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팀 클래스' LG, '천적' 류현진 잡고 8-2 개막전 대승... 1선발 엔스 QS 첫 승-선발 전원안타 불 뿜었다 [잠실 현장리뷰]

잠실=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3.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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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박해민(왼쪽)이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한화 이글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개막전에서 안타를 날리고 코치와 함께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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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투수 디트릭 엔스가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한화 이글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개막전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12년 전과는 달랐다. 메이저리그(MLB)를 호령하고 온 류현진(37·한화 이글스)도 '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의 강타선을 막아내지 못했다.

LG는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한화 이글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개막전에서 장단 11안타 7볼넷을 엮어 8-2 대승을 거뒀다.


디펜딩 챔피언 LG와 돌아온 괴물 류현진의 경기를 보기 위해 많은 팬들이 몰렸다. 경기 시작 전 2시간 전부터 잔여좌석 현장 판매가 시작됐고 12분 만에 500여장의 티켓이 팔려나갔다. 시야 방해가 있는 자리임에도 디펜딩 챔피언과 류현진을 앞세운 한화의 경기를 보려는 팬들의 열기를 잠재울 수는 업었다. 2만 3750장이 개막전부터 모두 팔려나갔다.

비단 잠실구장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3일 "2024시즌 개막전에서 전 구장 매진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구장 별로 보면 잠실 한화-LG전이 2만 3750명, 문학 롯데-SSG전이 2만 3000명, 창원 두산-NC전이 1만 7891명, 수원 삼성-KT전이 1만 8700명, 광주 키움-KIA전이 2만 500명의 관중을 기록했다. 총 10만 3841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KBO리그는 지난해 개막전에도 5개 구장의 표가 모두 팔려나갔는데 10개 구단 체제 이후 5개 구장에서 2년 연속 매진을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또한 2019년(11만 4021명)과 2023년(10만 5450명)에 이어 역대 개막전 관중 3위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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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개막전에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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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오른쪽)과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이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개막전을 앞두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LG 킬러 류현진 등판! '우린 정해진대로' 좌타자 7명 배치 강수





LG는 박해민(중견수)-홍창기(우익수)-김현수(지명타자)-오스틴 딘(1루수)-오지환(유격수)-문보경(3루수)-박동원(포수)-문성주(좌익수)-신민재(2루수)로 타선을 꾸렸다. 좌투수에게 좌타자들이 약하다는 통념에도 불구하고 좌타자를 7명이나 배치했다.

류현진이 MLB에서 갈고 닦은 커터라는 무서운 무기가 있음에도 경기 전 만난 염경엽 감독은 "작년에 만들어진 라인업"이라며 정공법을 택했다.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 있는 라인업이다. 염 감독은 "공격적인 게 우선이다. 류현진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느 정도는 점수를 뽑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자세한 공략법으로는 "양쪽을 다 치려고 하면 어렵다. 한 쪽을 버리고 다른 한 쪽을 택해야 한다. 내 생각이지만 분석 파트에서도 그렇게 보지 않았겠나"라며 "류현진이 위 아래로 싸우는 투수는 아니다. 측면에서 한 쪽을 버리고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선발로 낙점된 디트릭 엔스에 대해선 "오늘 경기도 중요하지만 KBO리그에 적응을 하면서 LG의 1선발로 자리를 잡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며 "시범경기를 통해서 한 가지 수확한 건 우타자들에게 컷패스트볼이 스윙률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체인지업이라는 오프스피드 계열 구종이 하나 더 생긴다면 충분히 1선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완성도를 얼마나 만들어 가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존) 주위로는 가는데 그걸 얼마나 밑으로 떨어뜨릴 수 있고 데이터적으로 우타자들의 스윙을 얼마나 이끌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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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류현진(오른쪽)이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개막전에서 마운드에 오르기 위해 더그아웃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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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개막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한화는 정은원(좌익수)-요나단 페라자(우익수)-안치홍(지명타자)-노시환(3루수)-채은성(1루수)-문현빈(2루수)-김강민(중견수)-하주석(유격수)-최재훈(포수)로 라인업을 꾸렸다. 선발 투수는 엔스.

최원호 한화 감독은 류현진에 대해 "90개 안쪽으로 던질 예정"이라며 "빌드업 과정을 거쳐 그 정도까지 던질 수 있게끔 했다. 본인도 그 정도는 괜찮다고 했다"고 밝혔다.

