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순 "아내 박예진, 망가진 내 모습도 괜찮다고.."(인터뷰)

영화 '올레' 박희순 인터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6.08.2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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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희순 / 사진=김휘선 인턴기자


배우 박희순(46)이 변했다. 그동안 영화 속에서 진지하고 무거운 모습을 주로 보여줬던 박희순은 그동안의 모습을 모두 벗고 작정하고 망가졌다.

박희순은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올레'(감독 채두병) 인터뷰를 가지고 영화에 대한 뒷이야기와 결혼 후 생활에 대해 전했다.


'올레'는 인생에 지친 세 남자들이 제주도로 일상탈출을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믹 영화. 신하균이 희망퇴직 대상자 대기업 과장을, 박희순이 13년째 사법고시를 보고 있는 남자를, 오만석이 겉은 멀쩡한데 속은 문드러진 방송국 메인 앵커 역을 맡았다.

고시 생활에 인생을 바쳤지만, 사법고시가 폐지를 앞뒀고 수탁(박희순 분)은 목숨을 끊을 결심을 했다가, 마지막으로 친구들과 제주도로 떠난다. 영화 속 수탁은 아무렇지도 않게 성적인 농담을 던지고, 제주도에서 여자를 만나기 위해 혈안이 된 모습이다. 남자 친구끼리 자유롭게 욕을 하고, 보는 사람도 민망한 술주정은 물론 푸들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헤어스타일까지 딱 '진상'이다. 박희순도 이렇게 망가진 모습은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이렇게 망가지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동안 이런 대본이 들어온 적이 없었거든요. 이런 시나리오게 나에게 와서 반가웠죠. 연극 무대에 설 때는 이런 망가지는 캐릭터도 해 본 기억이 있는데 영화 쪽으로 오면서 무거운 역할을 많이 했어요. 영화 속에서 조금씩 재밌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이렇게 망가진 것은 처음이죠.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었어요. 재밌게 이 역할에 녹아들면서 어울리는 자체가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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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희순 / 사진=김휘선 인턴기자


앞서 박희순은 지난 1월 배우 박예진과 혼인신고를 하고 지난 6월에 결혼식을 올렸다. '올레'는 박희순이 결혼 후 처음 선보이는 영화. 아내인 박예진은 영화 속에서 망가진 박희순을 보고 뭐라고 이야기했을까.

"아직 개봉을 안 해서 (박예진은) 영화를 못 봤어요. 망가진 사진은 보여줬죠. 영화 촬영 전에 미리 상의도 했어요. 영화 속에서 푸들처럼 머리 파마를 했거든요. 이 머리 어떠냐고 했더니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신혼 생활이 어떤지 묻자 박희순은 쑥스러워하며 웃었다. 그는 요즘 주로 박예진과 집에서 둘이 술을 마신다며 아내에 대한 애정을 넌지시 드러냈다. 집안일 분담은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서로 돕고 있다고 답했다.

"결혼 후 배우로서 크게 달라진 점은 없어요. 20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해서 계속 이어져 오고 있는거지 결혼을 하면서 다른 배우가 되거나 다른 연기관이 생기거나 한 것은 없어요. 제가 잘해야죠. 집안일은 나눠서 해요. 둘 다 배우이기 때문에 한 명이 일할 때 다른 한 명이 청소하고 빨래를 하죠. 가정적인 스타일이냐고요? 제 생각에는 그런 것 같은데요. 나중에 박예진씨께 물어보시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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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희순 박예진 / 사진=스타뉴스


'올레'의 수탁은 남 시선 신경 안 쓰고 망가지는 캐릭터이기에 연기하기도 재밌었을 듯 하다. 박희순은 신하균, 오만석과 함께 진짜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처럼 즐겁게 촬영했다고 한다. 학창시절 '공부 못하는 3년간 동안 개근하는 학생'이었다고 스스로를 설명한 박희순은 영화 속 수탁을 통해 처음 '일탈'을 경험했다.

"수탁이라는 캐릭터는 실제 박희순이 할 수 없는 말들을 하는게 재밌었어요. 사실 남자들은 셋만 모여도 여자이야기를 하거든요. 맘 터놓을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나면 스스럼없이 이야기 하는데 수탁과 같이 과감하게 하기는 쉽지 않아요. 저는 수탁을 통해서 일탈을 했죠."

'올레'는 세 명의 남자가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 묶으면서 여자들과 함께 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코믹하게 그리며 웃음을 전한다. 하지만 남자의 시선에서 남자들의 농담을 전하며 여성들이 보기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다. 박희순은 이에 대해 "모자란 사람들의 서툰 이야기다"라고 설명했다.

"남자들이 모이면 여자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당연하잖아요. 그런데 지금 사회가 흉흉하다 보니까 이런 이야기 자체도 우리끼리 검열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남자들끼리 킥킥대며 하는 이야기까지 검열돼야 할까? 이런 것 자체가 여성들에게 불쾌감을 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 자체가 너무 각박해지지 않았나 하는 안타까움이 있죠. 우리끼리도 검열을 하고 편집을 많이 했어요. 순수하고 모자란 청년들의 서툰 이야기인데 불편하다면 섭섭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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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희순 / 사진=김휘선 인턴기자


'올레'는 남자들끼리 모여서 함께 촬영하는 장면이 많은 만큼 배우들끼리의 호흡이 중요하다. 평소 신하균 오만석과 친분이 있었던 박희순은 두 명의 동생과 완벽한 케미를 뽐내며 영화를 이끈다.

"하균씨와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작품은 하지 못했어요. 신하균에 대해 제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는 말 없는 사람이었어요. 보통 배우들끼리 술 마시면 그 술자리에 말 없는 두 사람이 있는데 그게 바로 저와 신하균씨였어요. 우리 두 사람은 맨 마지막까지 남아서 뒤치닥거리 하고 선배님들 집에 보내드리고 이런 것을 했죠. 하균씨나 저나 되게 내성적이고 말 없고 그런 사람이었는데 그런 사람끼리 만나니까 못했던 이야기를 서로에게 하면서 친해졌어요. 만석씨 같은 경우는 예전에 뮤지컬을 같이 했어요. 이후 이번에 만나게 되면서 굉장히 기뻤죠."

스크린 데뷔 후 처음으로 망가진 역할로 관객을 만날 준비를 마친 박희순. 20대에 처음 연기를 시작한 그는 어느새 40대 배우가 됐다. 앞으로 박희순이 보여주고 싶은 연기는 어떤 것인지 배우로서의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40대가 되면서 쉬워질 줄 알았는데 점점 연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내가 연기했던 경험과 요즘의 트렌트, 유행을 보면서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다음 작품은 멜로가 있는 가족영화를 계획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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