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 4개월 공백..팬은 4개월치 노래를 잃었다

[김관명칼럼]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0.10.1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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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팟으로 음악을 듣다보면 자주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 터틀맨이 살아있어 거북이가 계속 활동을 했고 노래가 나왔더라면, 지금 가요계는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리고 지금 가요판을 보면 터틀맨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노래를 불렀을까."


'오방간다' '싱랄라' '깎아주세요' '비행기' '우습단 말야' 등 판에 박히지 않은 그들의 노래로 가요 팬들의 삶은 그만큼 윤택해졌고, 가요계의 스펙트럼은 풍성해졌었기 때문이다. 이는 김광석, 김현식 등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거의 모든 가수들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일 수도 있다.

이와는 다르게 몇개월치의 공백이 결과적으로 너무나 아까운 가수가 있다. 한 카페의 집요한 학력의혹 제기로 급기야 지상파 방송이 검증프로그램을 만들고,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까지 수사에 나선 가수, 바로 에픽하이의 타블로(사진)다.

결과만 놓고 보면 지난 6월부터 본격화한 타블로 학력논란은 경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와 타진요 카페 운영자의 "내가 졌다" 등의 발언으로 어느 정도 '진정'됐다. 타블로도 17일 새벽 자신의 트위터에 "진실을 응원하며 함께 아파해주셨던 많은 분들..감사합니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타블로가 이처럼 트위터를 재개한 것은 지난 6월11일 앞으로 긴 휴식을 갖겠다는 글을 마지막으로 올린 지 4개월여만이다. 타블로는 6월12일 마지막 공연 이후 대외적인 활동을 중단했던 터라 이날 트위터 글이 혹 앞으로의 음반, 공연 활동의 신호탄은 아닐지 팬들의 기대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동시에 팬들은 그간 알게 모르게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없었더라면 그가 집중해서 내놓았을 단단한 음악과 매서운 노랫말은 아예 세상에 태어날 꿈조차 꾸지 못했다. 의혹제기와 논란, 검증이라는 4개월여의 '기회비용'은 그만큼 너무 컸다.

지난 2003년 데뷔한 타블로의 에픽하이는 한국 가요신에서 음악적 깊이와 대중성 모두를 한 손에 움켜쥔 빼놓을 수 없는 힙합그룹이었다. 2005년 내놓은 'FLY'는 그 해 SG워너비와 버즈가 휩쓸고 간 멜론 연간차트 톱100에 힙합곡으로는 최고 성적인 '17위'에 이름을 올렸더랬다.

이밖에 지선이 피처링한 2006년곡 'Paris', LG싸이언 CF에 삽입된 2007년곡 'Love Love Love'(2007년 멜론 6위)와 'Fan'(14위), 윤하가 피처링한 2008년곡 '우산', '1분1초' 등 이들이 내놓은 노래에 대한 팬들의 사랑은, 강혜정과의 결혼 소식 때 보여줬던 것 이상으로 대단했다.

이런 에픽하이가 그 잃어버린 4개월 동안 음악을 내놓았더라면? 비록 멤버 미쓰라진과 DJ투컷이 군입대해 있는 상황이지만, 타블로가 1인 그룹 에픽하이 형식으로 활동을 했더라면? 지난 5월에 있은 아내 강혜정의 출산 소식과 득녀 기쁨, 아니면 아이돌 천지가 돼버린 현 가요판을 바라보는 심정을 노랫말로 옮겼더라면?

'학력 논란과 검증, 의혹제기와 해소'의 긴 4개월이 남긴 건 비단 타블로와 그 가족, 소속사, 팬들의 여기저기 터진 상처만이 아니다. 타블로와 팬들은 이 기간 음악과 노래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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