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나에 대한 오해들..아쉬워요"

(인터뷰) 제 64회 칸 국제영화제 프랑스 칸 현지 인터뷰

칸(프랑스)=김현록 기자 / 입력 : 2011.05.18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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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4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전지현 <칸(프랑스)=김현록 기자>


그녀는 아름다웠고, 또 자랑스러웠다. 제 64회 칸 국제영화제를 찾은 전지현(30)이다.

본격적인 할리우드 진출 영화 '설화와 비밀의 부채' 중국과 미국 개봉을 앞둔 전지현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칸 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에 올랐다. 경쟁부문 영화 '아티스트' 측의 초청을 받아 손님으로 마주한 레드카펫이었으나 그녀의 완벽한 스타일과 당당한 자세에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매료됐다.


사진을 찍던 외신 기자들조차 "저 배우가 칸 레드카펫에 처음 오른 게 맞냐"고 혀를 내둘렀다. '설화와 비밀의 부채' 공식 행사가 열리는 프랑스 칸의 칼튼 호텔에서 만난 전지현은 "그랬냐? 너무 짧아서 아쉬웠다"며 기분좋은 듯 웃었다.

전지현은 솔직하고도 담백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레드카펫의 설렘, 자신을 둘러싼 오해에 대한 아쉬움,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각오까지. 따뜻하고도 기분 좋은 칸의 햇살 속에 만난 그녀는 화사한 CF의 요정이나 레드카펫의 여신이 아니었다. 서른살의 현재진행형 배우 전지현이었다.

-레드카펫이 멋졌다.


▶처음이라, 예뻐 보이려고 노력했어요. 드레스도 그렇고 메이크업도 그렇고. 굉장히 오래 준비했거든요. 몇 달을 준비했어요. 헤어 메이크업도 신경 써 주시고. 나름대로는 그렇게 짧게 끝나는 게 아쉬운 점도 있었어요. 이렇게 짧게 끝나다니! 기왕이면 오래 찍어야지 하고 생각하면서 버텼어요.(웃음)

-준비는 어떻게? 레드카펫을 어떻게 걸을까 연구도 했나?

▶그런 건 안 했어요. 의상 공수는 2∼3개월 전 칸에 가기로 결정이 났을 때부터 했죠. 그때부터 뭐가 있나 시작을 했어요. 사실 드레스가 관건이잖아요. 저녁 시간이라고 해서 그것도 고려했는데 막상 왔더니 9∼10시는 돼야 해가 져서 원래 드레스 색이 예쁘게 나오지는 않은 것 같아요.

-레드카펫에서는 어떤 기분이었나.

▶물론 긴장한 걸 꾹 참았죠. 하지만 '종일 준비했는데 이렇게 쉽게 끝낼 수 없어' 그런 마음이었어요. 나중에는 오래 버텨서 가드 하시는 분이 '마드모아젤…' 하면서 가라고 손짓을 하더라고요. 좀 민망해가지고….(웃음)

-칸 레드카펫을 밟으니 다음엔 공식 초청을 받아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던가.

▶다음에 칸에 올 때는요.(웃음)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바라요. 욕심이 더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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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오는 칸을 잘 즐기고 있나?

▶아직 아쉬워요. 날씨도 좋고 태닝도 하고 싶은데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요. 처음 왔으니까 어떻게 즐겨야 할 지 모르겠어요. 일단 일정에 맞춰서 열심히 하려고요.

일하려고 해외에 많이 나가잖아요. 그렇게 일을 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즐기게 되는 것 같아요. 아침 밥을 먹을 때, 호텔에서 걸어올 때 그런 것조차 즐기게 됐죠.

-'설화와 비밀의 부채'는 중국어 영화인데 의사소통은 어땠나.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하니까 감독이나 배우나 서로 노력해야겠다는 공감대가 있잖아요. 제가 중국어를 유창하게 하거나 영어를 썩 잘 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노력이 있으니까 괜찮았어요.

