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 1434명·마계 순한맛"..'라스' 800회 17년 레전드는ing[종합]

상암=한해선 기자 / 입력 : 2023.01.1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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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국내 최장수 지상파 토크쇼 '라디오스타'가 오늘 17년째에 장장 800회를 맞이했다.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M라운지에서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이하 '라스') 800회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김국진, 김구라, 유세윤, 안영미, 이윤화PD가 참석했다.


'라스'는 MC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촌철살인의 입담으로 게스트들을 무장해제 시켜 진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독보적 토크쇼. 지난 2007년 5월 30일 '황금어장'의 작은 코너로 출발한 '라스'는 매주 방송 말미에 "다음 주에 만나요 제발~"을 외치며 17년째 수요일 밤 자리를 지켜왔다. '라스'는 방영 초에 5~10분 정도의 짠내나는 짧은 코너로 시작했다가 다양한 게스트가 솔직, 유쾌한 토크를 하는 프로로 자리잡고 개별 예능으로 편성돼 현재까지 수요 심야 예능 1위의 자리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라스'가 800회까지 달려오면서 시청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이유는 색다른 게스트 조합과 게스트들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는 유일무이 토크쇼이기 때문. 특히 내공 강한 4MC 김국진, 김구라, 유세윤, 안영미의 개성 강한 캐릭터와 케미가 컸다.

맏형 김국진은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안정적인 진행을 선보였고, 김구라는 촌철살인 입담으로 오직 '라스'에서만 들을 수 있는 게스트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유세윤은 자연스러운 진행능력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어떤 게스트가 나와도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안영미는 게스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공감형 MC로서 활약했다.


지난해 '라스'에서 돋보인 게스트로는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가수 겸 배우 이준호, '지붕뚫고 하이킥' 주역들, 범죄전문가 표창원과 권일용, 류승수, 김호영, 한가인, 다나카 등이 있었다.

이날 방송될 '라스' 800회 '팔팔하게 만나요 제발~!' 특집에서는 이경규, 김준현, 권율, 오킹이 게스트로 출연해 '라스' 축하사절단으로 맹활약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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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화PD /사진=MBC


이날 MBC 김구산 예능본부장은 "'라스'가 800회를 맞이했다. 앞으로 1000회, 2000회까지 가도록 하겠다"고 인사했다.

이윤화PD는 "김준현 씨가 게스트로 오면서 MC들에게 '씨육수' 같다고 했는데, 씨육수처럼 푹 고아진 맛을 시청자들이 익숙하게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나는 연출자로서 게스트가 새로운 재료라고 생각해서 재료를 새롭게 끓이는 식으로 연출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PD는 현재 MC들의 조합을 어떻게 볼까. 그는 "세윤 씨는 기복이 심하다. 더 재미있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눈 뜨고 조는 거 아닌가 생각도 해봤다"고 웃으며 "영미 씨는 구라 형에게 구박을 받을 때 짠하기도 했는데 재미있다"고 칭찬했다. 또한 "김국진, 김구라 형들은 다른 토크쇼에서 하지 못한 역할을 해준다. 새로운 관점으로 질문을 해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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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김국진은 자신에게 '라스'가 갖는 의미로 "방송을 쉬고 복귀할 때 처음 했던 프로가 '라스'다. 특별한 친구인데 800회까지 왔다. '벌써 800회라고?'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한 주 아파서 병원에 갔을 때 빼고는 모두 방송에 참여했다. '라스'도 나도 건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온 건 봐준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기 때문에 봐준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구라는 '라스'가 정체된 게 아니냔 반응에 "토크쇼라는 게 우리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저희가 의욕적으로 뭔가를 시도해봤을 때 일반인 분 '연반인'을 모셔보기도 했다. 저희가 게스트를 모시고 하는 큰 틀은 변함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저희가 800회를 맞이했는데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한때는 제일 높고 화려했던 빌딩인 것처럼 저희가 16년이 됐지만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저희들에게도 많은 PD들에게도 의미가 있다"라며 "저희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구라는 '라스'의 장수 비결로 "매주 매주 시청률을 확인해보고 루즈한 부분을 편집으로 잘 살려줬다는 생각으로 2007년부터 버텨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세윤은 16년간 '라스'가 버틴 원동력을 묻자 "개인적인 생각인데 국진이형과 구라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국진이형다운 공간, 구라형다운 공간이 '라스'가 아닐까 싶다. 큰 형들이 큰 몫들을 해주고 있어서 굵은 매력이 800회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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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안영미는 '라스' 역사상 최초의 여성 MC를 맡은 소감으로 "처음에 최초의 여성 '라스' MC란 자리가 매력적이었고 책임감을 갖고 했다. 지금은 최초로 '임산부 MC'가 됐다"고 웃었다. 임신 중인 안영미는 출산 후에도 '라스'에 복귀할지 묻는 질문에 "15주가 된 상황이라 미래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놓진 않았다. 일반 회사처럼 육아휴직을 주신다면 앞으로도 '라스'에 몸담고 싶고 이 자리를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안영미는 또 "이전에 있었던 S(신정환) 오빠의 역할이 컸기 때문에, 재치있는 오빠였고 센스있는 오빠였기 때문에 내가 이 자리에서 어떻게 웃길까, 어떻게 더 튈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그것 때문에 힘들었다. 나도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별 생각을 다했는데 '라스'를 하면서 사실 게스트를 돋보이게 해주고 편안하게 해주는 게 내 역할이라 생각했다. 게스트가 나와 아이콘택트를 하면서 편안하게 생각하더라. 조금씩 내려놓으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친절한 광대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안영미는 "MC란 게 한 회 한 회 녹화를 할수록 쉬운 게 아니구나 싶었다. 1년을 버티면서 했는데 700회, 800회를 함께 할 수 있는 게 영광이다. 그 사이에 내가 혼인신고도 하고 임신도 해서 '라스'가 나에겐 남다른 느낌이다. 가족 같은 느낌이기도 하다"고 애틋함을 보였다. 이어 그는 "큰 오빠들이 버텨줬기 때문에 '라스'가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서로 친하지 않아서 늘 새롭다. '라스'가 지금 순한맛이라고 하는데 그게 장수의 비결인 것 같기도 하다. 계속 독했다면 지금 시대엔 안 통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안영미는 지난달 '2022 방송연예대상'에서 '라스'로 최우수상을 수상했지만 당시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격리 상태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날 안영미의 트로피는 송은이가 대리로 수상했고, 안영미는 전화통화로 수상 소감을 밝혔다.

