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나바로, 안타치고 상대 투수에 미소?..예의 아니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08.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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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석에 들어서 로저스를 향해 인사하는 나바로./사진= KBS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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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를 때려낸 나바로 쪽을 보는 로저스./사진= KBS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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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쳐다보는 로저스를 향해 환하게 웃어주는 나바로./사진= KBSN 캡처



삼성의 메이저리그 출신 2루수 야마이코 나바로(28)가 16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한화전 8회, 특별한 의도는 없었으나 한화에 결정적인 실수를 범해 다음 한화전이 걱정된다.

특유의 턱수염에 사람 좋아보이는 넉넉한 웃음으로 인기를 끌고있는 나바로가 상대인 한화구단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을 배려해서도, 그리고 같은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으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한화 선발 에스밀 로저스(30)를 존중해서라도 결코 웃지 말아야 했던 상황에서 웃고 말았다.

3연패 중이던 한화는 16일 삼성전에서 패하면 5위 자리를 KIA에 내주고 4연패에 몰릴 위기였다. 한화는 KBO리그 데뷔 후 2경기 연속 완투승(완투, 완봉)을 기록 중인 에스밀 로저스를 선발 등판시켜 연패 탈출을 노렸다. 에스밀 로저스는 KBO 리그 1위 팀인 삼성을 맞아 스트라이크 존 선상을 오가는 신중한 투구를 펼쳐 투구수가 늘어났다. 선발 맞대결을 펼친 삼성의 우완 알프레도 피가로(31)도 같은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이어서 부담감이 더했다.


한화는 에스밀 로저스의 역투에 힘입어 8회 초까지 4-1로 앞서갔고 8회 말에도 계속 로저스가 마운드를 지켰다. 그러나 로저스의 힘이 투구 수 120개를 넘어가면서 떨어졌다. 불펜에서는 이미 좌완 권혁이 몸을 풀고 있었다.

로저스는 8회 말 삼성 첫 타자 김상수에게 중전안타(2루 도루 실패 아웃), 구자욱 볼넷, 박해민 중전안타 등으로 만들어진 1사 1,3루 위기를 맞았다. 로저스가 삼성 우타자 나바로만 막으면 후속 좌타자 최형우 타석에서 권혁으로 교체될 것이 유력했다. 로저스가 좌타자에게 약점을 보였고, 더욱이 투구 수가 자신의 한 경기 최다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나바로를 상대한 로저스는 파울과 스트라이크로 투스트라이크 노볼의 유리한 볼 카운트를 잡고 우타자의 아웃코스로 빠지는 낮은 슬라이더성 볼을 던졌는데 나바로가 절묘하게 밀어쳐 4-2, 한점 추격을 허용하면서 1사1,3루 위기가 이어졌다.

그런데 이후 나오지 말았어야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적시타를 맞은 에스밀 로저스가 안타를 치고 나간 나바로가 있는 1루 쪽을 흘깃 쳐다본 순간 나바로가 입을 크게 벌린 환한 웃음으로 응답한 것이다.

에스밀 로저스는 순간 얼굴을 찌푸렸다. 그런 경우에 결정적인 안타를 허용한 상대에게 아무리 사적으로 가깝다고 해도 웃어주는 프로 선수는 없다. 더욱이 상대는 혼자가 아니라 한화 야구단에 속해 있다. 로저스는 덕아웃으로 들어가며 웃음을 띠었다.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한화 구단 감독, 코치, 선수들은 야마이코 나바로의 환한 웃음에 당혹스러웠을 것이 분명하다. 같은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에스밀 로저스가 친근해서 그랬을 수 있다고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도미니카 공화국 리그’에서는 그래도 괜찮은지는 모르겠지만 ‘KBO 리그’도 메이저리그에 뒤지지 않는 치열한 경쟁의 무대이다.

이후 바로 한화의 일본인 니시모토 투수코치가 통역을 대동하고 나왔다. 포수 조인성도 마운드에 올라왔다. 그리고 에스밀 로저스의 교체가 이뤄졌고, 결국 한화는 권혁을 마운드에 투입했으나 대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참고로 메이저리그는 결코 이런 관계를 허용하지 않는다. 과거 메이저리그에서 LA 다저스의 박찬호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김병현이 구장에서 경기를 위해 처음 만났을 때(애리조나 피닉스 뱅크원 볼파크), 두 선수는 외야에서 훈련 교대 시간 중 잠시 얼굴을 보고 ‘잘 있냐’ 정도 인사를 나눴을 뿐이다. 특히 경기 전, 그리고 공개된 장소에서 상대 선수를 만나는 것은 동료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피해야 한다. 일종의 금기다. 상대 팀 덕아웃, 라커룸 방문도 조심스럽다.

에스밀 로저스와 야마이코 나바로는 이날 경기 전 훈련에서 30분 동안 얘기를 나누었다. KBSN TV 중계 화면에도 소개됐다. 이 또한 메이저리그에서는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경기 시작 후에도 삼가 해야 할 행동이 나왔다. 1회말 야마이코 나바로 타석 때 에스밀 로저스가 투구에 앞서 고개를 꾸벅하는 동작을 취하자 야마이코 나바로가 모자를 벗어 로저스에게 인사를 했다. 이런 제스처들은 ‘KBO리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런 행동과 처신은 ‘동네 야구’에서나 하는 것이다.

에스밀 로저스가 야마이코 나바로의 웃음을 어떻게 이해할지, 목숨을 건 야구를 하는 한화 선수단이 그 웃음을 어떻게 느끼고 대응할 지 주목된다. 메이저리그라면 글쓴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다음 삼성전에서 나바로가 아니더라도 그 누군가에게는 ‘헤드샷’이 날아가기 십상이다.

로저스는 올시즌에도 뉴욕 양키스에서 뛰었고 야마이코 나바로 역시 2010년 보스턴에서 데뷔해 볼티모어 등에 몸담은 메이저리그 출신이다. KBO리그에 대한 예의와 존중을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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