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차' 박주현, 이승엽 몸 맞히고 모자 벗은 이유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6.06.02 06:05
  • 글자크기조절
image
넥센 박주현.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넥센전.


넥센이 5-3으로 앞서고 있던 6회초. 넥센 선발 박주현(20)이 여전히 마운드에 서 있었다. 삼성 선두타자는 이승엽(40). 이승엽은 이날 1회초부터 솔로 홈런을 치며 기세를 한껏 올리고 있었다.

승부에 들어갔다. 초구는 스트라이크. 2구째 볼. 그리고 3구째. 박주현이 힘차게 뿌린 이날 자신의 81번째 공, 143km 속구가 이승엽의 몸쪽을 파고 든 뒤 등과 오른팔 뒤쪽 사이를 강타했다. 박주현의 올 시즌 6번째 몸에 맞는 볼. 고척돔 여기저기서 놀라서 내는 소리들이 나왔다.

공에 맞은 이승엽은 바로 뒤돌아선 채 방망이를 툭 놓았다. 이승엽은 박주현의 눈을 쳐다보지 않은 채 1루 쪽으로 묵묵히 걸어나갔다.


이와 동시에 이승엽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진 박주현. 그도 다소 놀란 듯 혀를 내밀어 보였다. 이어 박주현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모자를 벗었다. 비록 상대 팀의 투수지만 타석에 서 있는 선수는 '대선배' 그리고 '레전드'. 이승엽은 박주현이 모자를 벗은 것을 쳐다보지 않은 채 1루로 나갔다.

이제 갓 프로에 입단한 '고졸 루키' 박주현. 아직 점수는 2점 차. 이승엽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지며 정신적으로 흔들릴 법도 했다. 그러나 박주현은 흔들리지 않았다. 후속 최형우를 삼진 처리했다. 이와 동시에 2루로 뛴 이승엽을 포수 송구로 잡아냈다. 조동찬은 1루수 파울 플라이아웃. 이닝 종료.

결국 이날 박주현은 6이닝(투구수 89개) 동안 5피안타(2피홈런) 4탈삼진 0볼넷 1몸에 맞는 볼 3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3승(1패) 달성에 성공했다.

경기 후 박주현은 "1회 홈런을 두 방 맞았지만, 그때 오늘 줄 점수를 다 준 것 같다"면서 "홈런 이후 긴장이 더 됐지만, (박) 동원이 형이 리드를 잘해줘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다. 동원이 형한테 고맙다"고 했다. 이어 "올 시즌 10승이 목표다. 30%를 이뤘다. 다음에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인사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박주현이 상대 에이스와의 맞대결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 잘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 고무적이다"고 칭찬했다.

이제 집에 가는 길. 고척돔 지하주차장을 떠나는 박주현의 주위로 팬들이 모여들었다. 사인 그리고 사진 촬영 요청이 이어졌다. 한 남성 팬은 "박주현 때문에 내가 고척돔에 온다"며 등을 세게 한 번 쳤다. 마치 평소에 매우 친하게 지내는 사이인 듯했다. 그러나 박주현은 처음 본 아재 팬이라고 했다.

집으로 향하는 박주현을 붙잡고 이승엽에게 공을 맞힌 뒤 곧바로 모자를 벗은 이유를 물었다. 박주현은 "아, 일부러 맞힌 게 아니었어요. 그냥 공이 그쪽으로 갔어요"라며 "대선배님이신데, 고의가 아니니까요. 미안했어요"라고 순박한 표정으로 말했다.

image
박주현이 집에 가기 전 팬들에 둘러싸인 채 사인을 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기자 프로필
김우종 | woodybell@mtstarnews.com

안녕하세요. 스타뉴스 김우종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