-어떤 역할로 나오나.

▶같은 제목의 원작이 있어요. 원작은 옛 중국만의 이야기인데, 여성간의 우정을 그려요. 중국 약자체라고 '뉴수'라는 게 있는데 그걸 부채에 적어 주고받으면서 우정을 나누는 거죠. 영화화되면서는 옛 중국과 현대 중국의 이야기가 담겼어요. 고대에선 제가 중국인이지만 현대에서는 중국에 와서 친구를 만나 우정을 쌓는 한국인이라는 설정이죠. 대사는 영어와 한국어를 썼어요.

-이 작품이 배우 전지현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

▶촬영을 하며 느낀 건 그런 거예요. 같이 나오는 리빙빙씨는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중국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배우거든요. 제가 유명하고 안 유명하고를 떠나 한국에서 영화 촬영을 하면 모든 게 제 중심으로 이뤄지게 돼요. 반면 중국에서는 자국 배우를 더 인정해주고 그녀 중심으로 모든 게 돌아가잖아요. 그러면서 거꾸로 저를 되돌아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럴 땐 저렇게 해야 좋은 거구나', '저럴 땐 저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하는.

-연기적으로는 어땠나?

▶사실 연기적으로는 감이 잘 안 와요. 영어도 하고, 중국말도 하고, 어떨 땐 한국말도 했어요. 감정이 나오지 않아서 일단은 한국말로 대사를 하면서 감정을 끌어내는 거죠. 중국은 제가 한국말로 연기를 하고 더빙을 하더라도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거든요. 그렇게 감정을 더 우선시했어요. 제가 너무 좋은 연기를 했다, 만족할만한 연기를 했다고는 말씀 못 드리겠어요. 하지만 너무 좋은 경험이었고, 한국에 있을 때보다 조금 여유로워진 느낌도 들었고요.

그런데 사람이 너무 간사해요. 다시 돌아와서 '내가 이렇게 소인배였나' 할 정도로 '업 앤 다운' 할 때가 있거든요. 어땠든 그런 걸 느낀 것과 느끼지 않는 차이는 있어요. 좋은 경험을 하고 좋은 배우로 거듭나기 위해서,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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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전지현이 화보 촬영 때 무척 까다로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놀랐다고 하더라.

▶그런 이야기는 너무 부끄럽죠. 저 뿐 아니라 모든 배우가 마찬가지예요. 그 날의 베스트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 주변 사람들이 신경을 써 주고, 그러다보면 도를 넘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오해도 있을 수 있고 편견이 생길 수도 있죠. 하지만 그건 맞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서 안 좋은 것도 아니고, 안 그렇다고 해서 좋은 것도 아니에요. 제가 그렇지 않았다고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되는 건 부끄러운 일인 것 같아요.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에 출연하기로 했다. 어떤 이유로 '도둑들'을 택했나.

▶일단 최동훈 감독님을 믿었어요. 너무 좋은 배우들이 출연을 결정했다는 건 그만큼 캐릭터들이 살아있다는 거죠. 역시 최동훈 감독님이구나 하고 엄지를 들었어요. 흔쾌하게 결정했지요.

-오랜만의 국내 복귀 아닌가.

▶복귀라는 말이 쑥스럽고 어색해요. 저는 사실 매년 작품을 했고, 개봉 시기 등이 맞춰지질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간격이 길어진 건 사실이에요. 그렇다고 제가 외국 영화를 우선적으로 본다든지, 한국영화를 뒷전으로 생각한 게 아니거든요. 매년 작품을 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거나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든지 그런 이야기는, 정말 너무 아닌 것 같아요. 아쉬워요. 그런 식의 단어들이 저를 표현한다는 게. 저는 늘 작품을 찾고 있었고, 좋은 작품을 만나서 자연스럽게 선택한 거예요. 기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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