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아픔·고통 이겨내야"..'아들의 이름으로', 안성기의 진정성 [종합]

건대입구=강민경 기자 / 입력 : 2021.04.2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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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유선, 안성기, 이세은 /사진제공=(주)앳나인필름


배우 안성기가 5.18 광주 이야기를 담은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로 돌아온다. 그는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아픔과 고통을 이겨내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28일 오후 서울시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감독 이정국)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시사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는 이정국 감독, 배우 안성기, 윤유선, 이세은이 참석했다.


'아들의 이름으로'는 1980년 5월 광주에 있었던 오채근(안성기 분)이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성 없는 자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다. 특히 1980년 5월 광주에 대한 뜨거운 화두를 던지며, 광주광역시와 (재)광주문화산업진흥원의 제작지원을 받은 의미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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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국 감독 /사진제공=(주)앳나인필름


이정국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그는 5.18 민주화운동을 그린 최초의 장편 극 영화인 '부활의 노래'(1990)로 데뷔한 후 '편지'(1997), '산책'(2000), '블루'(2002)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그런 그가 30년 만에 다시 광주 이야기를 꺼냈다.


데뷔작을 세상에 공개한 뒤 오래동안 부끄러웠다던 이정국 감독은 "형식적으로도 아쉽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10년 전부터 광주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수많은 5.18에 참여했던 분들의 증언록을 읽고 나서 다시 한 번 언급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어 "이 영화를 위해서 많은 자료를 봐왔고, 공부했다. 이 전에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토대가 돼 이 영화를 만들었다. 이번 영화의 핵심은 소크라테스의 말을 인용했지만 '반성하지 않는 삶은 가치가 없다'등의 명언을 바탕으로 이 이야기를 구성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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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 /사진제공=(주)앳나인필름


적은 예산으로 촬영해야 했던 '아들의 이름으로'였다. 그래서 이정국 감독은 자신의 친구를 캐스팅 하려고 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꺼냈다. 그는 "큰 배우를 잡기에는 돈이 많지 않았다. 누군가가 안성기로 하면 좋겠다고 했다. '설마 그분이 해주실까' 했다. 안면이 있지만 저와 친분은 없었다. 대본을 보냈는데 다음날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정국 감독은 "(안성기가) 시나리오 잘 봤다고 하시면서 관심을 가져주셨다. 예산도 많지 않고 스태프도 많지 않다고 했더니 한다고 하시더라. 사실 제 친구가 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바쁘다고 안 하게 됐다. 그 친구에게 고맙다. 전화위복이 됐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안성기는 극중 오채근 역을 맡았다. 오채근은 반성 없이 살아가는 자들에게 복수를 결심한 아버지다. 지난해 10월 건강 이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던 안성기가 제10회 아름다운예술인상 시상식 이후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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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유선 /사진제공=(주)앳나인필름


안성기는 "벌써 이 영화를 찍은지 2년이 지났다. 지난해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못 만났다. 이제라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의 이름으로'에 임하면서 "감정을 쌓아가지 않으면 설득력이 없고, 감동이 없을 것 같아서 한 신, 한 신 찍어나가면서 감정들을 쌓아가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안성기는 왜 '아들의 이름으로'를 선택했을까. 그는 "5.18만이 아니다. 어떠한 주제를 갖더라도 그 작품이 갖는 진정성, 완성도 이런 것이 있으면 당연히 한다. '아들의 이름으로'도 역시 그런 느낌이 저한테 왔다. 그래서 참여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많은 일반인들과 영화 촬영한 건 처음이었다. 병원, 식당 등 모두 다 제공을 잘 해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윤유선은 "작품을 촬영하기 전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많몰랐다. 어렸을 때의 일이기도 하고 자라면서 오해하기도 했다. 지금 미얀마 사태를 보면서 우리도 저런 상황이었는데 몰랐다는 점에 마음이 아프고 미안했다. 연기자로서 이런 미안한 마음을 작품에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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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은 /사진제공=(주)앳나인필름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이세은은 "설명이 필요없는 존경하는 선배님들과 촬영하게 돼 감사하다. 스토리의 힘이 있었다. 세세한 일상을 보여주면서 인물을 섬세하게 터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선택한 이유를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5.18 주제를 다룬 영화들이 많았다. 이 영화는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생활에 밀착된 것들,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터치하는 스토리의 힘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부연했다.

이정국 감독은 "대분의 영화들은 피해자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했었다. 가해자 혹은 직접적인 책임자가 아닌 명령을 받고 임한 가해자들은 어땠을까 싶었다"라며 "최근 현대 사회에서 큰 사건, 악행을 저질렀던 이들이 반성하는 건 드물었던 것 같다. 과거를 제대로 되돌아보지 않고 해결을 하지 않으면 또 다시 반복될 것 같았다. 가해자지만 소수라도 반성하는 행위를 영화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안성기는 "40년 전에 부끄러운 일이 있었다.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찾아서 보겠지만, 일반적으로는 하나의 역사적인 사건으로만 알고 지낼 것 같다. 아픔, 고통은 아직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이건 어떻게든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몫은 젊은 층이 가져야 한다. 반드시 기성세대의 몫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를 통해서나 많은 관심을 갖고, 함께 남아 있는 아픔과 고통을 이겨내도록 해야할 것 같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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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국 감독, 윤유선, 안성기, 이세은(왼쪽부터) /사진제공=(주)앳나인필름


이세은 역시 "그 당시 장면을 재연하기 보다는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분들과 그 주변분들이 어떤 생활을 하고 지내고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세대와 후배 세대들이 느끼는 부분이 있었으면 한다"며 "극중에 나오는 학교 폭력에 대해서도 한국형 '테이큰'의 액션을 보여준다. 부모 세대에서 자녀 세대가 잘못된 것을 내버려 두지 않고 깨끗하게 정리하고 밝은 미래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영화 곳곳에서 보여진다. 상처를 어우르고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보탰다.

마지막으로 안성기는 "모두가 어려운 상황인데 5월에 개봉을 하게 됐다. 또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될지 모르겠지만, 희망을 갖고 많이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과연 모든 세대들은 '아들의 이름으로'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한편 '아들의 이름으로'는 오는 5월 1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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