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송강호 "칸 수상? 선택과 결과에 더 자유..그래서 감사" [★FULL인터뷰]

2022 영화 결산 릴레이 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2.12.2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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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사진제공=써브라임
2022년 한국영화계는 코로나 팬데믹을 이겨내려는 움직임이 활발했습니다. 그만큼 성과도 많았고,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올해를 빛낸 영화인들을 스타뉴스가 만났습니다. 첫 주자는 한국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입니다.

송강호의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은 그 자체로 한국영화의 역사다. 지금까지 칸국제영화제를 비롯한 세계 3대 영화제에서 한국 남자배우가 주연상을 수상한 건 송강호가 처음이다. 유일하다. 이제 송강호는 세계 영화계 명예의 전당에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송강호를 만났다. 마침 그는 미국과 영국 언론들과 연이어 화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한국을 넘어 세계 영화계 올해의 배우이기 때문인 듯하다.

-'브로커'로 한국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통상적으로 수상자(작)만 칸영화제 시상식에 참석하는 만큼 수상을 어느정도 예감했나.

▶생각도 못했다. 제가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이었을 때, 조직위원장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상 받는 팀들이 시상식 레드카펫에 올라올 때가 제일 행복했다고. 왜냐하면 수상 결과를 우리만 알고 있지 않냐고 하더라. 그만큼 수상 결과를 (심사위원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시상식 때 '헤어질 결심' 팀과 '브로커' 팀이 같이 올 수 있어서 기쁘다고만 생각했다.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송강호"라고 이름이 불러졌을 때 기분이 어땠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는 순간에 봉준호 감독과 같이 있었는데, 그 때와는 기분이 또 어떻게 달랐나.

▶호명됐을 때 멍 해지더라. 사실 함성 때문에 내 이름이 잘 안들렸다. 옆자리의 강동원이 먼저 일어났다. "포 브로커"라고 했을 때야 비로서 나를 불렀나보다라고 알았다. '기생충' 때나 나 때나 둘 다 호명됐을 때 멍했던 것 같다. 어느 쪽이 더 좋았다란 말은 어울리지 않고 비현실적이란 기분이 들었다. '기생충'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고.

-사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는 대중적으로 폭 넓게 사랑받는 작품은 아니다. 여성이 이야기를 이끄는 중심인물인 경우가 많고. '브로커'도 처음부터 그런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브로커'로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니 상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작품을 한 것도 당연히 아니었을 테고,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한 것도 아니었을테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에 화자로 이야기를 이끄는 것도 아니었는데도,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었나.

▶고레에다 감독님의 영화가 대중적이지 않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것이긴 하다. '브로커' 등장인물들이 다 중심인물이지만서도 그래도 이 이야기의 중심은 아이유가 이끄는 것이었다. 또한 배두나와 아이유, 두 사람이 끌고 가는 이야기로 두 여성이 바라보는 삶의 방식과 태도에 대한 영화라고 처음부터 이해했다. 6년 전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고레에다 감독님에게 처음 들었을 때부터 그랬다. 당시 '요람'이란 제목이었는데, 애초부터 여자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였다.

난 그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이 한국에서 한국배우들과 이 이야기를 만든다는 데 호기심과 매력을 느꼈다. 그렇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으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좋은 감독님과 좋은 동료들과 같이 일을 했는데,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할 뿐이다.

-송강호의 '기생충' 이후 행보를 살피면 좀 놀라운 부분이 있다. '기생충' 이후 차기작으로 신연식 감독의 '거미집'과 '1승' 내리 두 작품을 하기로 했다. 드라마까지 포함하면 세 작품을 같이 한다. '거미집'은 우여곡절 끝에 김지운 감독이 연출하게 됐지만. '기생충' 이후 차기작의 행보를 독립영화계에서 주목받는, 다시 말하면 대중적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감독의 작품을 연이어 선택한 게 의외였다.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다음에 그런 선택을 했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 직후에 그런 선택을 한 게 놀라웠는데.

▶신연식 감독을 그 전에는 잘 몰랐다. 오래 전부터 이야기는 들었지만 직접 얼굴을 본 건 '1승' 하기 전에 만난 게 처음이었다. 그 전에 신연식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 '동주'를 보면서 작가로서 그의 시선에 관심을 가졌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저런 시선으로 볼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생충' 끝나고 신연식 감독에게 책(시나리오)을 보냈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을 때 바로 만나자고 연락했다.

-사실 '거미집'은 상업적인 소재가 아니다 보니 투자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대로 엎어질 뻔 하다가 김지운 감독이 연출하고 최재원 앤솔로지스튜디오 대표가 제작하게 되면서 비로서 촬영을 끝마칠 수 있었다. '1승'도 독립영화 같은 작은 영화고. 첫 드라마인 '삼식이 삼촌'도 신연식 감독이 극본을 쓰고 연출하는 작품인데. 신연식 감독의 어떤 부분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나.

