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인디]올해의음반 20선①로맨틱펀치 'Glam Slam'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3.11.2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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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펀치 정규2집 'Glam Slam'
올해의 음반 20선? 사실 이처럼 난처하고 무모한 시도도 없다. 판매량이라는 계량적 기준 외에는 음악적 완성도, 음악사적 기여도, 사운드적 포만감, 해당 아티스트의 진정성 등 거의 모든 기준이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013년이 마무리되어가는 11, 12월, '올해의 음반 20선' 시리즈를 시작하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실시간차트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수많은 음원들의 홍수속에서, 불과 20여곡이 거의 매달 음원차트 상위권을 독식하는 편협한 환경속에서, 그리고 아이돌이 장악하다시피한 TV 가요프로그램의 무차별 노출속에서 '제 대접'을 받지못한 음반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인디음반의 경우에는 이같은 홀대가 더욱 심하다. 메이저 유통과 배급 경로를 제대로 밟아도 대중에게 다가서기가 쉽지 않은 판에, 인디 제작에 인디 배급으로 묶여버리면 그만큼 아는 사람만, 사랑하는 사람만 인디음반을 접하고 말기 일쑤다. 이러한 몰표와 편식은 해당 아티스트는 물론 다양하고 풍성해야 할 우리 가요환경을 위해서도 곤란하다.

스타뉴스와 인디음반 유통의 70~80%를 차지하고 있는 미러볼뮤직은 이같은 세계관에 의기투합, 올해 인디음반 20선을 선정했다. 기준? 단 하나다. 올해 잘 나가는 아이돌이나 OST, 혹은 대형 솔로가수나 힙합그룹만큼의 대접은 못받았지만, 내년, 후년 그 이후에도 곁에 두고 내내 들을 만한 그런 추천 음반. 과연 이들 음반에 담긴 노래와 음악, 사운드는 어떠했고, 아티스트는 무엇을 말하려 한 것이며, 혹 팬들도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뒷이야기는 무엇일까. 자, '대놓고인디' 시리즈,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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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펀치 /사진=최부석 기자
①로맨틱펀치 2집 'Glam Slam'


지난 5~6월 방송된 엠넷 '밴드의 시대'에서 돋보였던 팀 중 한 팀은 역시 '홍대공연 종결자' 로맨틱 펀치였다. 2회 방송에서 동방신기의 '미로틱'을 불러 274점을 차지, f(x)의 '피노키오'로 맞불을 놓은 쏜애플(211점)을 누르고 2대 밴드에 등극한 팀이다. 이 274점은 총 21팀이 출연한 '밴드의 시대'에서 3호선 버터플라이와 함께 기록한 가장 높은 점수였다.

로맨틱 펀치는 배인혁(보컬), 콘치(기타), 레이지(기타), 하나(베이스), 트리키(드럼)로 구성된 5인조 혼성밴드. 2003년 위시더디시즈라는 밴드로 결성, 2009년 데뷔EP 'Romantic Punch', 2010년엔 정규 1집 'Midnight Cinderella'를 냈다. 그러다 7월16일 발표한 앨범이 정규 2집 'Glam Slam'이었다. 이들과 정규 2집에 대한 이창희 미러볼뮤직 대표의 설명부터 들어보자. 가까이서 이들을 지켜보며 직접 유통/배급을 맡은 이가 아니면 모를 부분이 기록사적으로도 소중하다.

"로맨틱펀치는 그동안 많은 공연과 꾸준한 작품 발표로 인디신에서 매우 탄탄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2012년 '탑밴드'(KBS2TV)에 출연하며 연일 화제가 되었고 급기야 결승무대에까지 섰으며 '탑밴드2'를 통해 장미여관과 더불어 가장 인기있는 밴드로 거듭 성장했다. 여세를 몰아 2013년엔 '밴드의 시대'(엠넷)에서도 결선무대에 오르며 이 시대 가장 핫한 록밴드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앨범발매 계획을 위한 회의는 잦아졌다. 먼저 'TGIF'를 각종 음원사이트에 선공개하면서 로맨틱펀치의 정규 2집 발매를 알렸다. 그리고 로맨틱펀치의 첫 작품인 EP1집 'Romantic Punch'의 발매일과 일정을 맞추게 되었다.

유통상 프로모션 요청이 각 판매사이트에서 역으로 제안들어오기 시작하며 매우 긍정적인 시장의 반응을 예측할 수 있었다. 이때 한가지 고민이 생겼다. 바로 타이틀곡에 대한 고민이다. 통상 선공개 음원은 본 앨범 전체 발매시 타이틀곡으로 삼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각도로 앨범을 들어보고 향후 반응을 예측해봤지만 역시 선공개한 'TGIF'만한 싱글이 없었다. 결국 'TGIF'를 타이틀곡으로 결정했으며 앨범 발매 후 뜨거운 반응을 더해갔다. 7월 말부터 시작된 대형 페스티벌들은 이미 로맨틱 펀치의 펀치를 맞을 준비가 되어있었다."



