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넷<피홈런' LG 우규민의 새 목표, 얼마나 어려운가

LG 우규민. /사진=LG트윈스 제공

LG 트윈스 우규민의 올 시즌 목표는 볼넷을 홈런보다 적게 허용하는 것이다. 볼넷을 주지 않겠다는 의지는 알겠지만 어느 정도 기록인지 피부에 닿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인미답'의 고지다.


우규민은 지난 6일 열렸던 구단 시무식 날 2016년 목표를 밝혔다. 우규민은 지난 시즌에도 '볼넷 20개 이하'라는 매우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했었기 때문에 새 목표에 자연히 관심이 쏠렸다. 우규민은 "피홈런보다 볼넷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당시 우규민은 "12월 훈련하면서 (새 목표에 대해) 생각해 봤다. 2015시즌 평균 6이닝을 던졌다. 경기 수가 적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올해도 평균이닝 6이닝 이상으로 잡고 있다. 기록 같은 건 재미 삼아서 하는 건데 올해는 피홈런보다 볼넷을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KBO리그 34시즌 역사상 한 시즌 100이닝 이상 던지면서 볼넷이 피홈런보다 적었던 투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50이닝으로 범위를 늘리면 3명이 나온다. 4⅓이닝 2피홈런 0볼넷 등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기록은 제외했다.


2001년 SK 김기덕이 67⅔이닝 동안 17피홈런 16볼넷을 기록했다. 2002년 한화 이상목이 62이닝 동안 13피홈런 12볼넷, 2005년 LG 김민기가 55이닝 동안 11피홈런 10볼넷을 기록했다. 하지만 셋 모두 평균자책점은 5점대를 웃돌아 컨트롤이 정교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우규민이 그리는 기록에 가장 근접했던 선수는 오히려 2015년의 본인이었다. 우규민은 지난해 25경기서 152⅔이닝을 투구하며 11승 9패 평균자책점 3.42에 피홈런은 13개, 볼넷은 단 17개였다. 9이닝당 볼넷이 1.00개로 KBO 역대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종전 1위는 203이닝 동안 볼넷 25개를 내준 1991년 선동열의 1.11개였다.

LG 우규민. /사진=LG트윈스 제공

이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보기 쉽지 않은 기록이다. 최근에는 2005년 미네소타 트윈스의 카를로스 실바가 비슷한 성적을 냈다. 27경기서 188⅓이닝을 소화하며 볼넷은 단 9개만 내줬는데 피홈런이 25개로 비교적 많았다. 같은 해 팀 동료 브래드 래드키도 200⅔이닝을 던지며 볼넷 23개를 기록했는데 역시 피홈런은 33개로 많은 편이었다.

2006년 이후에도 피홈런 20개 이하의 투수 중 볼넷도 20개 밑으로 내준 투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한 명도 없었다.

기록 상으로 우규민의 이상형과 가장 비슷한 투수는 2014년 이와쿠마 히사시다. 이와쿠마는 당시 28경기에 선발 등판해 179이닝을 던지며 15승 9패 평균자책점 3.52, 피홈런 20개 볼넷 21개를 기록했다. 평균 6이닝을 넘겼고 9이닝당 볼넷 1.05, 9이닝 당 피홈런 1.01로 최정상급이다.

우규민은 선발로 전환한 2013년부터 453⅔이닝 동안 홈런 29개를 맞았다. 올해 부상 없이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면서 평균 6이닝을 달성한다면 28~30회 등판에 168~180이닝을 던지게 된다. 주먹구구식으로 계산하면 피홈런 10~12개가 예상된다. 단지 볼넷보다 피홈런이 많아야 한다는 목표를 위해 일부러 홈런을 맞을 리는 없으니 결국 볼넷을 완전히 줄여야 한다.

2013년 볼넷 31개, 2014년 볼넷 34개를 줬던 우규민은 '20개'라는 구체적 목표를 세운 뒤 바로 달성했다. 올 시즌에는 이닝이 늘어나고 볼넷은 줄여야 하니 9이닝 당 볼넷을 사실상 1개 미만으로 만들겠다는 이야기다. 매 경기 6이닝을 채운다는 가정하에 2경기에 한번 꼴로 볼넷을 줘야 달성 가능한 목표다.

우규민은 올해를 마친 뒤 FA 자격을 얻는다. 최근 3시즌 연속 10승을 돌파해 팀 내 에이스 자리를 공고히 다진 상태다. 4년 연속 10승에 볼넷도 주지 않는 투수라면 최정상급 대우를 받을 것이 확실하다. 동기부여만큼은 어느 때보다도 확실한 시즌을 맞이한 우규민이 과연 '미션 임파서블'을 달성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