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 '댄싱퀸' 등 폴리엔터 봇물 왜?①

바야흐로 2012년은 정치의 해인 것 같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다보니 방송과 극장에 정치와 예능, 대중창작물이 결합한 '폴리엔터'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연초부터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SBS '힐링캠프'에 출연하는 가하면 강용석 의원은 tvN '화성인 바이러스'에 고소집착남으로 등장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극장도 폴리엔터가 너울댄다.

18일 나란히 개봉하는 '부러진 화살'과 '댄싱퀸'은 태생적으로 정치와 직간접적인 연결돼 있다. '부러진 화살'은 '남부군' '하얀전쟁'의 정지영 감독이 1998년 '까' 이후 13년만에 내놓은 작품.

대학교수가 항소심 부장판사를 찾아가 석궁으로 살해하려 했다는 혐의로 실형 4년을 선고받은 이른 바 '석궁사건'을 소재로 했다. 사법부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지적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안성기와 정지영 감독이 '남부군' '하얀전쟁'에 이어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 박원상과 김지호가 출연한다.


민주통합당 당권주자인 문성근이 법원의 권위를 앞세우는 판사로 등장해 영화에 긴장감을 더한다. 지난해 사회적인 논란을 일으킨 '도가니'처럼 법원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다뤘다.

영화가 사법부 문제점을 지적하자 대법원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11일 대법원은 전국 법원 공보판사들에게 해당 소송에서 피고인의 주장과 법원 판결을 정리한 대응 매뉴얼을 발송했다.

대법원은 '부러진 화살'이 사법부를 정조준하자 '부러진 석궁 화살이 증거물로 제출되지 않은 이유'나 '화살이 옷을 관통했는지 여부' 등 영화 속에서 문제로 지적된 내용들에 대해 대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된 사건 경위와의 차이점 등을 A4용지 2장 정도의 분량으로 정리한 자료를 각급 공보판사들에게 발송했다.

'댄싱퀸'은 처가 눈치를 보며 사는 인권변호사가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가운데 한 때 신촌마돈나로 살다가 남편과 아이 수발에 지친 아내가 걸그룹으로 데뷔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영화. 황정민과 엄정화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 제작이 끝난 뒤 서울시 보궐선거가 이뤄졌지만 필연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극 중 황정민이 맡은 역할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연상시킨다. 토론에 서투른 인권변호사가 서울시장에 출마하는데다 경상도 사투리까지 기시감이 충만하다. 극 중 아내를 변호하는 장면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시절 권양숙 여사 아버지가 좌익이었다는 공세에 대해 "그럼 얼굴도 보지 못한 장인 때문에 조강지처를 버려야 한단 말이냐"고 답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이석훈 감독은 "누군가를 연상하며 만든 게 아니라 국민들이 바라는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을 그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영화 뿐 아니다. MB정권 초기 외압설이 떠돌며 돌연 제작이 중단된 '26년'도 올해 다시 제작에 돌입한다. 강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26년'은 광주민주화 운동 피해자 가족들이 전두환 전 대통령 암살에 나선다는 내용을 담은 영화.

2008년 '29년'이란 제목으로 이해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김아중 류승범 등이 출연하기로 했다. 하지만 촬영 전날 돌연 투자자가 투자를 취소하고 배경을 놓고 뒷이야기가 무성했다.

제작사 청어람은 MB정권 마지막해인 올해 다시 '26년'을 제작하기로 했다. 권칠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시너지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캐스팅을 비롯해 프리프로덕션을 진행 중이다.

올해 유달리 사극영화가 많은 것도 정치바람과 무관하지 않다. 통상 사극은 현재의 부조리를 과거에 빗대 풀어내기 마련이다. 이병헌이 주연을 맡은 '조선의 왕이다'는 천민이 광해군을 대신하면서 왕의 역할에 눈을 뜬다는 내용이다. 정략 때문에 정작 백성들을 돌보지 않는 사대부들을 꾸짖는다.

SBS '뿌리 깊은 나무'에 사람들이 열광했던 것은 백성과 소통하려 하는 세종대왕에게서 바람직한 리더상을 봤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치의 해인 올해 과연 폴리엔터들이 '나는 꼼수다'처럼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될지, 1월 극장가는 리트머스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