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CC 개론] 54. 글로벌 LCC 공통, 고통의 설립 역사 ①

채준 기자 / 입력 : 2024.01.1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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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각 대륙별로 성공한 LCC의 두번째 공통분모는 설립 및 취항 초 과정이 모두들 고난의 역사였다는 점이다.

모든 신생항공사가 그렇겠지만 특히 저운임을 무기로 하는 신생 LCC는 기존항공사에게 껄끄러운 존재였다. LCC가 없던 세상에서 기존항공사들은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계층만을 대상으로 영업했고, 그래서 항공여행의 대중화가 그리 달갑지 않았다. 때문에 저운임을 실현하겠다는 LCC가 세상에 등장하는 것을 어떻게든 막으려 했다.


LCC의 효시 격인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취항하기 전까지 미국 항공업계는 항공당국에서 승인받은 동일한 운임을 책정하고 있었다. 따라서 기존항공사들이 생각하는 항공시장은 △비행기 값을 낼 여력이 있는 사람, 그래서 비행기를 타는 사람 △비행기 값을 낼 여력이 없는 사람, 그래서 비행기를 못 타는 사람 등 딱 두 부류로 나뉘어져 있었다.

기존항공사들은 이 같은 두 부류의 시장상황을 단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고, 혹시라도 항공료를 인하하는 것은 곧 항공사의 수입감소를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시장상황이 변해서 운항비용이 상승하면 곧바로 항공료를 올리면 되는 단순한 구도였다. 운임이 올라도 비행기 값을 낼 여력이 있는 사람은 계속 비행기를 탈 것이고, 비행기 값을 낼 여력이 없는 사람은 어차피 비행기를 못 탄다는 것은 시장논리이자 오래된 관습이었다.

신생항공사이자 개척자정신으로 무장된 사우스웨스트항공은 관습이 아닌 혁신을 통해 시장에서 살아남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기존항공사의 관습적인 운임정책을 뒤집어 보기로 한 것이다. 낮은 운임과 훌륭한 서비스를 연결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승객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전 세계 각 대륙에서 태동한 LCC는 기존항공사와 기존항공사의 편이었던 항공당국으로부터 노골적인 방해와 비협조로 설립 초기부터 '비슷한 유형'의 어려움과 고난을 똑같이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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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웨스트항공은 1966년 초 롤린 킹(Rollin King)이 '텍사스의 황금 3각지대를 새로운 항공사로 공략해 보자'는 아이디어로 시작되어, 1966년 말 허브 캘러허(Herbert D. Kelleher) 변호사와 함께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두 사람의 의기투합으로 1967년 3월15일 '에어 사우스웨스트 컴퍼니'라는 항공사가 설립됐다. 하지만 1971년 6월18일 취항할 때까지 무려 4년 3개월 동안 취항을 가로막는 기존세력들과 기나긴 법정싸움을 벌였다. 그러느라 설립자본금은 취항 전에 모두 까먹고 말았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회사 설립 직후 항공면허 격인 운항허가를 텍사스주 항공당국에 신청했고 1968년 2월20일 별다른 이의 없이 허가됐다. 그런데 허가 당일, 텍사스주 기존항공사 3개사가 공동으로 법원에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항공업 면허를 발급해주면 안 된다'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에 맞춰 텍사스 지역언론에서는 "신규 항공사는 불필요하다"는 뉴스가 연일 쏟아졌다. 기존항공사들은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취항하려는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여서 신규 항공사가 들어올 여지가 없다"는 논리로 지역여론을 이끌었다.

사우스웨스트항공과 기존항공사 3사는 지루한 법정싸움을 벌였다. 1968년 여름, 1심법원은 "댈러스, 휴스턴, 샌안토니오의 3개 도시는 이미 기존항공사들로부터 충분히 항공서비스를 받고 있으므로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이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것을 허가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즉각 항소했지만 서류가 2심법원으로 도착하는 데에만 7개월이 걸렸다. 2심법원도 같은 논리로 기존항공사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텍사스주 기존항공사들의 논리와 여론은 법원과 언론에 영향력을 발휘했고,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연거푸 좌절을 맛보는 동안 2차례의 투자유치로 모은 설립자본금을 소송 비용으로 모두 탕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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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웨스트항공은 1970년 하반기에 이르러서야 연방 대법원에서 최종 승리했다. 회사 설립 후 무려 4년이 지난 1971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비행기를 띄울 준비에 돌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존항공사들은 이후에도 사우스웨스트항공 취항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지속적으로 발목을 잡았다. 취항여부를 두고 벌인 소송에서 하루 전날 최종 승소하고, 1971년 6월18일 마침내 비행기를 하늘에 띄울 수 있었다. 사연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선 취항의 역사는 단지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취항전사(前史)일 따름이었다. 취항 이후에도 다양한 상대로부터 수많은 견제에 시달려야 했다.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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