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 지도 나선 류지현 "오지환을 보라, 수비가 돼야 더 좋은 선수로 성장" 강조 [기장 현장인터뷰]

기장=양정웅 기자 / 입력 : 2024.02.0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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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현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이 4일 부산 기장군 기장-KBO 야구센터 리틀야구장에서 스타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20년 가까운 프로 지도자 생활을 잠시 내려놓은 류지현(53)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이 유소년 선수들을 위해 직접 지도에 나섰다.

류 위원은 4일 부산 기장군 기장-KBO 야구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2024 KBO 넥스트 레벨(Next-Level) 제2차 트레이닝 캠프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프로에서는 하루하루 승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고개를 돌릴 여유가 없었다. 이제 현장을 벗어나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기술 습득이 빠르고 훈련 효과가 높은 유소년 시기 유망주들의 기량 향상을 목표로 지난 2022년부터 넥스트 레벨 캠프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캠프는 장종훈 감독 지휘 하에 류 위원과 강성우 배터리코치, 김용달 타격코치, 윤학길, 차명주 투수코치, 장원진 외야 수비코치 등 KBO 리그 레전드 출신으로 구성된 KBO 재능기부위원 7명이 코칭스태프로 참가해 오랜 경험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선수들을 지도한다.

장종훈 감독과 차명주 코치를 제외하면 지난해와 코치진 구성이 완전히 바뀐 가운데 류 위원도 이번에 처음으로 합류하게 됐다. 그는 내야 수비코치를 맡아 어린 선수들에게 기본기를 전수하고 있다. 1차 캠프는 한국리틀야구연맹이 선발한 리틀야구 우수선수 40명, 2차 캠프는 12세 이하(U-12) 우수 선수 35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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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현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이 4일 부산 기장군 기장-KBO 야구센터 리틀야구장에서 열리는 2024 KBO 넥스트-레벨 트레이닝 캠프에서 글러브를 끼고 직접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류 위원은 2004년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이듬해 LG 코치로 부임한 후 2022시즌 종료 후 LG 사령탑에서 물러날 때까지 18년 동안 프로 지도자로만 활약했다. 그랬던 그가 아마추어 선수들을 지도하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류 위원은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직접 글러브를 끼고 그라운드에 나와 선수들에게 플레이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곁들여 지도를 이어갔다.


"그동안 프로에만 있었기 때문에 아마추어, 학생야구에 눈을 돌리기 쉽지 않았다"며 고개를 끄덕인 류 위원은 "지난해부터 방송 일(해설위원)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강릉영동대, 휘문중(서울), 야로중(경남 합천) 등 아마추어 야구팀들을 방문해 지도에 나섰고, 넥스트 레벨 캠프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는 "어린 선수들이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며 "어떻게 보면 프로야구의 시작점 아닌가. 레전드들이 도움을 준다고 한다면 선수들의 기본기가 탄탄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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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BC 대표팀에서 펑고를 치고 있는 류지현 코치.
류 위원이 강조하는 건 아마추어다운 '기본기'였다. 그는 "선수들이 프로야구를 접하다 보니까 화려한 것을 하려는 부분이 있다"면서 "그런 것보다는 기본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스럽게도 선수들의 배우려는 자세를 눈빛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어린 선수들은 재밌는 것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수비보다는 흥미가 있는 타격 쪽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 류 위원은 "더 좋은 선수가 되려면 수비가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고 있다. 생각이 빠른 친구들은 그런 걸 인지할 것이고, 아니더라도 그 부분이 중요하다는 것을 전해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고 밝혔다.

류 위원의 프로 지도자 시절 제자 중에서도 수비 툴의 발전을 이룬 후 리그 정상급 선수로 오른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지난해 LG 우승의 주역이었던 유격수 오지환(34)이었다. 그는 데뷔 초반 타고난 손목 힘을 바탕으로 타격에서 두각을 드러냈으나, 수비에서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류 위원의 지도 속에 일취월장한 오지환은 공수겸장 유격수로 발전하면서 지난해 신설된 KBO 수비상의 유격수 부문 초대 수상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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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감독 시절의 류지현 해설위원(왼쪽)과 오지환.
류 위원은 "오지환은 과거에도 공격력은 좋았다. 하지만 이전에는 그냥 내야수라는 평가가 있었다"면서 "이제는 유격수다운 선수가 됐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격수가 됐다. 그러면서 오지환의 가치가 더 올라갔다"고 말했다.

본인도 선수 시절 수비의 달인이었다. '꾀돌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류 위원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이종범 전 LG 코치와 함께 국가대표팀에서 키스톤 콤비를 이뤘고, 프로에서도 두 차례 골든글러브(1998, 1999년)를 수상하는 등 안정적이면서도 뛰어난 수비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경험이 바탕이 돼 어린 선수들에게도 수비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훈련 프로그램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해까지는 없었던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얼리워크(early work) 훈련 등이 그것이다. 류 위원은 "어린 친구들에게는 재미도 있어야 한다. 훈련의 기본은 지키면서도 재미를 느끼게 하기 위해 의견을 냈다"며 "같은 기간 안에 조금 더 어린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지를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류 위원을 비롯한 레전드 출신 코칭스태프들은 풀뿌리 야구 발전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지도에 나서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며 "현장에 있지는 않지만 뒤에서 할 일들이 다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에서 다들 희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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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KBO 넥스트 레벨 캠프에 코칭스태프로 참석한 지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차명주 투수코치, 강성우 배터리코치, 류지현 내야수비코치, 장종훈 감독, 김용달 타격코치, 장원진 외야수비코치, 윤학길 투수코치. /사진=양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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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웅 |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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