앨범 성격은 1번 트랙 'Electric Coma'부터 드러난다. 그냥 빨려든다. 거칠지만 산뜻하고, 하드코어 같지만 멜로딕하고, 내달리지만 숨은 그런대로 쉴 수 있는!(이런 맥락에서만 보면 이번 앨범 7번 트랙이자 데뷔EP에도 실렸던 '사랑에 빠진 날'이 가장 로맨틱 펀치스럽다.)

결국 이 곡은 이번 앨범을 소개하는 일종의 인트로인데, 이런 인트로야말로 정규앨범을 다른 디지털싱글이나 EP와 차별짓는 소중한 존재다. 메인코스 전에 나오는 전채요리처럼, 대개 앨범은 이 인트로에서 판가름이 난다. 음원차트에 오른 메인코스 단품만 뽑아먹는 '가요 소비자'는 절대 모를 속풀이, 몸풀기 트랙이 바로 이 인트로다. 로맨틱 펀치는 정규 2집 인트로부터 착점이 좋았다. 마지막 곡 '안녕, 잘 가!'가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로 마무리된 점을 떠올려보면 이들은 참으로 (좋은 의미에서) 계산적이다!

2번 '글램 슬램'은 예전 1960년대 말~70년대 초 영미 하드록밴드처럼 기타연주와 보컬의 에너지가 철철 넘쳐나는 곡. 국내 글램록의 대부라 불리는 밴드 이브의 보컬리스트 김세현의 피처링도 돋보이고, 쉴새없이 속주로 치닫는 일렉기타 리프, 이를 탄탄하게 받쳐주는 드럼의 타격감 역시 매력적이다. 제목 그대로 글램(Glam)하고 슬램(Slam)한 곡. 그런데 반복해서 들을수록 알게모르게 귀와 몸으로 전해져오는 이 '음습한 기운'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이와 관련한 이 대표의 앨범 리뷰. "복고적인 록 패턴에 그들만의 개성을 충분히 잘 믹스한 앨범이다. 그들이 구사한 복고적인 록 패턴은 80년대 황금기를 이룬 멜로딕 록을 담고 있으며 그들만의 개성은 절규와 에너지와 흥겨움의 절묘한 믹스이다. 대중성을 담보하고 이토록 명쾌한 록 넘버를 구현하는 밴드가 얼마나 되겠는가?"

다음 곡은 이창희 대표가 언급한 타이틀곡 'TGIF(Thank Girl, It's Friday)'. 3분34초가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이번 2집 중 가장 흥겨운 로큰롤 트랙이다. '괜찮아요 금요일 밤이잖아요'라는 가사와 멜로디가 댄스곡의 하이라이트(사비)처럼 반복되는 구조가 그대로 귀에 박히고(이는 6번 트랙 'Dream On', 8번 트랙 'Still Alive'에서도 또 느낄 수 있다), 어렴풋이 뿅뿅 거리는 신디사이저의 음도 은근히 흥행공식에 기댄 것 같아 흥미롭다. 'TGIF', 한마디로 젊고 유쾌하다.

4번 트랙 'Little Lady'는 보컬 배인혁 특유의 음색과 창법을 만끽할 수 있는 록발라드곡. 역시 배인혁에게는, 당연한 얘기겠지만, 김바다나 몽니의 김신의, 데이브레이크의 이원석, 피아의 요한, 솔루션스의 박솔과는 너무나 다른 그만의 존재감이 있다. (물론 장미여관의 육중완과 김준우, 아니면 노브레인의 이성우, 크라잉넛의 박윤식과도 다르다) 이러한 배인혁의 존재감은 이어지는 가스펠풍의 '아직은 아냐'에서도 드러난다. 비-바, 배-인-혁!

슬슬 후반부로 치닫는 앨범, 9번 트랙 'Dr. 스캔들'은 다분히 복고적인 사운드로 무장한 곡. 지글거리는 기타 리프와 쉬지않고 터지는 드럼 비트가 이들이 아직은 그리고 앞으로도 '록밴드'임을 웅변한다. 그것도 잔재주를 부리고 타 장르를 넘보는 그런 부류가 아니라, 오로지 록과 로큰롤을 향해 돌직구를 날리는 그런 20대 청춘들의 밴드임을. 10번 트랙 '어메이징'도 같은 문맥에서 드럼의 하이햇 사운드마냥 싱싱하고 촉촉하며 상큼하다.

김관명 기자 minji200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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