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이태양에게 건넨 선물은 '품격'과 '원팀'이었다

부산=심혜진 기자 / 입력 : 2021.03.12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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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오른쪽)가 이태양에게 시계를 선물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추신수(39·SSG)가 선수단 합류와 함께 품격와 원팀을 선사했다. 자신에게 등번호 17번을 양보한 투수 이태양(31)에게 통 큰 선물을 건넸다.

지난달 25일 한국에 입국해 경남 창원에서 2주 간의 자가격리를 거친 추신수는 1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의 연습경기가 끝난 뒤 선수단과 상견례를 가졌다.


이날 오후 3시께 경기장에 도착한 추신수는 유니폼을 모두 차려입고 그라운드에서 선수단과 인사를 나눴다.

인사말을 마친 추신수는 갑자기 이태양의 이름을 불렀다. 이태양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선수단 가운데에 섰다. 그리고 추신수는 이태양에게 큰 상자 하나를 건넸다. 바로 수 천만원 대에 달하는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시계였다. 내용물을 확인한 이태양의 입은 쩍 벌어졌다.

추신수가 이태양에게 고가의 시계를 선물한 이유는 바로 등번호 때문이다. 추신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17번을 사용했는데, 메이저리그에서도 등번호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달고 뛰었다.


그런데 SSG에는 17번이 비어있지 않았다. 이태양이 달고 있었다. 그는 번호를 흔쾌히 양보하겠다는 뜻을 전달했고, 추신수는 등번호 17번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10일 동의대 훈련에서 이태양은 '선물을 기대하고 있지 않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후배로서 선배에게 등번호를 양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선물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니다"고 잘라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진짜로 추신수가 선물을 안겼다. 추신수는 시계를 선물한 것에 대해 "세상에 당연한 건 없더라. 받으면 항상 감사하고 고맙다는 표현을 해야 하는 게 맞다"면서 "나한테는 17번이라는 게 의미가 큰 번호다. 초등학교 때부터 17번을 달았다. 특별한 번호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 SSG에 오겠다고 결정하고, 제일 처음 했던 게 누가 17번을 달고 있는지 확인한 것이었다. 이태양이 먼저 양보하겠다고 했다. 후배이지만 너무 고마웠다. 이태양도 17번이 의미가 있는 번호라면 어쩔 수 없었는데 아니라고 하더라"고 고마워했다.

추신수는 "미국에서는 항상 있는 일이다. 번호를 받으면 뭔가 선물을 하는데, 조금 더 특별한 걸 하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빨간색 시계다. 미국에서부터 준비를 했다"고 활짝 웃었다.

고가의 시계를 받은 이태양은 "갑자기 처음에 큰 선물을 주셔서 경황이 없었다. 선물을 받아야 할지 고민도 됐다"며 "생각해서 주신 만큼 좋은 기운을 받아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 추신수 선배가 잘 적응하시도록 옆에서 돕겠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또 이렇게 선물을 함으로써 베테랑으로서 원팀, 팀워크를 다지기 위한 의도도 있어 보인다. 추신수가 이태양에게 선물을 하는 것을 본 김원형(49) SSG 감독은 자신의 등을 내보이며 "나도 70번 줄 수 있는데..."라고 말해 다소 어색했던 상견례 분위기를 띄웠다.

추신수는 "미국에서 여기 오기까지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마음을 결정할 수 있었던 건 이기려고 왔기 때문이다. 좋은 경험을 쌓으려고 온 게 아니라 이 팀에서 모든 선수들과 한 마음이 되어 이기려고 왔다. 선수들이 모두 잘 뭉치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잘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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