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중→고척→도쿄' 예견된 10년 참사, 세계야구와 격차 더 벌어졌다 [도쿄 현장]

도쿄(일본)=김우종 기자 / 입력 : 2023.03.1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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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10일 한일전 패배 후 관중석에 인사한 뒤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도쿄(일본)=김우종 스타뉴스 기자] 결국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호주 야구 대표팀은 13일 낮 12시 일본 도쿄돔에서 펼쳐진 체코 야구 대표팀과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1라운드 4차전에서 8-3으로 승리했다.


호주의 승리로 B조에서는 일본과 호주가 2라운드(8강)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일본은 이번 대회 4연승을 달리며 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이어 호주가 3승 1패를 기록하며 2위를 차지했다. 체코는 1승 3패를 기록했다. 한국은 1승 2패, 중국은 3패를 기록한 상황에서 저녁 7시 맞대결을 벌인다.

동시에 한국의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됐다. 한국은 지난 2006년 WBC 초대 대회에서 4강, 2009년 2회 대회에서는 준우승을 거두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이후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2013 대회 1라운드와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2017 대회 1라운드에서 연속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이후 6년 만에 다시 열린 대회. 야구계는 이번 대회를 최근 위기에 빠진 한국 야구를 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겼다. 대회 전부터 목표를 일찌감치 미국행, 4강 진출로 삼고 미국 전지훈련까지 실시했다. 비행기 결항 등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 귀국한 뒤 다시 일본 오사카로 건너가 2차례 평가전까지 치렀다.


모든 초점을 호주와 1차전에 맞추고 임했지만, 통한의 7-8 재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 호주전 패배로 모든 게 꼬였다. 일본전 승리가 절실해졌고, 더욱 부담을 안은 선수들은 이렇다 할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일본에 너무나 익숙한 김광현이 또 선발로 나서는 상황에서 연달아 나온 불펜 투수들은 스트라이크를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사실 한국 야구는 이미 10년 전부터 위기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2006 WBC부터 2008 베이징 올림픽, 2009 WBC, 2010 아시안게임까지 황금기를 보냈던 한국 야구에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당시 류중일 전 삼성 감독이 대표팀을 맡았으나 '복병' 네덜란드와 1차전에서 0-5로 완패했다. 예상치 못한 패배였다. 이후 호주와 대만을 차례로 제압했으나 결국 득실 차에 밀리며 탈락의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한국 야구는 절치부심, 2017 WBC 대회에 나섰다. 안방 고척돔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 백전노장 김인식 감독이 이끌면서 더욱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복병' 이스라엘에 1-2로 패하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후 네덜란드와 경기서는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었던 릭 밴덴헐크의 호투에 꽁꽁 눌리며 0-5로 패했다. 마지막 경기서 대만을 잡으며 전패의 수모를 면했지만, 서서히 세계야구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대회였다.

그리고 6년 후 도쿄에서 열린 이번 대회. 한국은 14년 만에 4강 진출을 외치며 도전에 나섰으나 더욱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어머니가 한국계인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까지 직접 미국에 찾아가 만나며 대표팀에 합류시켰다. '학폭 이슈'가 있었던 안우진과 수술 후 재활에 전념하는 최지만이 빠지긴 했다. 그러나 사실상 현시점 기준 한국 대표팀이 꾸릴 수 있는 최상의 전력을 꾸린 것이었다.

더욱이 세대교체도 고려하며 베테랑과 젊은 투수들을 골고루 선발했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호주전을 내주면서 전략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일본전은 세계 야구와 더 벌어진 격차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한국 투수들은 제대로 볼넷과 사구를 남발했다. 반면 일본 투수들은 150km를 상회하는 빠른 볼을 꽂으며 한국 타자들을 압도했다. 콜드게임패를 당하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였다. 이토록 10년 전부터 한국 야구는 위기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깊이 돌아보지 않았고, 또 한 번 참사를 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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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10일 한일전 패배 후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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