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다면 잇세이가 MVP" 패장도 인정한 日 외인 존재감, 25득점만큼 눈부셨던 백업존 세리머니

장충=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2.1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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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의 오타케 잇세이가 1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5라운드 대한항공과 홈 경기에서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마테이 콕(28·등록명 마테이)을 잃은 우리카드가 '완전체' 대한항공이라는 대어를 낚을 뻔했다. 그 명승부 중심에는 마테이 못지않은 존재감을 발휘한 아시아쿼터 오타케 잇세이(29·등록명 잇세이)가 있었다.

우리카드는 17일 서울특별시 중구에 위치한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홈 경기에서 대한항공에 세트스코어 2-3(28-26, 25-23, 19-25, 17-25, 12-15)으로 풀세트 접전 끝에 아쉽게 패했다.


이날 장충체육관에는 3609명의 만원 관중이 모인 가운데 홈팀 우리카드는 아쉽게 연승을 '4'에서 마감했다. 승점 1점을 따내며 19승 10패(승점 56)로 1위 대한항공(19승 11패·승점 58)과 격차를 더 벌리지 않는 데 만족했다.

우리카드로서는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준 명승부였다. 경기 전 신영철(60) 감독은 "마테이의 이탈로 서브 파워 면에서 우리가 밀리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범실을 줄이면 된다. 서브를 어떻게 공략할지, 한두 점 차 접전일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달렸다. 그동안 잘 버텨왔는데 대한항공의 경기력이 좋은 편이라 두고 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기에 충실하고 기복을 줄이자는 것이 신영철 감독의 요구였다. 2세트까지는 감독의 바람대로 잘 이뤄졌다. 세터 한태준(20)이 중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볼 배분을 보여주면서 사이드의 잇세이와 김지한(25)의 공격력이 살아났다. 경기 후 토미 틸리카이넨(37) 대한항공 감독도 "첫 두 세트는 내가 잘못 판단했다. 전술적인 실수를 했다"라고 인정할 정도로 완벽한 우리카드의 흐름이었다.


하지만 빠른 수읽기에 실패한 김민재(21) 대신 김규민(34)이 리딩을 주도하는 등 대한항공도 우리카드에 차츰 대응하기 시작하면서 반격에 성공했다. 리시브 효율 36.08% 대 67.37%로 리시브와 수비 안정감 면에서 우리카드가 대한항공에 비해 꾸준하지 못한 것도 이유가 됐다. 신영철 감독은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한태준이 생각이 많아졌다고 하더라. 리시브가 안 되면 세터로서도 좋은 공을 올리는 경우의 수가 적어진다. 그래도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올려야 하는데 리시브가 안 된 것만 생각했다. 일단 어떻게든 공을 올리면 그 다음은 공격수 책임이다. 그런 부분에서 더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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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의 오타케 잇세이가 1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5라운드 대한항공과 홈 경기에서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한태준과 대조적으로 신영철 감독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한 선수가 잇세이였다. 잇세이는 올 시즌 V리그에 처음 도입된 아시아쿼터 제도로 인해 일본 파나소닉 팬서스에서 우리카드로 입단한 아포짓 스파이커다. 시즌 초반에는 마테이라는 에이스 탓에 본 포지션이 아닌 미들블로커로 활약했으나, 마테이 부상 이탈 후 익숙한 아포짓 스파이커로 뛰면서 차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날 잇세이는 팀 내 가장 많은 공격 점유율(28.89%)을 가져가면서도 공격 성공률 56.41%, 공격 효율 41.03%로 가장 많은 25득점을 올렸다. 수비에서도 범실은 단 한 번에 그치며 디그 10개 중에 7개를 성공, 유효 블로킹 5개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서브 득점은 한 번도 하지 못했지만, 20번의 시도 중 단 한 번도 실패를 하지 않았다. 잇세이가 서브권을 쥐고 있는 동안 우리카드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연속 득점에도 성공할 수 있었다. 1, 2세트에는 무려 75%의 공격성공률을 보여주면서 우리카드의 기적을 연출할 뻔했다.

또 하나 눈부셨던 장면은 특유의 쾌활함으로 경기 내내 코트 안팎을 달군 세리머니다. 주먹을 꽉 쥔 채 포효하는 잇세이의 세리머니는 백업존에서도 계속됐다. 1세트 교체 아웃 후 송명근과 김지한이 연속 블로킹에 성공하자 잇세이는 마치 자신이 득점한 듯 세리머니를 하면서 우리카드 홈팬들의 흥을 돋궜다. 그러다가도 코트에 투입되면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와 실패해도 그다음에는 기어코 때려 넣는 강스파이크로 외국인 선수 못지않은 존재감을 과시했다.

신영철 감독은 "좋은 기회가 왔는데 이기지 못한 것은 아쉽다. 그래도 선수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해줘서 승점 1점이라도 가져올 수 있었다"고 칭찬하면서 "만약 오늘(17일) 경기서 이겼다면 잇세이가 MVP였을 것이다. 그만큼 잘해줬다"고 활약상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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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의 오타케 잇세이(왼쪽)가 1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5라운드 대한항공과 홈 경기에서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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