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이 말하는 이준익, 이준익이 말하는 강우석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1.01.2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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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감독(왼쪽)과 이준익 감독. 두 사람은 올 설 연휴 각각 '글러브'와 '평양성'으로 맞붙는다.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천만 감독' 강우석과 이준익이 설 연휴를 앞두고 처음으로 격돌한다.

20일 개봉한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가 바람몰이를 하고 있는 가운데 27일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이 관객과 만난다. 강우석 감독은 2004년 '실미도'로 첫 1000만 시대(1108만명)를 연 주역이다. 이준익 감독은 2005년 '왕의 남자'로 1230만명을 동원했다.


20년 지기이기도 한 두 사람은 지금까지 개봉 시점을 놓고 격돌한 적이 없다. 그런 만큼 '글러브'와 '평양성' 대결에 영화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글러브'는 청각장애인 야구부의 도전기를 그린 영화며, '평양성'은 고구려와 나당연합군의 전쟁을 퓨전사극으로 담은 작품. '글러브'에 강우석 감독 특유의 뚝심과 웃음, 눈물이 담겨있다면 '평양성'에는 이준익 감독 특유의 풍자가 녹아 있다.

1959년생인 이준익 감독과 1960년생인 강우석 감독은 한 살 차이지만 친구로 동료로 서로를 존중하는 사이다. 1989년 강우석 감독이 당시 이준익 감독이 대표로 있던 광고회사에 영화 광고를 의뢰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평양성'의 전신격인 '황산벌'로 이준익 감독이 처음 메가폰을 잡았을 때, 강우석 감독은 이준익 감독에 든든한 조언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 '왕의 남자' 이전 빚에 허덕이던 이준익 감독에 강우석 감독이 30억원을 아무 조건 없이 빌려준 이야기는 영화계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극장가에서 서로 맞붙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강우석 감독은 당초 '글러브'를 27일 개봉하려다 한국영화끼리 맞붙는 것을 피하겠다는 이유로 한 주 앞당겼다.

그는 이준익 감독에 "꼭 우리끼리 맞붙어야 하냐"고 직접 전화를 걸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취재진에게는 강우석, 이준익을 함께 쓸 때는 꼭 가나다순으로 해달라며 껄껄 웃었다.

"돈 빌려준 이야기를 그렇게 하고 다니니 남들이 내가 돈이 많을 줄 안다"며 손을 내저으면서도 "언제나 진정성이 있는 친구니깐"이라고 말했다.

강우석 감독은 "이준익 감독은 약자, 평번한 사람들에 이야기를 특유의 선한 시선으로 재미있게 풀어내는 감독"이라고 말했다. 이어 "'왕의 남자'를 한다고 했을 때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르겠다"면서 "내 차기작도 사극을 하고 싶다. 이준익 감독처럼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준익 감독 또한 강우석 감독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준익 감독은 "강우석 감독은 기본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영화에서 정확히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감독"이라고 했다. 또 "내가 영화를 하게 되는 결정적인 시점에 손을 들어준 사람"이라며 "모두가 '황산벌' 투자를 꺼릴 때 투자해줬고 '왕의 남자' 때도 투자해줬다"며 "두 영화는 물론 '평양성'을 있게 해준 사람이다. 그럼에도 생색을 내지 않는다. 고마운데 멋있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강우석 감독과 이준익 감독은 두 영화 흥행과 대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강우석 감독은 "'글러브'가 꾸준히 사랑을 받는 영화라면 '황산벌'은 설 연휴에 가족관객들이 즐겨 볼 수 있는 영화일 것 같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TV 영화 프로그램에서 '황산벌'을 소개하는데 사우나에 있는 40,50대들이 다들 지켜보더라"며 "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저력이 있는 만큼 좋은 결과가 날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감독끼리 무슨 승부를 하겠냐"는 이준익 감독은 "대결이 아니라 관객과 승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자신들이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를 내놓고 관객과 승부하는 멋진 동지"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호사가들의 입방아에야 오르겠지"라며 "천만 감독끼리 붙는 건 처음 아닌가. 이런 이벤트가 있는 게 관객들에게도 즐거움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우석 감독은 "둘 다 윈윈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야 나도 이준익 감독도 돈을 벌어 빚을 갚지 않겠냐. 나도 빚이 200억원"이라고 즐거워했다.

강우석과 이준익은 조로 현상이 짙은 한국영화계에 50대에 영화를 직접 연출하는 국내에 몇 안 되는 감독이다. 두 감독이 설 연휴에 함께 웃을 수 있을지, 관객의 선택이 사뭇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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