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억이 싸게 느껴질 줄이야' 41세에도 MVP급 활약이라니... 최형우 없는 KIA가 상상이 안 된다

광주=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3.2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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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우가 2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2024 KBO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6회말 동점 솔로포를 치고 축하받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정말 최형우(41)가 없는 KIA 타이거즈는 상상이 안 될 정도다. 최형우가 불혹이 넘은 나이에도 MVP 급 활약으로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KIA는 26일 광주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7328명 입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 리그 홈경기에서 롯데 자이언츠에 2-1로 승리했다.


점수 차에서 보이듯 하마터면 롯데의 페이스에 말릴 수도 있는 경기였다. 그만큼 롯데의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의 구위가 살벌했다. 반즈는 5회까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긴 했지만, 빠른 템포에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슬라이더로 KIA 타자들의 방망이를 헛돌게 하며 위기를 위기처럼 느껴지지 않게 했다.

그런 가운데 롯데의 선취점도 나왔다. 6회 초 양현종과 임기영에게 3연속 볼넷을 얻어내며 1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고 박승욱의 땅볼 타구로 3루 주자 정훈이 홈을 밟았다. 커리어 처음으로 1루수로 나선 서건창이 홈 대신 1루 송구를 선택한 결과였다. 롯데 입장에선 어떻게든 1점을 얻었고 반즈의 투구도 뛰어났기에 이대로 승기를 잡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최형우가 그렇게 두지 않았다. 최형우는 앞선 두 타석에서 반즈에게 헛스윙 삼진과 2루수 땅볼로 물러났었다. 특히 3회 말 2사 1루에서는 바깥쪽으로 달아나는 슬라이더를 억지로 치려다 빗맞은 타구를 만들었다. 반즈와 유강남 배터리는 6회 말 세 번째 타석에서 같은 볼 배합을 가져갔다.


그런데 이번엔 3구째 슬라이더(시속 130㎞)가 완전히 스트라이크존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공 두 개 정도 안쪽으로 들어온 실투가 됐다. 최형우는 이 한 번의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그대로 공을 허올려 챔피언스필드 우중간 담장을 넘겼고 비거리 120m의 시즌 1호 포가 됐다. 최형우의 개인 통산 374호 포이기도 했다. 그는 이 홈런으로 해당 부문 역대 4위 이대호(42·은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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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우가 2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2024 KBO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6회말 동점 솔로포를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최형우가 이날 친 안타는 딱 이 한 개뿐이었다. 가히 신스틸러급 활약. 하지만 자칫 상대의 페이스에 말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강력한 불펜으로 긴장감을 이어가고 역전승까지 이뤄낸 걸 생각한다면 이날 경기의 MVP라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경기 후 이범호 KIA 감독도 "오늘 마운드에 오른 모든 투수가 제 몫을 잘해줬다. 양현종부터 마무리 정해영까지 모두 수고 많았다. 상대 선발투수였던 반즈의 공이 너무 좋아서 경기 중반까지 힘든 경기를 했다. 1실점 후 최형우의 동점 홈런이 나오지 않았다면 힘든 경기가 됐을 것이다. 오늘 박찬호가 리드오프로서 많은 기회를 만들어줬고, 소크라테스가 찬스 상황에서 결정적인 타점을 기록해줬다"고 최형우의 홈런을 콕 집어 승리 요인으로 언급했다.

이로써 최형우의 시즌 성적은 2경기 타율 0.429(7타수 3안타) 1홈런 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699가 됐다. 이제 겨우 KBO리그 3경기가 진행된 상황에서 OPS 1위라는 건 큰 의미는 없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만 40세의 나이로 50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 중 OPS 5위를 기록했던 최형우이기에 이른 시점의 찬사도 민망하지 않게 한다.

올 시즌 KIA는 또 다른 주축 타자 나성범(35)의 부상으로 분위기가 꺾일 수도 있었다. 나성범은 개막을 5일 남겨둔 지난 18일, 전남대병원에서 우측 허벅지 MRI 검진을 실시한 결과, 햄스트링 부분 손상 진단을 받았다. 17일 KT 위즈와 시범경기에서 3회 말 주루 도중 우측 허벅지에 불편함을 느낀 것이 이유였다. 매년 30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의 공백이었지만, KIA는 서두르지 않으려 했다. KIA는 부상 발생 시점으로부터 2주 뒤 재검진 후 나성범의 복귀 일자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울 수 있는 이유에 최형우가 없다고 할 수 없다.

이렇듯 만 41세의 나이에도 신뢰를 줄 수 있는 선수는 KBO리그 10개 구단을 통틀어도 드물다. 팬들로부터 괜히 최형우에게 투자한 169억이 싸게 느껴진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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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우(오른쪽)가 지난 1월 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계약을 체결한 뒤 심재학 단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KIA와 최형우의 동행은 2017년부터 시작됐다. 2016시즌 종료 후 FA로 나온 최형우는 9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통산 3할 타율(2016년까지 0.314)로 꾸준함의 대명사였다. 이 점에 매력을 느낀 KIA는 2016년 11월 4년 100억 원을 투자했고,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 후 2020년 12월 만 37세의 나이의 최형우에게 한 번 더 3년 47억 원의 계약을 안겼다.

남들은 은퇴를 생각할 나이에도 최형우는 지난해 121경기 타율 0.302, 17홈런 81타점 64득점, OPS 0.887로 건재했다. 이에 KIA는 또 한 번 계약기간 1+1년에 연봉 20억원 옵션 2억원 등 총 22억 원의 다년 계약을 안겼다.

사실상 9년 169억 원의 계약인 셈. 아직 계약기간 만료까지 2년이 남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것만으로도 최고의 계약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최형우는 지난 7년간 KIA 유니폼을 입고 920경기 타율 0.310(3285타수 1017안타) 140홈런 634타점 521득점, 출루율 0.408 장타율 0.507 OPS 0.915를 마크했다. 만 34세의 나이에 시작된 계약임에도 타이거즈 구단 통산 안타 11위, 홈런 8위, 타점 6위 등 누적 지표 상당수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형우는 이렇게 꾸준한 활약의 이유를 부모님에게서 찾는다. 올해 1월 스타뉴스와 만난 최형우는 "건강을 위한 루틴은 따로 없다. 음식도 가리는 것 없이 다 잘 먹는다. 타고났다. 그저 잘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단순히 튼튼한 몸을 가진 것만으로는 퍼포먼스가 설명되지 않는다. 올겨울에도 윤도현(21), 이우성(30) 등 함께 오전 훈련을 나온 동료들에 따르면 여전히 가장 먼저 출근해 땀을 흘리는 선수가 최형우였다.

2017년 이후 KIA는 약팀으로 분류된 적이 많지 않았다. 언제든 5강을 위협할 수 있는 다크호스로 불렸고 올해는 지난해(6위) 안 좋은 결과와 별다른 보강이 없음에도 우승 후보로까지 불린다. 이렇게 KIA가 강팀이라 불릴 수 있는 이유는 늘 꾸준했던 최형우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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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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