중견수로 김강민을 내세운 것에 대해서도 "개막전이라고 하는 큰 경기에서 중견수로 내보내기에는 젊은 선수들이라 수비 쪽에 무게가 더 있는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며 "상대 선발도 마침 왼손 투수다. 잠실구장이 크고 우리 좌우 코너 외야수 상황도 봤다. 모두 내야에서 옮겨간 선수들인데 페라자는 4,5년이 됐고 (정)은원이는 얼마 안 됐다. 개막전이라는 비중 있는 경기에는 수비에 안정적인 선수가 나와야 되지 않을까 공감대가 형성돼서 (김)강민이를 스타팅에 쓰기로 했다"고 선발 라인업 결정 배경을 밝혔다.

만약 선발이 무너질 경우에 대비해서는 "경기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멀티 이닝 이상 던질 수 있는 투수들을 4~5명 정도 준비를 했다. 한승혁이나 한승주, 김기중, 이태양 등은 멀티 이닝 이상 길게는 3이닝까지도 갈 수 있는 선수들이다. (선발진이 흔들려도) 충분히 메워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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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개막전에서 타구를 잡기 위해 몸을 날리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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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개막전에서 안타를 맞은 뒤 공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흔들리는 '킬러' 류현진, 역시 강력한 LG 타선... 한화 타선은 '고구마'였다





2012년 10월 14일 넥센 히어로즈와 경기를 끝으로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 류현진은 올 시즌을 앞두고 국내 복귀를 택했다. 8년 170억원이라는 KBO 역대 최고액 대우와 함께 화려하게 돌아왔다. 이날 4188일 만에 다시 국내 리그 마운드에 섰다.

KBO리그에서 7시즌 동안 뛰며 통산 190경기 98승 5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ERA) 2.80, 1269이닝 1238탈삼진을 기록했고 메이저리그(MLB)에서도 훌륭한 커리어를 써낸 대투수 류현진은 통산 승수 중 22.4%를 LG를 상대로 따냈다. LG전 35경기에서 22승 8패 ERA 2.36으로 천적 그 자체였다.

1회초 한화는 1사에서 페라자의 2루수 방면 내야 안타로 기분 좋게 시작했다. 그러나 페라자의 과감한 도루 시도가 실패로 끝이 났고 안치홍이 3루수 땅볼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후 1회말 류현진이 드디어 마운드에 등판했다. 최재훈과 배터리를 이룬 류현진은 적극적으로 좌타자의 몸쪽을 공략했다. 박해민을 상대로 초구는 볼이 됐지만 2구부터 모두 적극적으로 존 안을 공략했고 5구째 시속 144㎞ 속구를 공략한 땅볼 타구는 유격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홍창기와 김현수에겐 각각 2구씩만 던지며 유격수 땅볼,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한화에겐 2회 공격이 아쉬웠다. 노시환이 볼넷, 채은성이 중전 안타로 무사 1,2루 기회를 잡았으나 문현빈의 3루수 땅볼 때 선행 주자가 3루에서 아웃됐고 김강민이 병살타를 때려 득점하지 못했다.

기회를 살리지 못하자 곧바로 위기로 이어졌다. 2회말 첫 타자 오스틴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냈지만 오지환을 볼넷으로 내보냈고 2사에서 박동원에게 좌전 안타, 문성주의 잘 맞은 타구를 유격수 하주석이 잡아내며 실점을 막아냈지만 2사 만루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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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류현진(오른쪽)이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개막전에서 실점하자 코칭스태프가 마운드에 올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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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개막전에서 4회말 강판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9번 타자 신민재를 상대로 볼 카운트 2-2에서 5구째 류현진의 속구를 신민재가 받아쳐 좌익수 앞에 떨어뜨렸다. 짧게 떨어진 타구였으나 2사였기에 3루 주자는 물론이고 빠르게 스타트를 끊은 2루 주자까지 득점에 성공했다. 실점 후 코칭스태프가 마운드에 올랐다. 템포를 끊어가며 류현진을 진정시키기 위함이었다. 류현진은 곧바로 박해민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워 이닝을 마무리했다.

한화 타선의 타격감도 나쁘진 않았다. 하주석이 우익 선상으로 타구를 날린 뒤 전력질주했다. 2루까지 여유 있게 안착했다. 이어 최재훈의 타구도 1,2루 사이를 갈랐다. 정은원이 2루수 뜬공으로 물러난 뒤 다시 타석에 들어선 건 1회 안타를 날린 페라자. 초구부터 강하게 배트를 휘둘렀고 타구는 좌익선상을 타고 흘렀다. 3루심의 판단은 페어. 3루 주자 최재훈이 득점에 성공했다.

