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銅도 '1승 3패'서 나왔다... 2023 WBC도 기적 얼마든지 가능

양정웅 기자 / 입력 : 2023.03.1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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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시드니 올림픽 3-4위전에서 8회말 이승엽의 2루타 때 홈으로 들어온 박진만(왼쪽)이 김동주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1라운드 탈락 위기에 몰렸다. 남은 '경우의 수'는 많지 않지만, 23년 전 올림픽처럼 기적을 쓸 수도 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2일 오후 12시 일본 도쿄돔에서 체코와 2023 WBC B조 1라운드 3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앞서 9일 호주전(7-8 패)과 10일 일본전(4-13 패)을 모두 지면서 대회 2연패에 빠졌다.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를 앞세운 일본에 패배하는 건 예상할 수 있었던 시나리오다. 그러나 투수진이 4사구를 9개나 내주며 무너진 건 뼈아픈 일이었다.

더욱 아쉬운 건 반드시 1승을 따냈어야 할 호주와 경기를 허무하게 내줬다는 점이다. 4회까지 무안타로 틀어막혔고, 4-2로 앞서던 7회와 8회 각각 3실점씩 기록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8회 말 만루 찬스에서 3점을 올리며 추격했지만 끝내 역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호주도 일본에 패배할 것이 유력한 상황에서 2위를 두고 경쟁하는 한국에 있어 호주전 패배는 곧 8강 진출 무산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승자승 원칙에 따라 경쟁 상대와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갈리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에 있어 남은 경우의 수는 하나뿐이다. 남은 체코-중국전을 모두 이긴 후, 호주가 일본-체코전을 모두 패배하는 일이다. 이렇게 2승 2패가 된다면 승자승이 겹치고, 결국 최소 실점-최소 자책점 등을 따져봐야 한다. 한국이 체코전을 크게 이기고, 호주-체코전이 접전으로 흘러간다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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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 대표팀 선수들. /사진=WBCI 제공
분명 어렵다.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은 23년 전인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도 기적을 써내려간 바가 있다.

당시 김응용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은 이승엽, 구대성, 정민태, 이병규, 김동주 등 화려한 라인업으로 구성됐다. 첫 경기 이탈리아전부터 10-2 대승을 거두며 대회 전망을 밝게 했다.

그러나 이때도 호주와 경기에서 3-5 역전패를 당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은 연패에 빠졌다. 쿠바전에서는 4-0으로 앞서던 6회 초 대거 5실점을 하며 5-6으로 졌다. 미국과 경기에서는 대학생 정대현의 호투로 0-0으로 팽팽하게 경기를 끌어가다 8회 덕 민케이비치에게 만루홈런을 맞아 또다시 경기를 내줬다.

1패만 더 기록해도 4강 진출에 실패하는 상황, 그러나 한국은 네덜란드전에서 승리하며 한숨을 돌렸다. 이어 일본과 일전에서 선발 정민태가 ⅓이닝 만에 내려가는 비상 상황 속에서도 연장 접전 끝에 7-6으로 이겼다. 남아공전에서도 13-3(8회 콜드게임) 대승을 거두며 풀리그 3위에 안착, 결국 4강 진출에 성공했다.

비록 미국과 준결승전에서 오심 논란 속에 패배했지만, 한국은 일본과 3-4위전에서 이승엽의 결승 2타점 2루타와 구대성의 155구 완투승을 앞세워 3-1로 승리했다. 한국은 야구 종목 최초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물론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상대전적에서 불리하고, 남은 기회도 많지 않다. 하지만 남은 가능성은 0이 아니다. 한국은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고, 다른 결과는 '진인사대천명'의 마음가짐으로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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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 대표팀. /사진=WBC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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