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감독 인터뷰 중단시킨 오타니 존재감, ML 레전드 적장도 경의 [도쿄 현장]

도쿄(일본)=김우종 기자 / 입력 : 2023.03.17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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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와 데이비드 플레처(빨간색 원)가 16일 일본과 이탈리아의 8강전이 끝나고 인사를 나눈 뒤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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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에인절스에서 함께하고 있는 오타니(왼쪽)와 데이비드 플레처. /AFPBBNews=뉴스1
[도쿄(일본)=김우종 스타뉴스 기자] 경기가 끝났지만 약 4만여 명의 일본 팬들은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일본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쿠리야마 히데키(62) 감독과 3점포를 때려낸 수훈 선수 오카모토 가즈마(27·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인터뷰를 듣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감독의 인터뷰를 잠시 중단시킨 주인공이 있었으니, 바로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였다.

일본 야구 대표팀은 16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이탈리아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8강) 맞대결에서 9-3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일본은 그동안 열렸던 5차례 WBC 대회서 모두 4강 무대를 밟게 됐다. 앞서 일본은 한국과 같은 B조에 속해 중국(8-1), 한국(13-4), 체코(10-2), 호주(7-1)를 차례로 꺾으며 B조 1위를 차지했다.

경기가 끝난 뒤 일본 팬들의 환호성이 도쿄돔을 휘감았다. 선수들은 서로 기뻐하며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이윽고 사령탑이 도쿄돔에 운집한 팬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미국 마이애미에서도 잘 싸우겠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그런데 인터뷰 도중 갑자기 도쿄돔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인터뷰하고 있던 쿠리야마 감독이 잠시 말을 멈췄다. 바로 오타니가 그라운드에서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오타니는 성큼성큼 3루 쪽 더그아웃을 향해 걸어갔다. 동시에 카메라를 든 취재진도 그를 따라 우르르 움직였다. 그를 맞이한 건 바로 LA 에인절스의 팀 동료 내야수 데이비드 플레처(29)와 이탈리아 대표팀 사령탑 마이크 피아자(55·이상 미국)였다.

플레처는 이날 9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장, 1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 또 피아자는 메이저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중 한 명이다. 한국 팬들에게는 박찬호(50)와 배터리로 호흡을 맞추며 활약했던 '절친 포수'로 잘 알려져 있다.

쿠리야마 감독의 인터뷰가 끊긴 가운데, 오타니는 이 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서로 존중의 뜻을 표한 뒤 취재진 카메라를 향해 다정한 포즈를 취했다. 이후 서로 인사를 나누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경기 후 피아자 감독은 "일본의 투수진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역시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힘든 경기였다. 이번 패배로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일본의 4강 진출을 축하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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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피아자(왼쪽) 감독이 16일 일본전에 앞서 선수들과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강호 쿠바와 네덜란드를 격파했다. A조 2위로 2013년 대회 이후 10년 만에 2라운드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8강에서 고배를 마셨다.

피아자 감독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내부적으로 어려운 일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것이 야구다.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이번 대회를 치를 수 있었다. 체코와 네덜란드 등 유럽 전체에 야구를 보급하는 일에 공헌하고 싶다"고 했다.

오타니에 대해서는 "3회 (기습) 번트는 정말 놀라웠다. 또 우리의 수비 시프트를 순간적으로 파악해냈다. 정말 훌륭한 선수"라면서 경의를 표했다.

플레처는 "져서 분하다"면서 오타니에 대해 "매번 우리 팀 동료로 봤지만, 이번에는 적으로 상대했고 즐거웠다. LA 에인절스 유니폼이 좋지만, 일본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모습도 멋졌다. 오타니를 향해 미국 마이애미에서 승리하라는 말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제 일본은 자국 역사상 3번째 WBC 우승에 도전한다. 일본은 2006년 초대 대회와 2009년 제2회 대회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2013 대회(도미니카공화국 우승)와 2017 대회(미국 우승)에서는 모두 4강 무대를 밟았으나, 푸에르토리코(1-3 패)와 미국(1-2 패)에 각각 분패했다. 과연 일본은 다시 챔피언에 오를 수 있을까. 4강전은 미국 마이애미에서 20일과 21일에 열리며, 대망의 결승전은 22일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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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오른쪽)가 승리 후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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