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배우는 LG 유강남, 시련은 성장의 밑거름

고척=한동훈 기자 / 입력 : 2016.08.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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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유강남(오른쪽), 임정우(왼쪽).





"내가 왜 직구를 그렇게 고집했을까 돌아봤다."


투수가 포수 리드대로만 완벽히 던진다면 칠 타자는 없다고 한다. 포수 리드의 비중을 과대평가하는 시선에 대한 반박이다.

하지만 코스를 떠나서 볼 배합이나 호흡 등 포수는 투수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특정 포수를 선호하는 투수들이 있는 걸 보면 포수는 분명 '공 받는 사람' 그 이상의 존재다. 게다가 이런 능력은 포구나 송구, 견제, 반응속도처럼 반복 훈련으로 습득할 수 없다. 오로지 경험만으로 채울 수 있다.

이런 면에서 LG 포수 유강남은 매 경기 배우는 중이다. 지난 시즌 최경철의 부상으로 뜻하지 않게 주전 포수가 됐지만 1군 풀타임을 무난하게 소화해 코칭스태프의 신임을 얻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LG는 FA로 정상호를 데려왔지만 26일 현재 출전 비중이 가장 높은 포수는 바로 유강남이다. 발군의 타격 재능과는 별개로 이제 풀타임 2년차 포수 유강남에게 '투수 리드'는 까마득한 영역이다.


24일 두산전 참패도 유강남에게는 배울 기회였다. 5선발 이준형과 호흡을 맞췄다. 1992년생 포수와 1993년생 투수의 '초짜' 조합이었다. 리그 최강 타선을 자랑하는 두산을 맞아 1회부터 두들겨 맞았다. 아웃카운트 1개를 잡는 동안 2루타 1개 포함 4안타를 허용했다. 이준형이 속절없이 무너져내렸는데 LG 벤치는 웬일인지 포수를 바꿨다. 유강남은 다섯 타자만 상대한 채 벤치로 돌아가 포수 장비를 벗었다. 리드에 문제가 있었다고 벤치는 판단한 것이었다.

양상문 LG 감독은 다음 날 "이준형이 시작부터 매우 공격적으로 붙었다. 두산 타자들도 기다리지 않고 받아 쳤다. 그런데 유강남도 그대로 정면을 요구했다"며 피해갈 줄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게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유강남은 두산전에는 바로 빠졌지만 25일 넥센전에는 변함 없이 선발 마스크를 썼다. 외국인 투수 허프와 배터리를 이뤘다. 허프가 1회부터 3실점하며 흔들렸지만 이날에는 위기를 잘 타개했다. 8회까지 추가실점을 1점으로 막았다. 허프는 승리투수가 됐고 유강남도 9이닝 풀타임을 소화했다. 타석에서도 3타수 2안타 3타점으로 영양가 만점 활약을 펼쳐 전날 후유증을 말끔히 씻었다.

경기 후 유강남은 "어제 (이)준형이 볼이 좋았다. 그런데 나랑 하고 2군에 내려갔다. 너무 미안했다. 내가 왜 그랬을까 돌아봤다. 공이 좋았는데 그 상황에서 왜 직구를 고집했을까 생각했다. 김정민 코치님도 어디서 잘못됐는지 지적해주셨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어제 경기는 어제 경기고 넥센전을 또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빨리 털었다. 빠진 건 빠진 거고 오늘 게임에 집중해야 했다. 다시 잘 해보겠다고 심기일전했다. 팀이 이겨서 무엇보다 기쁘다. 연승을 이어나가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유강남은 26일 현재 71경기서 타율 0.289, 7홈런 OPS 0.771을 기록 중이다. 10개 구단 주전 포수 중 중위권에 해당하는 공격력이다. 도루저지율은 37%로 6위지만 지난해 25%보다 크게 늘었다. '공격형 포수'의 재능은 이미 인정 받은 유강남이 진짜 안주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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