안영미는 당시 "이런 날이 오네요. 코로나로 참석을 못해서 죄송하다. 집에서 보고 있을 엄마, 깍쟁이 왕자님 감사하다"며 눈물 흘리는 소리와 함께 "내가 '라디오스타'에서 제일 필요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없으면 안될 것 같다. 내가 없으면 너무 우중충하다. 내가 꼭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송은이 선배님한테 보고 배운 것처럼 게스트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친절한 광대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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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이PD는 '라스'가 언제까지 방송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웹예능이 화제성을 6개월 이상 가져가기 쉽지 않더라. '라스'가 조급함이 없어진 프로이기 때문에 게스트에 집중할 수 있는 진정성이 생긴 것 같다"라며 "토크쇼라는 게 많이 남지 않게 됐는데, 저희 프로를 시청자들이 편안한 친구로 받아들인다고 생각한다. 좋은 게스트가 많이 참여해 준다면 내가 본부장이 될 때까지 쭉 갈 수 있는 방송이 아닐까 싶다"며 웃었다.

김구라는 "내가 처음에 이 프로가 이렇게까지 오래 할 줄 몰랐다. 어쨌든 모든 프로그램은 끝이 있다. 최장수 프로여도 끝은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볼 땐 그래도 '라스'가 800회, 900회까지 할 수도 있겠다. 그 자리에 내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며 "여러 소회가 들었는데, '독설을 한다'는 얘길 들은지도 어언 10년이 됐다. 내 캐릭터를 잘 살려주신 제작진도 있어서 믿고 왔는데, 사람이 나간 자리는 누구든 메워지겠다. 언젠가 경쟁력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소멸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프로그램으로 천수를 다 누렸다고 생각한다. 그게(종영이) 근시일은 아닌 것 같다"고 터놓았다.

'라스'의 경쟁 프로도 많았고 위기의 순간도 없지 않았다. 김국진은 "위기를 겪다 보니까 그거에 휘둘리기 시작하면 진짜 위기라고 생각했다. 방송을 했던 경험으로서 이 정도는 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우리가 있는 자리에서 계속 우리답게 하는 것이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안정됐다, 큰일났다고 생각도 안 해봤고 '우리답게 하자'란 생각으로 해왔다"고 털어놨다.

김구라는 "예전엔 현장에서 즉흥성이 많이 요구됐는데 게스트 입장에선 굳이 해서 안 되는 얘기를 해서 방송이 재미있게 나오기도 했다. 요즘엔 게스트가 자기에게 도움이 안 되는 얘기는 하지 않고, 사후에 편집을 요구하기도 한다. 저희는 갇힌 상황에서 토크쇼를 하는데 10~20%를 현장에서 유쾌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여전히 핫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진짜 위기라고 느꼈을 때는 윤종신 씨가 '매번 같은 형태인데 토크쇼가 하는 상황이 썩 좋지 않다', '하는 데 내가 재미있지 않다'라고 말라면서 '라스'를 떠났을 때다. 위기는 우리 스스로가 하면서 우리끼리 재미가 없을 때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내 개인적으로 지금까지는 그런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국진은 그동안 기억에 남았던 게스트로 "솔비 씨가 기억에 남았다. 솔비 씨가 '로마 공주'를 얘기하자 마자 재미있게 웃었다"고 전했다. 김구라는 "예전에 최민수 씨가 출연해서 '너네 몇 년 뒤에 복덕방 되겠다'고 말하더라. '복덕방'이란 얘기가 가끔 떠오르는데, 내가 50대 초중반이 됐는데 출연자들이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구타 싶었다. 그게 편안하고 긍정적인 느낌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고 했다.

