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타자 악몽 끝→OPS 1.931', 한화엔 너무 완벽한 외인 '어찌 페요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나' [잠실 현장]

잠실=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3.2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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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요나단 페라자가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방문경기에서 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 앞에서 기뻐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이틀 연속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날렸다. 지난해 외국인 타자 흉작에 괴로웠던 한화 이글스이기에 더욱 기특해보일 수밖에 없는 요나단 페라자(26)다.

페라자는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2024 신한 SOL뱅크 방문경기에서 2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 4회초와 6회초 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4타수 2안타 1볼넷 2타점 3득점으로 팀의 8-4 승리를 안겼다.


올 시즌을 앞두고 총액 100만 달러에 영입한 페라자는 기대대로 호쾌한 타격과 넘치는 에너지로 한화에 긍정적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8타수 4안타, 이 장타만 3개다. 타율은 0.500, 출루율 0.556, 장타율 1.375, OPS(출루율+장타율) 1.931. 2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페라자가 얼마나 괴물 같은 활약을 펼쳤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개막전 한화는 LG 킬러 류현진을 내세웠지만 제구 난조와 수비 실책까지 겹치며 2-8 대패를 당했다. 그러나 최원호 감독은 경기 전 다른 부분에서 패배의 원인을 찾았다. "선취점이 날 수 있는 찬스에서 결과적으로 작전 미스(번트 실패)가 나왔고 그 다음에 역전할 수 있는 기회에서도 동점에 그쳤다. 이런 포인트들이 경기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고 아쉬워했다.

페라자만큼은 달랐다. 2루타 포함 4타수 2안타로 펄펄 날았다. 굳이 꼽자면 안타를 치고 의욕적으로 2루 도루를 시도하다가 아웃된 게 옥에 티였다. 수비에서도 불안함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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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요나단 페라자가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방문경기에서 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이날은 페라자의 진가를 유감없이 뽐냈다. 1회초 1루수 땅볼로 물러났던 페라자는 0-1로 뒤진 1사 주자 없는 볼카운트 1-2 불리한 상황에서 임찬규의 시속 129.4㎞ 체인지업을 강하게 걷어 올렸다. 타구는 발사각 35.4도로 하늘을 향해 높게 치솟았다.

통상 발사각이 많이 높으면 담장을 넘기는데 더 많은 힘을 필요로 하지만 페라자에겐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 엄청난 속도로 휘두른 타구는 시속 169.3㎞로 비행했고 122.6m를 날아 우측 펜스를 여유 있게 넘었다.

6회말 다시 한 번 페라자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팀이 2-1 불안한 리드로 유지하던 무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임찬규의 초구 시속 110.9㎞ 낮게 떨어지는 커브를 제대로 강타했다. 이번엔 앞선 타구와 달리 22.2도의 낮은 탄도로 다시 한 번 우측 담장을 향했다. 타구 속도는 165㎞로 여전히 총알 같았다. 페라자의 장점이 명확히 나타난 연타석 홈런이었다.

경기 후 최원호 감독은 "페라자가 멀티홈런 포함 좋은 타격을 보여줬다. 파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큰 힘을 더해줬다"고 칭찬했다.

최 감독의 말처럼 페라자의 역할은 단순히 홈런 2방에만 있지 않았다. 국내 무대가 처음이지만 이미 몇 시즌은 경험한 선수처럼 홈런을 날린 순간 강렬한 배트플립으로 팬들을 환호케 했다. 루상을 달리는 내내 격렬히 포효했고 이는 경기장을 메운 한화 팬들에게 아드레날린을 안겨줬다. 홈을 밟고 나서는 노시환과 점프하며 세리머니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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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요나단 페라자(가운데)가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방문경기에서 홈런을 친 뒤 홈플레이트를 밟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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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을 친 뒤 배트플립을 하는 페라자.
경기 후 페라자는 "팀에 와서 안타만 열심히 치는 게 아니라 에너지를 주는 역할도 있다고 생각해서 홈런을 치고 에너지 넘치게 (세리머니) 했다"며 "배트플립을 한 이유는 에이전트를 통해 들었는데 한국에선 배트클립을 할 수 있다고 들었고 그게 재밌고 스포츠의 하나라고 생각해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단 2경기 만에 LG의 경계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8회 1사 2루에선 자동 고의4구로 걸어나갔다. 그만큼 무서운 한화의 2번 타자로 자리매김했다는 방증이다. 지난 시즌 외로운 싸움을 펼쳤던 채은성에게 우산효과로 전달됐다. 2사 1,2루에 타석에 오른 채은성도 홈런을 날렸는데 페라자와 노시환을 모두 불러들이는 3타점을 쓸어 담을 수 있었다.

활발한 성격에 애교도 많아 팀 내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페라자지만 넘치는 자신감과는 다르게 태도는 겸손하기까지 하다. 홈런 비결을 묻자 "항상 루틴대로 열심히 훈련한 결과다. 투수와 1대1 싸움에서 잘 걸려서 홈런이 됐다"며 "변화구에 강점이 있는 건 아니지만 한국 투수들이 변화구를 많이 던지는 걸 알기 때문에 그런 걸 많이 연습해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연이틀 경기장이 가득 들어찼다. 홈팀인 LG가 지난해 우승팀이라고만 해석하기엔 3루측 원정 관중석을 메운 한화 팬들의 수가 상당했다. 페라자는 "홈런을 쳐 매우 영광스럽고 기쁘다. 이렇게 많은 관중들 앞에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지만 항상 즐기려고 했다"며 점점 실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평가에도 "특별한 비결은 없고 꾸준히 열심히 훈련하면서 경험이 쌓여가는 것 같다"고 겸손한 답변을 내놨다.

전날 쓰라린 2-8 대패를 당했고 이날도 병살타가 3개나 나오는 등 답답한 흐름의 연속이었지만 페라자는 속 시원한 홈런 두 방으로 타선의 혈을 뚫었다. 호쾌한 타격과 넘치는 긍정 에너지, 귀여운 성격과 겸손과 성실함까지. 한화 팬들이 '페요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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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요나단 페라자가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방문경기에서 홈런을 친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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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요나단 페라자(왼쪽)가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방문경기에서 승리 후 최원호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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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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