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가 딱딱 스트라이크 잡아주니 와...' KIA 이의리 심상치 않다, ML 맞대결 앞두고 KKKKKKK 탈삼진쇼

잠실=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3.15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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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시범경기 두산-KIA 전이 14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KIA 이의리가 역투하고 있다./잠실=김진경 기자
4이닝 동안 삼진만 7개. KIA 타이거즈 좌완 이의리(22)가 메이저리그(ML) 타자들과 맞대결을 앞두고 절정의 구위를 선보였다. 특히 첫 3이닝 동안 스트라이크 비율 74.4%의 심상치 않은 피칭으로 활화산 같던 상대 타선을 잠재우면서 앞으로를 기대케 했다.

이의리는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에서 팀의 3번째 투수로 등판해 4이닝 3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당초 KIA의 계획은 새 외국인 투수 제임스네일이 안정적으로 공 60~70개로 4이닝을 던져주고 이의리를 바로 붙이는 것이었다. 17,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릴 2024 메이저리그 서울 시리즈 스페셜 게임에서 '팀 코리아' 소속으로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하기 때문. 이범호 KIA 감독은 "오늘(14일) 이의리가 던져야 대표팀에 가서도 간단히 던지고 우리 로테이션에 합류할 수 있다. 날짜를 맞추다 보니 네일과 이의리가 같은 날 둘 다 던져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네일이 3⅓이닝 8피안타 1볼넷 4탈삼진 6실점으로 난조를 보이면서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4회 구원 등판한 김대유도 모든 주자의 득점을 허용하면서 4회 두산의 6득점 빅이닝이 만들어졌다. KIA는 이때의 대량 실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2-7로 졌다. 강력하다고 평가받은 타선 역시 5회까지 안타 하나에 그치는 등 총 3안타 빈타에 시달리며 도움이 되지 못했다.

5회초까지 분위기만 본다면 더한 점수 차가 날 수도 있었다. 끌려가는 분위기를 뒤집은 것이 이의리의 탈삼진쇼였다. 이의리는 5회말 등판해 선두타자 양석환을 단 1구로 우익수 뜬 공 처리했다. 이어 강승호를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더니 허경민에게는 땅볼 타구를 유도해 5회를 공 11개로 끝냈다. 6회말에도 위력적인 피칭이 이어졌다. 선두타자 김인태에게 좌중간 안타를 맞았으나, 박계범을 2구 만에 뜬 공 처리했다. 김대한에게는 바깥쪽 떨어지는 커브로 헛스윙을 유도해 삼진을 잡아냈고, 조수행에게는 같은 2스트라이크 1볼 카운트에서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기록했다.


7회에도 연거푸 삼진을 솎아냈다. 1사 1루에서 김민혁을 직구와 커브를 활용해 3구 삼진으로 잡아냈다. 임종성은 시속 148㎞의 빠른 공으로 돌려세웠다. 이때까지 이의리의 투구 수는 43개, 그중에서도 볼넷은 11개로 스트라이크 비율이 74.4%에 달했다. 마지막 이닝이 다소 아쉬웠지만, 구위는 여전했다. 김인태에게 스트레이트 볼넷, 전민재에게 우전 안타, 김대한에게 2스트라이크 후 또 한 번 스트레이트로 볼넷을 내주며 1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3구 삼진 처리해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였다. 마지막 타자인 김기연마저 우익수 뜬 공으로 돌려세우는 위력적인 투구로 KIA는 투수를 추가로 소모하는 일 없이 이의리 한 명으로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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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시범경기 두산-KIA 전이 14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KIA 이의리가 역투하고 있다./잠실=김진경 기자


이날 이의리는 총 66개의 공을 던졌다. 직구 구속이 평균 시속 147㎞, 최고 151㎞이었다. 직구 38개, 슬라이더 13개, 커브 8개, 체인지업 7개를 던진 가운데 스트라이크는 43개, 볼은 23개였다.

올 시즌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야심 차게 도입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과 피치 클록에 최적화된 피칭을 선보였다. ABS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현장 관계자 사이에서는 커브를 활용하는 투수들이 유리할 것이라는 의견이 꽤 많았다. 실제 몇몇 구단은 외국인 투수 영입 시 커브가 주 무기인 투수를 고려했고, 영입으로도 이어졌다. 지난 7일 열린 KBO 주관 ABS 설명회에서는 이와 관련된 질문이 나왔고, "스트라이크존 한 면만 봤을 땐 크게 떨어지는 공이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구종에 따른 차이는 많지 않다"는 답변이 나온 바 있다.

아직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지만, 이의리는 떨어지는 공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우타자를 상대로도 과감하게 몸쪽으로 붙여 떨어지는 커브와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헛스윙이 되지 않더라도 이 공을 ABS가 딱딱 스트라이크로 잡아주면서 이의리에게 유리한 상황이 연출됐다. 또한 피칭 디자인상 떨어지는 공과 최상의 궁합을 이루는 하이 패스트볼을 적극적으로 던지면서 타자들에게 혼란을 안겼다. 이날 나온 9번의 헛스윙은 그 증거였다.

그동안 이의리는 빠른 구속과 뛰어난 구위에도 제구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는 9이닝당 볼넷이 6.36개에 달해 많은 이닝 소화에도 방해가 됐다. 지난해 6이닝 이상 소화한 건 단 6차례에 불과했다. 잘 나가다가도 간발의 차로 스트라이크가 볼로 판정이 될 때면 그때부터 제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유독 주자 만루를 만들고 뛰어난 탈삼진 능력으로 스스로 위기를 벗어나는 일이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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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리.


이에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아온 이의리다. 같은 팀뿐 아니라 타 팀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할 뿐 아니라 복잡한 마음을 털어버리기 위해 쉬는 날 홈구장 챔피언스필드를 무작정 뛰었다. 그러다 그라운드에 누워 하늘을 보며 마음을 다스렸고, 다시 마운드에 올라가 섀도 피칭으로 이미지 트레이닝하길 반복했다.

지난달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이의리는 "계속 나에 대해 안 좋은 부분들이 극대화가 됐다. 그런 부분들을 계속 볼 수밖에 없었고 스스로도 너무 의식했다"며 "전에는 딱히 제구가 안 좋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계속해서 이야기가 나오니까 스스로도 계속 부정적으로 의식하게 돼 오히려 역효과가 났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사람과 만남을 통해 실마리를 찾았다. 지난해 참가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최일언 대표팀 투수코치의 조언을 얻어 투구 밸런스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또 지난 겨울 동료 투수들과 함께 떠난 미국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 센터에서 33박 34일 동안 자신의 구속, 무브먼트, 투구 메커니즘 등을 정확히 파악했다. 그 경험을 스프링캠프에서 정재훈 투수코치의 도움을 받아 체화하는 데 애썼다. 그 노력에 판정 정확도를 99.9%까지 높인 ABS 시스템이 더해져 제구에 대한 스트레스를 한시름 덜었다.

그 노력의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던 호투였다. 이제 이의리는 또 한 번 새로운 경험을 통해 성장을 준비한다. 등판 간격 상 이의리는 18일 오후 7시에 열릴 LA 다저스와 경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LA 다저스에는 타선에만 무키 베츠(2018년 아메리칸리그), 프레디 프리먼(2020년 내셔널리그), 오타니 쇼헤이(2021년, 2023년 아메리칸리그) 등 3명의 MVP가 존재한다. 지난해 APBC 일본전 6이닝 2실점 퀄리티 스타트 호투로 국가대표 좌완 에이스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이의리가 메이저리그 팀과 맞대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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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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