유세윤은 "김인권 씨가 했던 얘기 중에 짠하면서도 웃긴 얘기가 있었다. 김인권 씨가 육아를 하다가 밤 9시에 잔다고 하더라. 상상으로 유체이탈을 해서 강남 거리를 다니고 싶다고 하더라. 각자 취향에 맞는 게스트가 있는데 내 취향에 딱 맞는 게스트였다"며 웃었다. 안영미는 "박준형 오빠가 왔을 때가 레전드였다. 녹화 내내 '씨X'만 외치고 갔는데 본연이 모습이더라. 나도 그걸 보고 나 자신을 조금 내려놓고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최근엔 권상우 씨가 기억에 남는데, 배우로서 어떻게 비춰져야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다 내려놓고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서 리스펙트했다"고 말했다.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도 있을까. 이PD는 "손석구, 아이유, 김혜수 씨를 모시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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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이PD는 '라스'가 최근에 변화한 부분으로 '순한맛'을 꼽았다. 그는 "게스트에게 불편한 상황이 생겼을 때 보시는 분들도 불편해하더라. 우리는 최대한 불편함을 주지 않는 선에서 질문을 드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김국진은 "저희에게도 사계절이 있다. 따스한 온기가 요즘 '라스'의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구라는 "이국주 씨가 8번, 슬리피 씨가 7번, 내 아들이 3번, 최민수 씨가 2~3번 정도 나왔다. '독하다'라는 게 우리의 캐치프레이즈는 아니었는데 태생적인 것 때문에 우리가 독하단 얘길 듣곤 한다. 웬만한 강아지 수명보다 더 긴 16년을 우리가 해오고 있다. 예전에 '가족오락관' 느낌처럼 우리도 예전보다 순한맛이 되는 게 당연한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가 다른 프로보다 다르게 독한 걸로 가고 있다. 여러분이 진짜 독하고 날것을 원한다면 내가 하는 '구라철'을 봐 달라"고 웃음을 자아냈다.

오랜 세월만큼 '라스'가 배출한 스타도 많다. 이PD는 "류승수 씨도 방송을 하던 상황이 아니었는데 제주도에서 올라와서 출연할 정도로 섭외한 게 색깔이 있는 분이라 생각했다. 게스트가 가진 색깔을 갖고 기획할 수 있는 걸 생각하고 섭외한다. '종이인형' 분들이 오시면 '근육 인형'이 오기도 했다. 류승수, 김호영처럼 극 I와 극 E의 조합도 했다"고 말했다.

김국진은 가장 기억나는 게스트로 "박나래가 기억에 남는다. 당시 박나래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라스'였기 때문에 연예대상 대상을 받는 걸 보면서 나도 뿌듯했고 이럴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한 사람의 인생이 '라스'를 통해 바뀔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기분이 좋았다"고 밝혔다. 김구라는 "김흥국 씨가 중간에 가기도 해서 기억에 남는다. 예전에 태연 씨가 노래를 하고 유영석 씨가 건반을 치고 김태원 씨가 기타를 치고 김흥국 씨가 드럼을 쳤는데, 김흥국 씨가 드럼을 못 치겠다고 하면서 가더라. 그때가 재미있었다. 지금도 내가 하는 유튜브에 김흥국 씨가 '광인'으로 출연하고 있다"고 했다.

유세윤은 "서현철 씨가 '라스'에 출연할 때마다 편안하게 이야기만으로 사랑받은 것 같다"고, 안영미는 "권일용 프로파일러가 '라스'에 나온 후에 말을 잘하고 끼가 있다는 이미지가 생긴 것 같다. 그리고 안영미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내가 가장 큰 수혜자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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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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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끝으로 이PD는 "지금까지 '라스'에 1434명의 게스트가 나왔다고 하더라. 거부감을 내려놓고 '라스'를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국진은 "기자간담회라는 것이 연예계에 있으면서 아직까지 적응이 안 된다.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라스'의 800회를 축하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구라는 "오늘 800회에 이경규 씨가 나오는데 재미있게 봐 달라. 흥망성쇠가 많은 연예계인데 거기서 우리가 800회를 했다는 것이 감사하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겠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인천을 '마계인천'이라고 하던데, '라스'도 인천 같은 고향이 되도록 만들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유세윤은 "'황금어장' 시절부터 함께 했는데 영광이다. 900회 때도 내가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안영미는 "내가 다른 방송을 할 때 끼있는 배우, 가수 분들에게 '라스' 나와달라고 하는데, '친절한 광대' 내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나와만 주셨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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