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처벌 가능, 도박 알고도 통역 빚 갚았다면" 美 전문가 주장, '의형제' 배신에 법적 문제 연루되나

양정웅 기자 / 입력 : 2024.03.2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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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왼쪽)와 전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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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하라 잇페이. /사진=뉴스1
형제나 다름 없던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40)의 비위 사실이 밝혀지며 결별을 선택한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 사안에 따라 본인까지 법적 문제에 연루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미국 매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22일(한국시간)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도박 사실을 알고도 빚을 갚아줬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전날 충격적인 사실이 전해졌다. 같은 매체는 "오타니의 변호인이 그동안 통역을 맡아왔던 미즈하라 잇페이를 불법 도박 및 절도 혐의로 고발했다"며 "다저스 구단은 미즈하라를 해고 조치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최근 불법 도박에 손을 댔는데, 이로 인한 빚이 늘어나면서 오타니의 돈에도 손을 댔다고 한다.

다른 매체 ESPN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미국 연방 정부의 조사를 받고 있는 매튜 보이어라는 인물의 계좌를 조사하던 과정에서 나왔다고 한다. 보이어의 계좌에는 오타니의 이름으로 450만 달러(약 60억원)에 달하는 돈이 송금됐다.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빚을 갚아준 것이라고 말했고, 오타니 변호인 측은 미즈하가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이체한 것이라 주장했다.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소속사를 통해 "분명 오타니는 이 도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다. 오타니 역시 나로부터 이에 대한(불법도박)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이었다. 또 내게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도와주겠다고 했다. 나 또한 이것이 불법도박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많은 걸 배웠고, 교훈을 얻었다. 스포츠 불법도박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스포츠 도박은 미국 38개 주에서는 합법이지만 오타니가 있는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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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하라 잇페이(왼쪽)와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공식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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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의 아내 다나카 마미코(오른쪽)와 미즈하라 잇페이의 아내(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고척돔에서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이 사실을 파악한 LA 다저스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 투어 서울 시리즈가 열리고 있는 기간이지만 철퇴를 내렸다. 2차전인 21일 경기를 앞두고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미즈하라를 해고 조치했다. 한국에 오타니와 함께 들어왔고, 심지어 1차전에서는 오타니의 아내 다나카 마미코가 미즈하라의 아내와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이 포착됐다.

더 큰 문제는 오타니가 미즈하라로 인해 법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도박을 했다는 사실은 적극 부인했지만, 돈을 갚아준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따르면 도박법학자인 I. 넬슨 로즈 교수는 "불법 도박인 것을 알면서도 빚을 갚아준 것이라면 연방법에 의해 강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판례를 보면 불법 도박업자의 빚 독촉을 도운 경우 사실상 도박 사업을 한 것이라는 게 있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 규정에 따르면 선수들의 도박은 엄격하게 금지돼있다. 자신과 관련된 경기에 베팅하는 선수나 심판, 코칭스태프 등은 영구제명, 관련 없는 경기에 돈을 걸더라도 1년 자격 정지, 불법 도박을 운영하는 등 관련이 있는 인물도 최소 1년간 자격이 정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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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하라 잇페이. /AFPBBNews=뉴스1
일본에서 태어나 어릴 때 미국으로 이주한 미즈하라는 학창시절 축구 골키퍼였지만 1995년 노모 히데오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야구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2007년 오카지마 히데키(당시 보스턴)의 통역을 시작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오타니와는 그의 신인 시절 인연을 맺었다. 미즈하라는 2013년 일본프로야구(NPB) 닛폰햄 파이터스에서 투수 크리스 마틴 등의 통역사로 일했는데, 오타니는 당시 신인으로 입단한 상태였다. 이후 오타니는 2018시즌을 앞두고 LA 에인절스와 계약을 맺어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때부터 미즈하라를 통역으로 고용했다.

이후 미즈하라는 오타니와 붙어다니며 통역 이상의 역할을 했다. 오타니가 미국에서 운전면허를 따기 전에는 운전기사 역할도 수행했고,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당시에는 주차장에서 캐치볼 파트너가 되어줬다. 오타니와 동료 선수들이 가까워질 수 있도록 많은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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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오른쪽)와 미즈하라 잇페이. /AFPBBNews=뉴스1
지난 2022년 6월에는 벤치 클리어링 당시 미즈하라가 오타니를 보호하며 화제를 모았다. 일본 매체 풀카운트는 "미즈하라 잇페이 통역이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지고 있는) 한가운데로 들어가려는 오타니를 전속력으로 달려가 막았다. 영웅적인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매체인 캐나다 매체 더 스코어도 "벤치클리어링 막바지에 미즈하라 잇페이 통역이 오타니를 감싼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면서 치켜세웠다.

미국 매체 스포츠키다는 오타니와 미즈하라 잇페이의 관계에 관해 "그들의 우정은 직업적인 유대 관계를 넘어선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미즈하라가 늘 곁에서 변함없는 의사소통 지원을 해준 것은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현지에서도 많은 인정을 받았다. 오타니가 에인절스 소속이던 2021년, 미즈하라는 구단 선정 최우수 통역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오타니가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했는데, 구단 차원에서 미즈하라 잇페이의 공로를 인정했다. 구단은 "이 상은 우리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상"이라며 수상 배경을 설명했고, 오타니도 "메이저리그에서 생활하는 동안 미즈하라 잇페이에게 가장 큰 의지를 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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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왼쪽)와 미즈하라 잇페이. /AFPBBNews=뉴스1
하지만 형제나 다름 없던 둘의 관계가 금전 문제로 인해 파국을 맞이했다. 오타니의 모국 일본 매체들은 "일본 팬들은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을 오타니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제 오타니는 새로운 통역사를 구해야 한다. 7년째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기본적인 소통은 문제 없이 수행한다. 지난 1월 열린 '뉴욕 야구기자의 밤' 행사에 참석한 그는 통역 없이 2분 동안 유창한 영어 실력을 뽐내며 소감을 밝혀 화제가 됐다. LA 다저스 소식을 주로 전하는 다저스네이션은 "그동안 오타니는 기자회견 때 항상 미즈하라를 대동했는데, 이날 그는 통역 없이 MVP 수상 소감을 발표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타니는 항상 이런 공개 석상에서 영어로 말하는 걸 꺼려했지만, 더 많은 걸 배우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며 "야구의 아이콘인 그의 이런 시도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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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1월 28일(한국시간) 열린 '뉴욕 야구기자의 밤' 행사에서 MVP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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