를 해야 프로그램이 뜬다는 인식이 방송가를 점령했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이미 지난해부터 예능의 주류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그 흐름을 올해 역시 이어갔다.


KBS 2TV '해피선데이'가 새 코너 '남자의 자격'을 신설했고, 이어 KBS 2TV '천하무적 토요일-천하무적 야구단', '청춘불패'가 차례로 시청자들을 찾았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속의 코너로 방송되던 '우리 결혼했어요'가 독립 편성을 이루면서 시청률 반등에 성공하기도 했다.

토크쇼 프로그램의 강세도 이어졌다. MBC '세바퀴'가 줌마렐라 신드롬을 일으키며 리얼 버라이어티의 틈바구니에서 차별화를 이루며 인기를 얻자, SBS '강심장'이 화려한 게스트를 통한 '인해전술'로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토크의 형식을 따르고 있는 KBS 2TV '스타 골든벨' 역시 가을 개편과 함께 새 단장을 했지만 여전히 토크의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KBS 2TV '출발드림팀 시즌2'와 '스펀지 2.0', '비타민', SBS '스타 주니어쇼 붕어빵', '퀴즈 육감 대결', '절친 노트' 등이 게스트와 구성에서 차별화를 이루고 있지만 이 가운데는 '리얼'과 '토크'라는 형식이 가미된 프로그램도 있다.

KBS 2TV '개그콘서트'만이 비교적 선전을 하고 있으나 공개 코미디를 비롯한 개그 관련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개그는 장르의 쏠림 현상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영역이기도 하다.

토크의 강화는 심야 음악 프로그램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SBS '김정은의 초콜릿' 등은 과거에 비해 MC가 출연자들과 토크를 벌이는 시간이 늘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쩔 수 없이 토크의 비중을 강화하는 경우까지 생기게 됐다.

KBS 2TV '상상더하기'는 '강심장'과 맞대결을 대비해 '일석이조-앞마당퀴즈'라는 코너를 신설했지만 불과 몇 주 만에 이를 없애고 토크 위주의 포맷으로 변형했다.

'상상더하기'의 윤현준 PD는 "시청률 그래프를 보면 토크가 진행되는 시간대의 시청률이 게임을 할 때보다 더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윤 PD는 "과거 '올드 앤 뉴' 코너가 큰 인기를 모았을 때도 실제 시청률은 앞서 진행된 토크 시간에 더 잘 나왔다"며 "시청자들이 토크에 더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KBS 2TV '해피투게더'가 오랜 시간 토크의 형식만으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8일 KBS가 2TV 토크쇼 프로그램 '샴페인'의 인기코너인 '이상형 월드컵'을 독립 편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져지자 많은 네티즌들이 토크가 더 재밌다는 반응을 보인 점도 결코 우연이 아닌 셈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리얼은 이미 지난해부터 경쟁력을 인정받아 이제는 예능의 대세로 굳어진 게 확실하다"며 "여기에 올해는 늘 봐오던 형식인 토크쇼의 힘을 새삼 확인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이 분명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시청자들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씁쓸함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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