▶상업적인 성공과 대중성이 목표라기 보다도 신연식이란 작가의 시선이 참 좋았다. '삼식이 삼촌'이란 드라마도 신역식이란 젊은 감독이 갖고 있는 작가로서 시선이 참 좋아서 드라마 촬영에 겁도 나지만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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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강동원, 아이유 등과 칸국제영화제에서 '브로커'가 상영된 뒤 관객들의 박수갈채에 화답하고 있다./사진제공=CJ ENM
-공교롭게도 '기생충' 이후 신연식 감독의 작품들과 '브로커'를 선택했다. '비상선언'도 했지만 선택을 지켜보면 과거보다는 흥행에 대한 강박이랄까, 그런 점에서 좀 더 유연해졌다고 할까, 더 자유로워졌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 드는데.

▶대중적인 성과를 결코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분명한 건 과거보다 흥행에 대한 강박에서 좀 더 유연해진 것 같다. 솔직히 대중적인 성과에 대한 강박이나 두려움이 없는 배우는 없다. 나 역시 많이 아프고 많이 힘들어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좀 더 그런 점에서 자유로워진 것 같다. '비상선언' 흥행 결과가 솔직히 과거보다 덜 아팠다. 예전 같았으면 정말 힘들었을텐데. 이건 세월의 힘이기도 한 것 같고, 칸에서의 수상 덕분이기도 하고, '기생충' '브로커' 등 훌륭한 작품을 좋은 감독님들 동료들과 함께 작업을 해온 시간들이 쌓인 덕이기도 하고, 그 모든 게 다 합쳐져서 인 것 같다. 그래서 예전부터 선택도 자유로워졌고, 결과도 자유로워 지고 있는 것 같다.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은 커리어의 최정점이란 뜻이기도 한데. 그럴 때 더 욕심을 가질 수도 있을 법한데, 다른 길을 선택하고 있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그렇다고 상업적인 작품을 안한다는 게 아니라 확실한 건 과거보다 선택과 결과에 좀 더 자유로워진 점이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결과에 급급하고 안절부절하고 전전긍긍했다. 그런데 이제는 솔직히 말해 결과에 자유로워지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선택에도 더 자유로워질 것 같다. 독립영화든, 상업영화든, 단역이든, 조연이든, 특별출연이든, 선택이 훨씬 자유로워질 것 같다.

-작품만 좋다면 출연료도 대폭 낮춰서 할 수 있단 뜻인가.

▶물론이다. 팥빵 찍는 듯한 영화만 찍을 수는 없고, 또 관객들도 그런 영화보다는 새로운 영화를 더 사랑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작가의 시선이 소중하다면, 언제든 같이 할 수있다. 그렇게 자유로워진 마음이 되게 좋고 되게 행복하다.

-'거미집'은 후반 작업 과정에서 김지운 감독의 놀라운 작품이 탄생할 것 같다는 소문이 알음알음 나고 있던데. 내년 칸영화제 출품도 예정된 것 같은데.

▶'거미집'은 신연식 감독의 시선에 김지운 감독의 새로운 강력한 터치가 담긴 작품이 될 것 같다. 김지운 감독 특유의 변주하듯 장르적인 실험이 담겨서 시네마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반기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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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가 '브로커'로 한국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CJ ENM
-내년에는 '삼식이 삼촌'으로 드라마에 첫 도전하게 되는데. 10부작이고 내년 3월부터 촬영에 들어가 후반작업을 포함하면 거의 1년여 동안 오롯이 이 드라마 촬영에만 매진하게 될 것 같은데.

▶'1승'을 하기 전에 신연식 감독에게 이 작품에 대해 들었다. 드라마는 영화보다 긴 호흡이라 두렵기도 하다. 힘들어서 내가 누가 되면 어쩌지란 생각도 있다. 그래도 이런 드라마 방식에 호기심이 간 것도 사실이다. 함께 하는 변요한 등 드라마 경험이 많은 후배들에게 빌붙어 가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웃음)

-드라마 준비는 어떻게 할 것 같나. 과거 '사도' 때는 영조 연습을 하기 위해 촬영 전에 후배랑 팬션에 들어가서 연습을 하기도 했었는데.

▶그 때는 그렇게 연습하고 나왔다가 자신감이 떨어져서 촬영 전에 다시 한 번 팬션에 들어가서 연습하고 왔다. (웃음) 매번 그렇게 연습하지는 않는다. 때에 따라서 다양하게 준비한다. 이번 '삼식이 삼촌'은 대본 나온 것을 다 보고 1월부터 준비를 시작할 것 같다.

-올해 가장 감사한 것을 꼽자면.

▶감사한 사람은 워낙 많으니 두루두루 누구 하나 빠뜨릴 수는 없을 것 같고. 일을 하나 꼽자면 칸영화제에서 수상한 것을 꼽겠다. 상을 받은 것도 감사하지만 선택과 결과에 좀 더 여유롭고 자유롭게 해준 데 감사하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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