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바 on Air] '맏언니 GK' 김정미, 그는 왜 자꾸 '죄송하다' 했을까

지바(일본)=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12.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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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일본 지바 소가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17 EAFF E-1 챔피언십 여자부 한국 대 중국의 경기에서 한국 골키퍼 김정미가 중국의 공격을 막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표팀 맏언니'의 책임감이었다. '한국 여자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김정미(33,현대제철 레드엔젤스)는 연신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고개 숙이며 자책하고 또 아쉬워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은 15일 오후 4시 10분 일본 지바현에 위치한 소가 스포츠 파크에서 열린 중국 여자 축구 대표팀과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구 동아시안컵)' 여자부 3차전에서 1-3으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3연패를 당하며 최하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한국은 지난 8일 일본과 1차전에서 2-3으로 분패한 뒤 11일 북한과 2차전에서도 0-1로 석패했다. 그리고 이날 중국의 만리장성을 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반면 앞서 북한에 0-2, 일본에 0-1로 각각 패한 중국은 3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정미는 이번 대회 전 경기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물론 결과는 좋지 못했다. 일본전에서 3골을 허용했고, 북한전에서도 1골을 내줬다. 이번 중국전에서도 3골을 내주며 고개를 숙였다. 3경기 동안 7실점. 수문장으로서는 분명 아쉬운 성적이다.


그래서였을까. 김정미는 경기 후 누구를 탓하지 않은 채 자책했다. 김정미는 "죄송하다. 저 때문에 졌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후배들을 향해 이런 저런 주문을 했는데 정작 내가 실수를 해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0-2로 뒤지던 후반 40분 강유미가 만회골을 넣었으나, 후반 45분 런 구이신에게 초장거리 골을 허용했다. 김정미가 앞으로 나와 있는 틈을 타 기습적으로 성공시킨 장거리 슈팅이었다.

김정미는 "킥 실수로 실점을 허용했다. 우리가 한 골 더 넣을 수 있는 분위기가 왔다고 생각했는데, 저 때문에 망친 것 같아 미안하다"면서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사실 한국 여자 축구는 이번 대회서 상위권의 성적을 거둘 상황이 아니었다. 우선 북한과 중국, 일본 여자 축구는 세계 축구를 제패한 경험이 있는 세계적인 강팀들이다. 현 FIFA 랭킹 역시 모두 한국보다 우위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극낭자들은 최선을 다해 싸웠다.

김정미는 "(2015년) 중국 우한 대회서는 모든 게 다 잘 됐다. 좋은 것만 생각하면서 경기에 임했었는데"라고 회상한 뒤 "이번 대회가 끝나니까, 중국과 북한 그리고 일본이 조금씩 발전을 하고 있었다는 걸 느꼈다. 기술적으로 쫓아가려면 뛰는 게 뒷받침돼야 한다. 피지컬적으로 보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제 여자 축구 대표팀은 내년 4월 요르단에서 열리는 '2018 AFC 아시안컵'을 바라보고 다시 뛴다. 8개 팀 중 5위까지 2019 프랑스 여자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따낼 수 있다.

김정미는 내년 아시안컵에 대해 "저희가 정말 이번에 많이 느꼈을 것 같다. 저부터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부족한 걸 모르고 있었구나. 알고 있었지만 경기를 하면서 느꼈다. 감독님께서 어떤 훈련을 시켜도 아무 말 없이 따라가야 할 것 같다. 힘든 걸 이겨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를 악물었다.

어느덧 그의 목소리에는 다시 힘이 들어가 있었다. 인터뷰가 끝났다. 북한-일본전을 보러 떠나는 그는 다시 취재진을 향해 "죄송합니다. 죄송해요"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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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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