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로저스 인품과 뉴욕 양키스는 무관(無關)하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08.14 09:00 / 조회 : 2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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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좌)과 로저스가 지난 6일 경기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가 영입한 도미니카 공화국 태생의 뉴욕 양키스 출신 우완 투수 에스밀 로저스(30)가 데뷔전 완투승, 2번째 경기 완봉승으로 34년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데뷔 2경기 연속 완투승을 거둔 투수가 되면서 그의 ‘인품(人品)’도 화제가 되고 있다.

등판 전 외야에서 아버지의 이름을 쓰고 ‘잘 던지도록 해주세요’라고 기원하는 모습, 늘 밝고 진지하면서도 마운드에서는 ‘치열한 승부사’로서의 평정심을 잃지 않는 냉정함 등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 마치 몇 년 동안 한화에 몸담고 있는 선수로 느낄 정도로 동료들과 친화력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는 어깨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인 LA 다저스 류현진과 팀을 떠나 뉴욕 메츠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후안 유리베의 관계를 연상시킬 정도이다. 후안 유리베도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이다.

사실 영화 같은 KBO리그 데뷔전이었다. 그의 소속팀 감독은 한화이고 사령탑은 김성근감독이다. 마침 한화는 5연패를 당해 올시즌 최고의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급하게 영입한 용병 투수 로저스가 한국에 입국한 후 4일 만인 지난 6일 LG 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3피안타 1실점 완투승을 거두며 팀을 연패에서 구해냈다. 그러자 찬사가 이어졌다. 김성근감독은 ‘역시 뉴욕 양키스가 명문인 모양이다. 팀에서 좋은 교육을 받아서인지 인품도 훌륭하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로저스의 인품과 뉴욕 양키스는 무관하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에는 수염을 기르지 못하는 등 엄격한 규율이 존재한다.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마찬가지로 전통을 자랑하는 팀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인품이 뉴욕 양키스 입단의 조건은 결코 아니다. 고려 사항은 될 수 있어도 뉴욕 양키스는 최고의 실력을 가장 중시한다. 2차례나 뉴욕 양키스에서 뛰었던 사이영상 투수 로저 클레멘스를 평가할 때 ‘인품이 훌륭하다’는 내용은 별로 들어 본 기억이 없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로는 은퇴한 박찬호가 유일하게 뉴욕 양키스에 몸담았다. 2010시즌 27경기에 구원 등판해 2승1패 평균 자책점 5.60을 기록하다가 시즌을 마치지 못하고 8월4일 웨이버로 공시됐고 피츠버그로 팀을 옮겼다. 박찬호가 뉴욕 양키스에서 방출된 이유는 나이에서 온 경쟁력, 투구 능력 부족이었지 인품이 나빠서가 아니었다.

한편으로는 로저스의 인품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다른 선수들에 대해 역차별을 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된다.

2006년 9월로 기억한다. LA 다저스와 샌디에고 파드리스가 내셔널리그 선두 자리를 놓고 격돌했던 4연전의 마지막 날, 1회말 LA다저스 공격이 끝난 직후 느닷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LA 다저스 제이 디 드루를 삼진으로 잡고 1루 쪽 덕아웃으로 들어가던 샌디에고 선발 투수 제이크 피비가 갑자기 뒤돌아 다저스의 1루 주루 코치인 마리아노 던칸에게 달려간 것이다. 그리고 고성이 오가면서 몸싸움 일보 직전까지 갔다가 진정됐다.

투수와 1루 주루 코치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으니 당연히 누구나 이상하게 생각했다. 도무지 선발 투수와 상대 1루 주루코치가 싸울 이유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었다. 더우기 제이크 피비는 당시 겨우 25세였고, 마리아노 던칸 코치는 43세였다. 아무리 경쟁이 치열한 정글인 메이저리그라고 해도 이렇게 붙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인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LA 다저스의 명해설가 빈 스컬리가 다음 날인 9월 20일 LA 다저스-피츠버그전 중에 제이크 피비와 마리아노 던칸 코치의 싸움의 배경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샌디에이고는 이날 홈구장 펫코 파크에서 애리조나와 경기를 펼쳤는데 제이크 피비가 밝힌 싸움의 이유가 21일 아침 LA 타임스 스포츠면에도 자세히 소개됐다.

제이크 피비는 20일 펫코 파크에서 "나는 상대 1루 주루코치가 누구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그가 정확하게 한 말을 간단하게 줄이면 '우리는 건방진 네 놈을 혼내주겠다. 멍청한 놈'이라고 했다. 그 말들이 마운드를 걸어 내려오는 내게 들렸다. 그와 같은 도미니카 사람들이 쓰는 어투로. 그는 그렇게 천박하고 존중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에 대해 던칸 코치는 자신이 '건방진(cocky) 녀석'이라는 표현을 쓴 것과 욕설을 했음은 인정했다. 그러나 그 이유가 제이크 피비가 먼저 자기 팀의 유격수 라파엘 퍼칼에 대해 야유를 했기 때문에 응수를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1회말 첫 타석에서 퍼칼이 제이크 피비가 던진 공에 번트를 대 안타를 만들어내자 피비가 "(번트를 대지 말고) 배트를 휘둘러라. 이 작은..."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라파엘 퍼칼도 도미니카 공화국 태생이다.

반면 제이크 피비는 미 앨라바마주 모바일의 세인트폴 고교를 졸업하고 1999년 메이저리그 아마추어 드래프트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 15라운드에 지명된 백인(白人) 투수였다.

마리아노 던칸은 언쟁을 펼치며 "제이크 피비는 야구라는 게임을 존중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그는 사람들에게 으스대기만 한다. 나는 그에게 입 다물고 투구나 하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제이크 피비는 자신은 퍼칼에게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며 던칸의 주장은 완벽한 거짓이자 자신의 말을 합리화하려는 변명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던칸 코치는 한 발 더 나가 "제이크 피비는 자기 팀 포수에게도 덤벼든다. 포수 마이크 피아자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포수인데 그러면 못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당시 글쓴이는 ‘누구도 본질을 말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혈기왕성한 백인의 젊은 투수와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소수계 흑인 코치 간의 싸움이지 잘잘못이 근본적인 문제가 아닐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성격이 다혈질적(emotional)이라고 해도 18살이나 위이자 메이저리그 선수 경력도 12년이나 되는 상대 팀 코치가 만약 미국 태생의 백인이었다면 제이크 피비가 그렇게 막 대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실제로 당시 메이저리거에서 뛰던 박찬호 김병현 서재응 김선우 추신수 백차승 류제국 등 한국인 빅리거들도 보이지않는 가운데 소수계 차별을 겪었다.

제이크 피비는 다음 해인 2007시즌 투수 3관왕과 사이영상을 차지하면서 ‘인품 논쟁’은 더 이상 의미 없게 만들어버렸다.

글쓴이는 그런 경험 때문에 로저스의 인품을 논하는 것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그가 인정받는 가장 첫번째 이유는 실력이다. 뉴욕 양키스에서 인품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다. 부모의 따뜻한 사랑과 엄격한 교육을 받고 신앙심이 강하며 스스로 밝고 건강하게 성장한 것이 로저스의 근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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