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 vs '방자전', 닮은듯 다른 '들이대기'

임창수 기자 / 입력 : 2010.06.0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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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녀'와 '방자전'의 포스터


'방자전'의 기세가 무섭다. '방자전'은 지난 3일 개봉해 개봉 4일 만에 86만 관객을 동원하며 초반 강한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페르시아의 왕자', '드래곤 길들이기' 등 할리우드 대작 영화들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것.

이는 지난 5월 칸 효과를 누리며 분전한 '하녀'의 행보와도 닮았다. '하녀' 역시 '로빈후드', '드래곤 길들이기'와 경쟁을 펼치며 개봉 3주 만에 210만 관객을 동원했다.


'하녀'와 '방자전'은 나란히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관객동원에 다소 불리한 조건임에도 두 영화 모두 초반 흥행에 성공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켜낸 것이다.

이 외에도 두 영화 사이에서는 몇 가지 공통점이 눈에 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주연 배우들의 노출과 자극적인 내용이다. '하녀'는 전도연의 노출신과 이정재의 충격적인 대사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방자전' 또한 조여정이 생애 첫 노출연기를 한다는 이유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주연배우들이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하는 작품이라는 점도 닮았다. 전도연은 출산 이후 1년 만에 '하녀'로 컴백했으며 김주혁 또한 '방자전'이 '아내가 결혼했다' 이후 2년 만의 작품이다.


칸 필름마켓에서 이슈를 만들며 열기를 이어간 점도 공통점이다. '하녀'는 이정재의 전라 노출 스틸 사진으로 화제가 되었고 '방자전'은 뒤늦게 미공개 포스터가 공개되면서 주목을 끌었다. 문제의 포스터는 성행위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심의가 반려됐었다.

기초가 되는 원작이 있고 이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라는 것도 유사하다. '하녀'는 1960년 故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방자전'은 조선시대 고전문학 '춘향전'을 재구성했다.

결정적으로 두 영화는 모두 '천한 것'들이 '높으신 분'들에게 속된 말로 '들이대는' 이야기다. 영화 속 주인공인 두 주인공은 상황이 어찌됐건 자신의 감정과 분노에 충실하고(은이) 감히 주인님의 여자를 품는다(방자).

여기까지가 공통점이었다면 이제는 차이점을 짚어보자.

우선 두 영화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하녀'가 대저택에 들어온 하녀 은이(전도연 분)를 통해 '계급 간의 충돌과 갈등'을 그렸다면 '방자전'은 이몽룡의 몸종 방자(김주혁 분)를 주인공으로 인물들의 '욕망과 질투'를 중점적으로 그려냈다.

두 작품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들도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하녀'의 은이가 멍청하리만치 순수하다면 '방자전'의 춘향이는 사랑과 신분상승의 욕망 둘 중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줄 모르는 욕심쟁이다. 속물들만 사는 저택에서 오직 순수한 은이만이 돈에 굴복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인물이었다면, 춘향이는 조선시대답지 않게 조건과 스펙을 따지는 '신여성'인 것.

감독의 색깔도 극명히 갈린다. '하녀'의 임상수 감독은 '바람난 가족', '그때 그사람들' 등으로 문제적 영화의 중심에서 블랙코미디를 통해 사회문제에 대한 조소를 날려왔다. 임 감독은 '하녀'에서도 충격적인 결말을 통해 '아더매치(아니꼽고 더럽고 매스껍고 치사한)'한 세상에 대해 경멸과 독설을 내뱉는다.

반면 '방자전'의 김대우 감독은 훨씬 가벼운 웃음을 선사한다. '방자전'은 전작 '음란서생'에서와 마찬가지로 발칙한 상상과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들로 해학과 웃음에 집중한다. 전설적인 카사노바 마 노인(오달수 분)과 변태 변학도(송새벽 분)가 선사하는 웃음은 이 영화의 백미. 찌질한 이몽룡(류승범 분)과 짐승남 방자, 신여성 춘향이는 김 감독의 '춘향전'에 관한 농익은 농담을 더욱 감칠 맛나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칸 후광효과의 유무 또한 중요한 차이점이다. '하녀'는 제 63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 후광효과를 누리며 흥행에서 재미를 봤다. 흥미를 끄는 자극적인 내용과 노출, 게다가 칸 영화제에 초청된 웰 메이드 영화라는 포장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기에 충분했다.

초반 흥행기세만을 놓고 보면 개봉 4일 만에 86만 관객을 동원한 '방자전'이 82만명을 동원한 '하녀'보다 흥행에서 더 큰 재미를 보고 있다. 하지만 '하녀'가 누렸던 칸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는 점과 '2010 남아공 월드컵'이라는 변수가 남아있어 흥행을 쉽게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 '방자전'은 220만 관객을 돌파한 '하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춘향이를 사랑한 방자가 관객들의 사랑은 얼마나 받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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