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적장도 극찬하지'... 5회 3볼넷→무실점→기어이 QS 국대 에이스 위엄

수원=심혜진 기자 / 입력 : 2021.08.2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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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SSG전에 선발 등판한 고영표.
토종 에이스 다운 투구였다. 고영표(30·KT)는 초반 위기에도 꿋꿋이 버텼다. 비록 승리 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실점을 최소화 해 팀 승리에 보탬이 됐다. 경기 전 양 팀 사령탑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한 보람이 있었다.

고영표는 27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SSG와의 홈경기서 6이닝 6피안타 3볼넷 7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팀이 2-3으로 끌려가고 있을 때 마운드에서 내려와 패전 위기에 몰렸지만 불펜의 호투, 타선의 집중력으로 6-4 역전승을 거둬 승패 없이 물러날 수 있었다.


이날 고영표는 1회부터 SSG 타선에 집중타를 맞았다. 1사에서 오준혁에게 2루타, 최정에게 3루타 등 연거푸 장타를 허용했다. 고영표 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어 최주환에게까지 적시타를 맞고 2실점했다. 2회도 위기를 맞았다. 첫 타자 김성현에게 2루타를 내준 것이다. 이현석 희생번트로 1사 3루가 된 상황에서 최지훈을 삼진 처리했지만 고종욱에게 우전 안타를 맞고 추가 실점했다. 1회 투심이 맞아 들어가자 2회 체인지업 비율을 높였으나 이마저도 안타를 헌납하고 말았다.

3회부터는 안정감을 찾았다. 최정, 최주환, 한유섬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을 뜬공과 삼진 2개로 잘 처리했다. 4회 역시 삼자범퇴. 고영표에겐 5회가 가장 큰 위기였다. 고종욱, 오준혁, 최주환까지 세 타자에게 볼넷을 내준 것이다. 이 역시 고영표에게서는 자주 나오지 않는 모습이다. 3개의 볼넷을 내준 경기는 이날 경기 포함 3경기 있었지만 한 이닝에 볼넷 3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래도 고영표는 고영표였다. 2사 만루에서 한 방이 있는 타자 한유섬을 투심으로 윽박질러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고영표는 큰 한숨을 내쉬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KT의 토종에이스 역할을 잘 마쳤다. 올 시즌 14번째 퀄리티스타트를 완성했다. 이 부문 다시 공동 1위가 됐다. 팀 동료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4)와 삼성 데이비드 뷰캐넌(32)와 경쟁 중이다.


고영표는 지난 2020 도쿄올림픽을 통해 한층 더 성숙해진 느낌이다. 생애 첫 국가대표팀 승선이었지만, 침착하게 자기 공을 던졌고, 국제무대에서의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했다. 조별예선 미국전에서 4⅔이닝 4실점으로 데뷔전을 치른 그는 한일전 선발 투수로 낙점돼 5이닝 2실점 역투를 펼쳤다. 탈삼진은 7개나 잡았다.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국대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국제무대를 치르고 돌아온 고영표를 보는 사령탑의 시선도 애틋하기 그지 없다. 한 마디로 '이보다 좋을 수 없다'다. 27일 경기 전 만난 이강철 감독은 고영표에 대한 걱정은 없겠다라는 질문에 "지금까지 해온 것을 잘 유지해가고 있다. 더 발전하면 미국 보내야 한다"고 너스레를 떤 뒤 "고칠 것도 없다. 단지 컨디션 조절 잘해서 페이스 유지만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부상 없이 쭉 한다면 능력치는 계속해서 나올 것이다"고 믿음을 보였다.

적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투수 출신 김원형(49) SSG 감독은 "고영표는 확실한 장점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감독은 "1군에서 살아남으려면 3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제구력, 둘째는 스피드, 세 번째는 변화구 구사 능력이다. 자신의 주무기 유무도 중요하다"면서 "사이드 투수라 직구 스피드가 140km 이상은 잘 나오지 않지만 회전력이 좋다. 체인지업 주무기가 잘 통한다고 보여진다"고 고영표를 칭찬했다.

호평은 이어졌다. 김 감독은 "직구에 힘이 없으면 타자들이 변화구에 잘 속지 않는다. 고영표는 볼끝에 힘이 있으니 체인지업이 더 돋보이는거 같다. 직구, 슬라이더, 커브도 제구를 가지고 시합을 한다"며 구위와 제구력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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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연습경기에 나선 고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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