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42SV 마무리, 'ERA 12.63' 선발진 초토화→불펜 과부하 우려에도 왜 콜업되지 않았나

인천=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4.10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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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용. /사진=SSG 랜더스
SSG 랜더스 마무리 서진용(32)이 당분간 1군 콜업 없이 퓨처스리그에서 조금 더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다. 지난주 선발 투수들의 잇따른 부상과 부진으로 불펜 과부하 우려가 있음에도 이숭용(53) 감독의 결정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지난주 SSG는 대형 악재를 맞았다. 외국인 선발 로에니스 엘리아스(36)가 2일 인천 두산전을 앞두고 훈련 도중 오른쪽 발목 부상을 당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어 4일 인천 두산전에서는 김광현(36)이 경기 도중 왼쪽 허리 근육 통증을 호소해 3이닝을 채 소화하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남은 선발 투수들은 기량에 아쉬움이 컸다. 6일 창원 NC전에서 로버트 더거(29)가 3이닝 12피안타 7사사구(4볼넷 3몸에 맞는 볼) 4탈삼진 14실점(13자책점)으로 KBO리그 한 경기 최다실점 타이기록을 썼다. 박종훈(33)은 7일 같은 장소 같은 상대에 4이닝 7피안타(3피홈런) 3사사구(2볼넷 1몸에 맞는 볼) 6탈삼진 7실점을 기록해 패전 투수가 됐다.

스윕승을 거뒀던 주중 두산과 홈 3연전도 선발 투수들이 좋진 않았다. 2일 송영진은 2⅔이닝 4실점(2자책), 3일 오원석은 5이닝 3실점을 기록했고, 그 결과 SSG의 지난주 선발 평균자책점은 12.63으로 초토화됐다. 자연스레 두산 3연전에서는 무려 14명의 불펜 투수가 쓰였고 NC 3연전에서는 7명으로 최소화했으나, 불펜의 과부하가 염려되지 않을 수 없었다.

SSG에는 불펜의 부담을 덜어준 비장의 카드가 하나 있었다. 지난해 69경기 5승 4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2.59로 KBO 구원왕에 오른 마무리 서진용이었다. 서진용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팔꿈치 수술을 받았으나, 대만 스프링캠프에도 따라갈 만큼 빠른 회복세를 치렀고 지난달 31일에는 퓨처스 경기에서 실전도 치렀다. 이후에도 두 차례 더 등판해 최고 구속을 시속 142㎞까지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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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용이 지난 2월 대만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당초 계획도 서진용을 일찍 콜업시키지 않는 것이긴 했다. 대만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이숭용 감독은 서진용의 복귀 시점을 두고 "돌아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돌아오면 자신의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팀 입장에서도 계산이 선다. 충분히 실전을 치르게 할 것이고 120%가 됐다고 판단되면 1군으로 올릴 것이다. 서진용은 오면 바로 마무리다. 1군에 올라와서 8회에 넣고 그런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한 기준을 내세운 바 있다.

선발진이 무너지고 불펜 한 명이 더 필요한 현시점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9일 경기 전 만난 이숭용 감독은 "서진용은 이번 주 9일, 11일, 13일 경기에 나갈 것이다. 지금 142㎞까지 구속이 올라왔는데 스피드가 더 올라오고 괜찮다고 하면 연투도 시키고 2이닝도 던져보게 하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 단호한 결정의 배경에는 현재 1군 투수들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었다. 지난주 부상으로 이탈했던 김광현과 엘리아스는 10일, 11일 경기에 차례로 정상 등판한다. 더거는 현재 투수 파트와 전력 분석 파트가 머리를 맞대고 개선점을 고민 중이다.

이숭용 감독은 "더거는 미국에서 보여줬던 자신감 있는 피칭이 나오지 않고 있다.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에서 자신이 스트라이크로 생각했던 것이 볼로 판정이 되니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이 무너졌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볼카운트 싸움도 유리하게 가져가지 못했다. 적응기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선수 본인도 스트라이크 존을 어떻게 활용할지 그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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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현. /사진=SSG 랜더스


선발 투수의 반등에는 믿음보다 바람이 담겨 있었다면 불펜진에는 확고한 신뢰가 있었다. 이숭용 감독은 "불펜은 오히려 게임을 치르면서 안정감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병현, 노경은, 최민준 다 좋다. 불펜은 굉장히 좋은 상태라 고효준, 노경은도 조금 더 과감하게 써볼 생각이 있다. 조금 걱정되는 건 선발들인데 선발 투수들이 조금 더 분발해줘서 5이닝, 6이닝만 던져준다면 좋을 것 같다"고 희망했다.

3연패에서 탈출한 9일 고척 키움전은 이숭용 감독이 왜 서진용을 섣불리 올리지 않는지 보여주는 좋은 근거가 됐다. 이날도 선발 오원석이 5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으나, 고효준(1이닝)-조병현(2이닝)-문승원(1이닝)으로 이어지는 불펜진이 활화산 같던 7연승의 키움 타선을 잠재우고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조병현(22)은 2이닝을 소화하면서 볼넷 없이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평균자책점을 0점대(0.96)로 끌어내려 서진용의 공백을 잊게 했다.

승리 후 이숭용 감독은 "오늘(9일)은 선수들이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하나로 모여 3연패를 끊고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오)원석이가 5이닝을 버텨줬고 믿었던 불펜들이 무실점으로 막아주면서 승리의 주춧돌이 됐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조)병현이를 2이닝 던지게 했는데 너무 잘 던져줬다. 오늘 병현이가 데뷔 첫 승을 거둔 것으로 아는데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고)효준이, (문)승원이도 깔끔한 피칭을 보여줬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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