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속 '시', 어떻게 칸 갔나?

김건우 기자 / 입력 : 2010.04.15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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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의 '시'가 제63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함에 따라 어떤 점이 높이 평가 받았는지 관심이 모인다.

칸국제영화제 사무국은 15일(현지시간) 이창동 감독의 '시'가 제63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고 밝혔다. '시'의 초청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이창동 감독이 '박하사탕' '밀양' 등으로 칸영화제와 인연을 맺었고 지난해에는 심사위원까지 맡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미국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 등은 앞 다퉈 '시'의 경쟁부문 진출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는 '시'의 완성도가 없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는 국내에도 자세한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궁금증을 일으키는 작품. '시'가 초청될 수 있던 것은 인물의 고통을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는 이창동 감독 특유의 연출력 때문으로 추측된다.

앞서 '밀양' '오아시스' '박하사탕' 등의 작품이 모두 현실적인 시선으로 한 인물을 담담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이창동 감독은 이 같은 점에 대해 지난 14일 제작보고회에서 "주변 사람들이 과거 작품보다 덜 불편하다고 했다"며 "과거에도 장애인 사회부적응자 이야기를 누가 극장 와서 보겠냐고 주위에서 이야기했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야기를 풀기에 쉽지 않은 이야기라는 것. 하지만 이창동 감독은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했다. 이창동 감독은 "근본적으로 관객과 만나고 싶고 가슴을 두드리고 싶다"며 "진심이 전달되면 이야기하고 소통될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소재인 시는 이창동 감독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기에 가장 편한 것이라 생각하고 선택했다. 경제적 가치만 중시하는 일상에서 시를 쓰는 게 어떤 의미가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의미 있는 것들에 대한 고찰. 그것이 이창동 감독이 '시'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 싶은 부분이다.

칸영화제도 이창동 감독의 이런 부분을 높이 평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미하일 하네케 감독의 '하얀 리본'의 경우도 시골 학교를 배경으로 파시즘 및 인간의 본성을 파헤쳤다. 작은 일상에서 인간의 심리를 파고든다는 점이 호평을 받은 만큼 '시'도 칸영화제의 성격에 잘 어울린다는 분석이다.

'시'는 경기도의 어느 작은 도시에서 손자와 함께 살고 있는 미자(윤정희 분)가 난생 처음 시 쓰기에 도전해, 세상에 대한 아픔을 시로 표현해내는 이야기다. 15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하는 윤정희와 이창동 감독이 만나 주목을 받았다.

제63회 칸국제영화제는 오는 5월 12일부터 23일까지 프랑스 남부 칸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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