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한한령? 中대작 프로젝트 미련 없어"(인터뷰②)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12.30 08:30
  • 글자크기조절
image
영화 '스톱'의 김기덕 감독 / 사진제공=김기덕필름


<인터뷰②에서 계속>

-이번에도 연출과 각본, 촬영과 조명을 모두 홀로 했다. 적은 비용으로 빨리 찍어내는 것도 특징이다.


▶대기업 메인 투자를 받은 일이 없다. '섬'이 유이하다. '피에타', '그물'의 제작비가 1억이 조금 넘는데, 자비로 영화를 찍게 되면서 제작비가 1억 넘어가면 부담스러워졌다. 언젠가는 이 비용마저 없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제작비에서 배우 출연료를 빼면 대부분 스태프 비용이다. 제가 어디 대학 동아리 감독도 아니고 노동에 비례한 최소한의 비용을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착취다. 그래야 마음도 편하다.

-가볍고 단출한 김기덕표 작업스타일이 자리잡힌 느낌이지만 디테일이나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찍으면 메시지와 줄거리만 있는 건데, 과연 이렇게 영화를 해야 하느냐 지금도 고민한다. 매일 그것과 싸운다. '그물'을 보고도 사람들이 세트가 조악하다, 가난해 보인다 하니 너무 괴롭다. 모든 게 비용이고 시간이 아닌가. 비용을 최소화하려다 보니 완성도가 부족한 데 이것이 스스로도 힘들다. 하지만 결론은 그 이유로 영화를 포기할 수 없다는 거다. 대신 좀 더 흥미로운 이야기의 힘, 메시지의 힘을 보강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면 저 자신이 언젠가는 영화를 혼자 찍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배우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image
사진=영화 '스톱' 현장사진


영화는 극장에서 개봉해야 하고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강박에 지친 것 같다. 요즘은 영화를 잊으려 저녁마다 술을 먹는다. 예전엔 영화 발전기처럼 매일매일 영화를 만들었다. 열정도 있었고, 정말 기계같은 느낌도 있었다. 지금은 약간 내려놨다. 지친 부분도 있고, 불가항력을 깨닫기도 했다. 여러가지로부터 자유로우면 어떨까 싶다.

-한한령 등의 여파로 중국 대작 '무신' 프로젝트가 좌절된 데 대한 아쉬움도 클 것 같다.

▶그에 대한 미련은 없다. 검열을 감안해 시나리오를 2번 고치면서 종교, 소수민족 등의 이야기를 빼니 다른 영화가 됐다. 그것이 연출에서 빠진 핵심 이유다. 그 과정에 10여 차례 중국 저녁을 다니며 영화를 준비하지 않았다면 볼 수 없었을 것들을 많이 보고 배웠다.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비자 문제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오히려 다음 문제다. 감독을 못 하겠다 하니 감제(총감독)을 부탁받았는데 실질적으로 영화에 참여할 수 있는 장기 상용비자를 받기가 어려웠다.

-블랙리스트 파문도 있었고 영화계가 술렁댄다. 상영관 독과점 등 영화계 현안에 대한 발언도 계속해 왔는데.

▶블랙리스트는 한둘이면 모르겠는데 워낙 뭉텅이고 떼거지라 이걸 블랙리스트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달라질 것도 없다. 요즘엔 영화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시스템이 저와 상관이 없다는 느낌이 든다. '그물'을 하며 느꼈다. 극장만 확보해서 관객을 모을 수 없다는 건 '일대일'부터 절감했다.

-차기작은 어떻게 진행 중인가.

▶'인간의 시간'이다. 끔찍한데 아름다운 영화를 해볼까 한다. 제작비가 꽤 필요한데 영진위 예술영화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되지 않아 1억5000만원~2억으로 찍어야 하는데, 인물도 많이 나오고 해서 고민이다. 요즘은 졸작이라도 뭔가를 찍자는 생각을 한다. 그게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이다.

image
영화 '스톱'의 김기덕 감독 / 사진제공=김기덕필름
기자 프로필
김현록 | roky@mtstarnews.com 트위터

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