LG 벤치에서 타구 판단을 놓고 비디오판독을 신청했다. 확인 결과 타구는 3루 베이스 안쪽으로 내야를 통과한 것이 확인됐다. 원심은 번복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기회를 이어가지 못했다. 안치홍의 3루 땅볼 타구로 3루 주자 최재훈이 홈에서 아웃됐다.

3회말 다시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투구 패턴에 변화를 줬다. 예상 외로 경기 초반 속구 위주 피칭을 펼쳤는데 통타당한 3개의 안타 모두 속구였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본격적으로 섞기 시작했다. 홍창기를 2루수 땅볼로 잡아내고 김현수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오스틴에게 1루수 파울 플라이, 오지환에게 1루수 땅볼을 유도하고 이닝을 마쳤다.

4회초 타선이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채은성이 중전 안타, 문현빈이 볼넷, 김강민이 우전 안타를 때리며 무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하주석의 땅볼 타구가 투수 글러브로 빨려들어갔지만 최재훈의 몸에 맞는 공으로 2-2 동점을 이뤘다. 정은원의 2루수 땅볼 때 다시 홈에서 주자가 아웃되며 2사 만루가 됐다.

다만 타선의 집중력은 아쉬웠다. 3회에도 1사 만루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투수 땅볼로 홈에서 주자가 잡히는 등 득점 없이 마치더니 4회에도 연이은 땅볼 타구로 두 차례나 홈에서 주자가 아웃된 게 아쉬웠다.

신민재가 4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고 박해민도 4회 결승타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도루 3개로 두 발 빠른 타자가 팀 승리를 쌍끌이했다.

한화에선 페라자와 채은성이 멀티히트를 기록했지만 팀 타선 전체가 응집력 있는 타격이 이뤄지지 못해 2득점에 그쳐 웃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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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신민재가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한화 이글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개막전에서 안타를 날리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아! 통한의 실책, 결국 류현진도 와르르... LG, 류현진 트라우마를 지웠다





4회말 문보경과 박동원을 연속 땅볼로 돌려세우며 쉽게 이닝을 마칠 것으로 보였지만 문성주를 볼넷으로 내보내더니 신민재의 평범한 2루 땅볼 땐 문현빈의 포구 실책까지 나왔다. 결국 박해민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실점은 3으로 늘었다. 비자책이기는 했으나 다시 리드를 넘겨줬기에 더욱 뼈아픈 실점이었다.

힘이 빠진 탓일까. 류현진이 크게 흔들렸다. 3루까지 도달한 신민재는 박해민의 중전 안타 때 홈을 밟았다. 도루로 2루를 훔친 박해민도 홍창기의 중전 안타 때 홈을 파고 들었다. 이어 김현수에게까지 좌전 안타를 맞은 류현진은 이태양에게 공을 넘기고 물러났다.

3⅔이닝 6피안타 3볼넷 5실점. 4회말 실점은 문현빈의 실책으로 인한 것으로 자책점은 2에 불과했으나 4회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물러난 것은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이태양이 오스틴을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류현진의 실점은 늘어나지 않았다.

5회에도 LG는 오지환의 안타와 도루로 득점권 찬스를 만들었고 땅볼 2개로 손쉽게 추가점을 냈다.

무시무시한 발야구의 힘도 보여줬다. 6회 1사에서 내야 안타로 출루한 박해민은 2루를 훔쳤고 볼넷으로 걸어나간 홍창기와 더블스틸까지 성공시켰다. 한화 김기중이 김현수, 한승혁이 오스틴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7회 바뀐 투수 이민우를 다시 두들겼다. 1사에서 문보경의 안타에 이어 박동원의 볼넷으로 밥상을 차렸고 문성주의 땅볼에 이어 신민재의 중전 안타 때 7번째 득점에 성공했다. 8회엔 김현수의 볼넷과 오스틴의 안타로 추가점을 냈다. 오스틴의 안타로 LG는 개막전부터 선발 전원안타를 작성했다. KBO 통산 1077번째이자 시즌 첫번째 기록이다.

엔스가 경기 초중반까지 많은 안타를 내주며 흔들리기도 했지만 6이닝 동안 89구 7피안타 3사사구 4탈삼진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작성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김진성과 박명근, 이우찬(이상 1이닝)이 차례로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 호투하며 팀 승리를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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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신민재가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한화 이글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개막전에서 안타를 날리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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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박해민이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한화 이글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개막전에서 안타를 날리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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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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