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일(한국시간) 열린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뉴잉글랜드 레볼루션-D.C. 유나이티드의 경기 모습. /AFPBBNews=뉴스1 |
미국 프로 스포츠 시스템의 발전에 기초가 된 MLB(메이저리그야구)의 최대 발명품은 포스트시즌과 올스타전이다. 포스트시즌과 올스타전은 MLB를 넘어 미국 주요리그의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했으며 다른 국가의 프로 스포츠에도 폭넓게 적용됐다.
하지만 미국 프로 스포츠의 포스트시즌은 유럽 축구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 했다. 물론 프로 축구 리그와는 별개로 컵 대회는 존재하지만 유럽 축구에서는 클럽의 정규리그 성적이 곧바로 최종 성적이 된다. 미국 프로 스포츠처럼 포스트시즌에서 대역전극을 만들 수 있는 기회는 없다.
그렇다면 미국과 유럽 프로 스포츠에는 왜 이런 차이가 존재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미국 프로야구와 잉글랜드의 프로축구의 발전과정을 살펴봐야 한다.
미국 프로야구는 기본적으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이다. 미국 프로야구 팀은 특정 지역에서 야구로 사업을 하는 데에 있어 독점적 권리를 갖는 프랜차이즈다. 현재 마이너리그에 속해 있는 팀이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고 해서 절대로 메이저리그 팀이 될 수 없는 배타적 독점체제라고 할 수 있다. 2부리그 팀이 1부리그로 승격이 가능한 유럽 프로축구의 체제와는 큰 차이점이다.
MLB LA 다저스 선수들이 2020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하지만 모든 도시의 야구 팀이 내셔널리그에 편입될 수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내셔널리그에 대항하는 여러 리그가 출범하게 됐고 그 가운데 가장 강력한 라이벌 리그로 아메리칸리그가 급부상했다. 지금까지 새롭게 출범한 리그의 발전을 견제해 왔던 내셔널리그는 아메리칸리그와의 출혈경쟁보다는 연합전선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1903년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 최고 팀간의 가을야구인 월드시리즈가 탄생한 배경이었다. 이후 양대 리그는 MLB로 통합돼 경쟁과 화합을 통해 상생 발전 모델을 구축했다.
이 시점부터 미국 프로야구의 포스트시즌 제도는 미국 스포츠 문화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상업적인 측면에서도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포스트시즌 제도는 효과적이었기 때문에 다른 미국 프로 스포츠리그도 앞다퉈 이와 같은 제도를 채택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시티-리버풀의 경기. /AFPBBNews=뉴스1 |
세계 최초의 프로축구 리그인 잉글랜드 풋볼 리그가 1888년 출범한지 1년 뒤에 라이벌 리그인 풋볼 얼라이언스 리그가 출범했다. 풋볼 리그 소속 클럽들이 위치한 도시에 비해 풋볼 얼라이언스 리그 소속 클럽들이 근거지로 삼았던 도시의 규모는 작았다. 하지만 여전히 두 리그 간의 경쟁은 잉글랜드 축구 산업 발전에 저해 요소였다.
결국 두 리그는 협상을 시작했고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합병의 방식이 독특했다. 풋볼 리그 소속 클럽의 전력이 평균적으로 우월했기 때문에 대다수 풋볼 얼라이언스 리그 소속 클럽들은 새롭게 만들어진 2부리그에 편입됐다. 대신 2부리그에서 성적이 우수한 클럽은 언제든지 1부리그로 승격할 수 있는 제도가 생겼으며 반대로 1부리그에서 성적이 저조한 클럽은 2부리그에 강등돼야 했다. 이처럼 승강제는 영국이 특유의 문화로 내세워 왔던 타협과 절충의 산물이었다.
잉글랜드보다 뒤늦게 프로 축구리그가 생겨난 유럽 지역에서는 자연스럽게 축구종가인 잉글랜드 풋볼 리그가 발명한 승강제도를 따라 했고 이는 각국 프로 축구리그의 전통이 됐다.
이종성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