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영 "밤샘촬영 힘들어도 육아가 더 힘들어"(인터뷰)

영화 '박수건달'로 첫 스크린 도전..정혜영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3.01.1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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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정 기자 photonine@


선행천사, 션의 아내, 네 아이의 엄마. 정혜영(40) 앞에는 어느새 연기자보다 더 많은 수식어가 달린다. 2011년 여름 넷째 아이를 낳고 잠시 육아에 전념한데다, 무엇보다 남편과 함께 기부하고 남을 돕는 일에 꾸준히 앞장서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1993년 데뷔 후 생의 딱 절반을 연기와 함께 보낸 연기자다. 올해는 데뷔 후 첫 영화를 선보이며 스타트를 끊었다. 무당이 된 건달의 이야기를 담은 '박수건달'(감독 조진규)이다. 제목부터 조폭 코미디 기운이 물씬 풍기지만, 정혜영의 역할은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 선생님 미숙. 중환자실에 아이를 두고 가슴 아파하는 어머니이기도 하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깔깔깔깔 웃으면서. 장르에 대한 거부감이나 부담감은 없었어요. 제가 슬픈 영화만큼 재밌는 코미디를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은 '엥, 정혜영이 나왔어?'하는 분위기더라고요."

정혜영도 쉽게 한 결정은 아니었다. 재미있는 영화지만 감동 코드를 지녔다는 점이 정혜영의 선택에 한 몫을 했다. 무엇보다 실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아픈 아이를 지켜보는 어머니의 아픔을 더 절실하게 그려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웃기는 영화에서 무겁고 힘든 인물을 연기한다는 게 걱정이긴 했단다.

"중환자실 장면을 찍는 내내 눈물을 흘렸어요. 제 평생 그렇게 울어본 게 처음일 만큼요. 대본을 보는데도 계속 눈물이 나서 '이러면 안되는데', '촬영할 때 감정을 쏟아야 하는데' 하고 추스르는데도 계속 눈물이 나는 거예요. 아이 있는 엄마로 더 많이 몰입이 됐나 봐요."


'내가 우는 장면을 남들이 보고 울까'가 늘 걱정이었다는 그녀. 하지만 이제는 한시름 덜었다. '박수건달'은 이미 관객 200만을 향해 순항 중. 첫 영화가 잘 됐으면 하는 기대에 머리를 쥐어뜯으며 걱정을 했다던 정혜영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환히 피었다.

"기쁘게, 단순하게 살자. 그렇게 살거든요. 오늘 걱정 내일로 미루지 말자 하면서. 그런데 '박수건달'은 이게 어떻게 나올까, 관객이 어떻게 보실까 정말 걱정 많이 했어요.(웃음) 지금은요? 그냥 좋네요. 남편이 지금도 매일 아침 관객수를 알려줘요."

정혜영의 연기 컴백은 2010년 드라마 '장난스런 키스' 이후 약 3년만이다. 활동이 뜸한 시간이었지만 그녀는 그 사이 넷째를 낳고 키우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좋은 일에 늘 함께하면서 간간이 브라운관에 모습을 비추기도 했다. 최수종·하희라를 잇는 만인이 질투하는 연예계 잉꼬부부에도 등극했다.

"진짜 행복하냐고 그렇게 묻는 분들, 저한테 직접은 아니더라도 주위 사람들에게도 '진짜로 저렇게 살아?'라고 묻는 분들이 그렇게 많대요. 그런 이야기 들으면 조금 속상해요. 그냥 그렇게 사는 건데요, 뭘. 주변 친구들한테는 '너는 참 연예인 같지 않아' 하는 소리도 많이 들어요.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생각하는 대로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남들 의식하지 않아요. 제 일이라는 게 남들 의식하고 살면 너무 피곤한 직업이잖아요. 연기할 때만 연기자일 뿐, 저는 가정이 있는 사람이잖아요. '나는 배우야' 하면서 늘 살 수는 없어요."

평소 스타일에도 그런 생각이 묻어나는 모양이다. 레이스며 러플은 거추장스러워 평소엔 쳐다보지도 않을 만큼 심플한 의상을 좋아한다. 맨얼굴로 거리를 활보하기도 한다고. 일단 화장 할 시간이 없단다. 정혜영은 "집으로 돌아가면 그냥 남들 똑같이 아이 키우는 아줌마"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집에서 여느 남편과 똑같기는 션도 마찬가지라 가끔 공연장에 따라가서야 "내 남편이 가수였구나"하고 깜짝 놀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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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정 기자 photonine@


지난 3년간, 정혜영은 엄마로 아내로 더 바쁜 시간을 보냈다. '완벽한 엄마' 같은 정혜영에게도 네 아이를 키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넷은 버겁다. 일하는 게 오히려 쉼"이라고 털어놨다.

"그 사이 쉼이라는 게 없었어요. 늘 일상이 반복되는 것 같고. 그게 너무 힘들다보니까 오히려 연기를 하러 나오면 그게 저한테 쉼이었던 거예요. 현장에 나와 있는 게 너무 좋고 행복한 거 있죠. 중환자실 장면이 그렇게 힘들고 감정적으로도 쉽지 않았지만, 아무리 밤을 새고 촬영해도 집에서 아이들 키우는 게 더 어려워요.(웃음) 그래도 집에 가면 너무 예쁜 아이들이 있으니까 또 열정을 쏟고 하게 되고요."

그래서 정혜영에게 이번 영화가 더 남달랐다. 가슴팍까지 오던 긴 머리를 쇼트커트로 자를 때도 아무 거침이 없었다.

"머리카락은 하나도 안 아까워요. 원래 커트머리를 좋아하지만 다음 작품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하니까 제 마음대로 자르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전문직 의사에다 이걸 외적으로 어떻게 표현할까 하던 차에 감독님이 '쇼트커트가 어떠냐'고 하셨고, 저는 당장 다음날 가서 잘랐어요. 제 첫 영화이기 때문에 네 아이의 엄마라든지 다른 이미지가 영화에 안 묻어나길 바랐던 이유도 있어요. '저 사람이 누구지' 하는 느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컸거든요."

가녀린 얼굴선을 드러낸 짧은 커트머리에서 상쾌함이 느껴졌다. '소녀같다'는 평가를 "나는 40년 살았다"며 한사코 거부하는 그녀. 정혜영은 '박수건달'의 여세를 몰아 다음 작품을 고심하고 있다. 새 작품은 드라마가 될 전망. 정혜영은 "매력적인 역할로 다시 시청자를 찾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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