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PMC: 더 벙커' 게임 같은 쾌감과 게임 같은 서사 ①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12.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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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같은 영화. 북핵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음모를 다룬 영화. 그 안에서 남과 북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PMC: 더 벙커'(이하 PMC)다.

2024년. 북핵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된다. 미국과 북한이 정상회담도 하고 평화무드를 이어 갔지만 북핵 폐기는 지지부진하다. 결국 재선을 앞둔 미국 대통령은 단숨에 북핵 문제를 해결해 열세인 선거에서 승리를 꾀한다.


북한의 요인을 납치하고, 그 결과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유도하고, 그 결과 보복 조치로 북핵 시설을 폭격해 말끔히 정리한다는 시나리오다. 미국 CIA는 판문점 지하 30미터 아래 있는 벙커를 찾은 북한 요인 납치를 글로벌 군사기업(PMC) 블랙리저드의 캡틴 에이헵(하정우)과 그의 팀에 맡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다들 미국 불법체류자들이라 여차하면 꼬리를 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헵은 한국 특전사 출신이지만 사고로 다리를 다친 뒤 블랙리저드의 캡틴을 맡고 있다. CIA 설명은 영 미덥지 않지만 후딱 작전 마치고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날 아기를 만나러 갈 생각이 가득하다.

그런데 벙커에 납치하려던 인물 대신 북한 최고 권력자 킹이 있는 게 아닌가. 킹은 이미 미국 정부에서 동북아 최고 현상금을 내건 요주의 인물. 에이헵은 CIA를 설득해 킹을 잡기로 작전을 변경한다. 잭팟을 터뜨리겠다는 생각뿐이다.


손쉽게 킹을 납치하긴 했는데 어쩐지 이상하다. 또 다른 군사기업이 에이헵의 팀을 습격한다. 알고 보니 중국의 음모였다. 중국은 미국의 작전을 역이용해 이참에 말 안 듣는 킹을 제거하고 북한을 접수하는 한편 그 책임을 미국에게 돌리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은 미국의 사주를 받은 에이헵 일당이 북한 최고 권력자를 살해했다는 여론전까지 펼친다. 미국 대통령은 상황이 꼬이자 아예 벙커를 폭격해 관련된 모든 증거를 없애려 한다.

꼬일 만큼 꼬인 상황. 마침 킹까지 총격전에 휘말려 위태롭다. 에이헵은 킹과 같이 있던 북한 의사 윤지의(이선균)에게 도움을 받는 한편 어떻게든 살아서 벙커를 나가 가족의 품에 돌아가려 한다.

'PMC'는 게임 '메탈기어 솔리드' 영향을 짙게 받은 모양이다. 에이헵이란 이름마저 그대로 가져왔다. 강대국의 음모 속에서 펼쳐지는 구출 작전. 'PMC'는 게임을 진행하는 것처럼, 작전을 입안하고, 병사들을 배치한다. 각 상황을 게임처럼 모니터하고 액션이 게임처럼 진행된다. 카메라의 시선, 강렬한 음악과 음향, 스텝업되는 전개, 각 과정마다 선택을 요구하는 상황, 모든 게 게임처럼 구성됐다.

'PMC'는 '더 테러 라이브' 김병우 감독이 5년만에 내놓은 영화다. 영화 속 시간(디제시스)과 영화 밖 시간(논 디제시스)를 일치시켜 긴장감을 주는 게 두 영화가 닮았다. 같은 주인공인 하정우가 움직이지 못한 채 상황에 휘말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차이가 있다면 'PMC'는 보다 사람들의 감정을 담으려 했다. 가족애, 평화를 바라는 마음, 동료를 생각하는 마음, 인간에 대한 애정 등을 더 담으려 했다. 그렇기에 'PMC'는 게임 같은 전개 속에 휴머니즘을 담아 긴장을 이어가는 영화다.

전개는 극적이다. 한 스테이지마다 액션과 갈등이 휘몰아치고, 다음 스테이지가 펼쳐진다. 귀를 찟을 듯한 음향과 음악은 각 스테이지 선택의 순간마다 사라진다. 그렇게 쉼표를 준다. 이런 전개의 반복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게임에 익숙한 관객에겐 시각적인 쾌감을 줄 것 같다.

아쉬운 건 현실이 영화적인 상상력을 앞섰다는 점이다. 분명 기획 당시엔 상상도 못했을 북미 정상 회담이 이미 성사됐고, 실제로 미국 대통령의 재선 전략에 북핵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보니 영화 속 설정에서 주는 긴장이 줄어든다. 대사의 80% 가량이 영어로 진행되고 미국 배우들이 두루 출연해 다분히 할리우드 영화 같지만 어쩔 수 없이 한국 민족주의가 담겼다. 그리하여 결말에 대한 호불호는 수박 쪼개지듯 확연히 갈릴 것 같다. 고막을 뚫을 듯한 사운드도 호불호가 따를 것 같다.

12월 2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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